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지난해 11월, 소니코리아는 ‘궁극의 공간감’을 통해 차원이 다른 음악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플래그십 오디오 라인업 ‘시그니처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시그니처 시리즈는 소니의 독보적인 디지털 오디오 기술과 아날로그 기술을 집약한 완전체로, 세계 최초로 헤드폰과 워크맨, 앰프의 3종을 동시에 개발하고 튜닝하여 최상의 음악 감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3회에 걸쳐 궁극의 음악 감상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줄 헤드폰 MDR-Z1R, 워크맨 NW-WM1Z, 거치형 헤드폰 앰프 TA-ZH1ES의 전문가 리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과연, 시그니처 시리즈의 어떤 점이 오디오 마니아들로 하여금 찬사를 보내게 하는 것인지, 오디오 전문 칼럼니스트 오승영씨가 전하는 <시그니처 시리즈 - MDR-Z1R 리뷰>를 통해 여러분께서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프롤로그
소니(Sony)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은 그대로 이 브랜드의 이미지 레이어가 되어 있다. 예컨대 TV와 음향기기로 대표되는 가전 카테고리, 스튜디오와 방송용 장비로 대표되는 프로용 제품 카테고리, 여기에 사용자와 세대에 따라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주도해온 워크스테이션 기반 게임 브랜드이거나 팬층이 두터운 스마트폰 브랜드 이미지가 중첩되어 보이기도 하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특히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대부분의 사용자가 처음 마주친 소니는 ‘사운드’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굳이 음악마니아나 오디오파일이 아니라 해도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게 소니제품과의 첫 만남인 경우가 대다수였을 거라 보이는 건 역시 70년대의 포터블 오디오와 80년대의 워크맨 두 번의 거대한 물결 때문이다. 필자는 정확히 그 조류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음악과 친화된 세대이며 그로부터 얼마 후 가장 큰 규모의 세 번째 물결인 CD문화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많은 시간을 맞물려 온 표본 그룹의 하나일 것이다.
CD의 개발과정을 놓고 종종 외계인의 작업이 아니었을까 웃음도 없이 농담을 할 경우가 있는데, 얼마 전부터 LP가 다시 유행하는 현상을 놓고서도 CD가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서 아직 LP가 번성할 기회조차 못 가진 채 조로했었기 때문이라는 궤변을 들이댈 정도로 CD는 혁명적이었다. 소니는 단순히 새로운 포맷의 개발자라기보다 디지털 프로세싱 전반에 대한 기획자였음을 상기해볼 때 저장매체의 형태와 무관하게 디지털 음악재생의 창시자인 동시에 판을 키워 온 주최 측이었다. 한편으론 이후 오랫동안 포스트 CD 포맷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탄을 종종 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소니가 대부분의 사용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디지털의 전부였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된다.
여하튼 소니는 부산해 보이는 멀티 사업 부문의 굴곡 속에서 음악재생이라는 원천적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응집시키기 시작했으며 고해상도 음원재생용 시스템을 별도의 카테고리로(HRA;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 편성했다. 그중에서 최상위 라인업에는 구체적으로 ‘시그니처’라는 의욕적인 타이틀을 붙여 하이엔드 하이파이 삼 종 세트를 이제 막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혹자들은 노트북에 붙여 쓰는 데스크탑 미니 오디오나 디스플레이 기기와 패키지로 판매되는 AV시스템 정도가 소니의 뮤직 시스템의 전부라고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소니의 홈오디오 부문에는 이미 지속적인 하이엔드 시리즈가 이어져 왔다. 예컨대 스피커 부문에서는 스테레오파일에서 오랫동안 최상위 추천기기로 자리를 굳힌 SS-AR은 버전 2를 지나 NA2ES로 바통이 이어져 있고 역시 스테레오파일 디지털 부문에서 A+ 등급을 서둘러 추가하게 만들었던 최초의 SACD 플레이어 SCD1와 그 뒤를 이었던 SCD-777ES는 디지털 플레이어의 레퍼런스가 되었다. 종합해서 보았을 때, 소니의 시그니처 시리즈는 소니의 관록이 담긴 헤드폰 & 모바일 부문을 플랫폼으로 해서 디지털과 스피커 부문에서 발현되어온 하이엔드 컨셉을 투입시킨 소니의 최선단 라인업으로 파악된다. 각 제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사운드적 측면에서 파악되는 본 제품의 핵심은 두 가지 특성을 기조로 한다고 할 수 있다. 확장된 인클로저 하우징과 드라이버가 기여하는 광대역, 그리고 옵션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하이엔드 케이블링 시스템 등이다. 자사에서 밝힌 본 제품의 대역은 무려 4Hz~120KHz 이다. 일반 하이파이 스피커의 대역을 가뿐히 넘어서는 헤드폰에서 이 대역은 밀폐된 환경에서 진동판과 귀와의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민감하게 감지되기는 하지만 인간의 가청주파수를 감안해 볼 때 수직적 차이를 크게 반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8Hz 까지 재생하는 헤드폰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가 4Hz 대역에서 확연히 떠오른다거나 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높은 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여러 연주를 시청해 본 결과 대역밸런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놀라울 만큼의 광대역을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Z1R의 사이즈와 심리적 시청 대역 간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주먹만 한 공간에서 이렇게 정확하고 안정적인 베이스가 만들어지는 게 놀라웠다는 의미이다.
공칭 임피던스가 64Ω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시청 환경에서는 음압이 약간 낮게 느껴지는 정도일 뿐 특기사항이 되지 않는다. 방식과 급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사용 중인 하이파이맨의 HE400i와 비교해보면 음압에 있어서 그리 큰 편차를 보이지 않는다. 본 제품의 내부 선재는 무산소동(OFC)을 은도금한 하이엔드의 교과서적인 케이블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등급의 헤드폰을 제작할 때 사운드 퍼포먼스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이며, 외부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1부 – 프롤로그와 MDR-Z1R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