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소니코리아는 소니와 함께 포토&비디오 아티스트의 꿈을 실현할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공개 모집을 진행했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 7인의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가 선정되었습니다. 소니 블로그에서는 프로 포토그래퍼로 선정된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는 실험적인 사진기법과 트렌디한 패션 화보를 선보이고 있는 정재인 포토그래퍼입니다. 강렬하고 독특한 그의 사진에는 정재인 포토그래퍼만의 남다른 사진 철학이 담겨있는데요.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함께 있는 인터뷰, 지금 바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정재인 작가는 강렬한 색감과 실험적인 사진기법을 선보이고 있는 패션 포토그래퍼다. 현재 일본 패션 협회인 JRAA 소속 에이전시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이며 <Bluewash Industry>, <YKS>, <ALOGON>, <SALON DE SEOUL>, <too cool for school>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 사진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10년 이상 패션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재인입니다.
Q. 사진을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 패션 사진을 전공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시기는 2000년도였는데, 이때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우연히 상업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사진가에게 발탁되어 2001년부터 상업 사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활동 장르를 패션으로 한정 지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진을 접해 오면서 가장 흥미를 느꼈던 분야이기도 하고, 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에 대해 연구해야 생존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Q. 패션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과 트렌드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가로서 기술적인 완성도와 단체 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하나의 컨텐츠를 완성하기 위해서 새로운 미적 가치를 끊임없이 제시하는 분야다 보니 디자인이나 트렌드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면 작업의 완성도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Q. 작가님의 사진은 원색 위주의 강렬한 색채, 독특한 모델들의 포즈 등이 눈에 띕니다. 작가님께서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 혹은 추구하는 컨셉은 무엇인가요?
사진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 '어떤 것이 가장 나다운 사진이고, 한국에서 혹은 서울에서 나올 수 있는 패션 사진인가'란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을 표면화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패션 업계에 종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의류 판매 시 검정색, 흰색, 회색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상시 되도록이면 무난한 색상을 선호하는데, 막상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극단적이면서도 다채로운 감정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거칠고 진한 색감들이 떠올랐고, 삶에 대한 몸짓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을 담아내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이 시대 한국에 사는 젊은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감정적인 이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20대 친구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데 여러 매체들에서 존재하지 않는 희망에 대해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의 현실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진의 배경도 재개발 지역이나 골목처럼 정돈되지 않은 곳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반영된 장소에서 젊은 친구들만의 에너지나 색깔, 몸짓이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Q. 소니 조명시스템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촬영하신 작품 혹은 프로젝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활동에 앞서 프로 입장에 있는 소비자들이 소니를 바라볼 때 어떤 부분에 대해 가장 궁금할지에 대해 고민을 해봤습니다.
프로에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 사진가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소니의 이미지 품질에 대해서는 많은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의 활용과 관련된 정보는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연광, 자연광과 보조 광원으로 스트로보 활용, 스트로보만 활용한 야간 촬영, 중대형 조명을 활용한 스튜디오 촬영 등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의 소니 카메라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활동을 통해 작업한 모든 촬영들을 이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습니다.
Q.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요즘에는 보기 힘든 낯선 모습들이 많습니다. 이런 장소들을 어떻게 찾으시나요?
보통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로변보다 골목길을 다니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사적인 흔적이 가득한 서울의 맨 얼굴을 알게 됐고, 그런 장소들에 대한 애착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부인과 결혼하기 전에 데이트를 할 겸 서울 여행서를 2권 정도 발행했는데, 이 때 특히 많은 장소들을 알게 됐습니다.
Q.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희열을 느끼는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가요?
작년 초 일에 대한 큰 회의감이 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해도 될 만큼 제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일본의 에이전시에 지원을 해보고 만약에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사진을 그만둘 각오를 했습니다.
이왕 도전하게 된 마당에 타협은 하기 싫었고, JRAA 소속(일본의 경우 에이전시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기에 일종의 업계 급 나누기로 에이전시 협회가 따로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협회가 JRAA라는 곳이고, 이곳 소속의 에이전시라면 일본을 대표하는 회사들이라고 봐도 좋습니다.)의 에이전시에 연락을 돌렸습니다.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던 여름에 일본에서 연락이 왔고, 에이전시 가입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대표가 직접 맞이하며 환영 파티까지 해주는 모습에 굉장히 감격했습니다. 게다가 전시 기회까지 얻었습니다. 이때가 제가 사진을 하면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이었습니다.
Q.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작업을 하셨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모든 작업이 다 애착이 가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신용균 디자이너와의 첫 작업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용균 디자이너는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스쿨인 세인트 마틴스 출신 디자이너로 이태리 보그에서 "주목해야 할 신진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힌 실력파 디자이너입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Bjork과 Lady Gaga의 무대 의상을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저에게 먼저 연락을 주셨고 그렇게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작업했던 의상은 제주도에서 소량 생산되는 특수한 원단으로 제작된 의상이라 제주도에서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그 의상을 오직 촬영을 위해서 서울로 공수 받아 작업을 진행했기에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촬영 결과물도 좋았지만 이후 이 촬영을 인연으로 좋은 친구가 생겨서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Q. 선호하시는 소니의 카메라와 렌즈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연코 a9와 G마스터 렌즈입니다. a9의 경우 촬영 중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거의 모든 부분 대응 가능한 카메라입니다. 솔직히 저도 인터넷을 통해 a9의 정보를 봤을 땐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실제 사용을 해보니 '미러리스 치고 좋은 카메라'도 아니고 '현존 가장 우수한 플래그쉽 카메라'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G마스터 렌즈 중 24-70과 70-200 구간을 사용하고 있는데, 카메라 브랜드 렌즈 중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핀 조정이 필요 없는 구조에서 오는 이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물리적인 성능이 훌륭하다고 해도 모든 구간 핀이 맞아 있는 상태로 사용하기 어려운 게 DSLR입니다. 수치상 더 뛰어나다고 해도 실 사용상 성능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미러리스는 구조적으로 렌즈 본연의 성능을 좀 더 확실하게 보장받기 유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치상으로 확인한 것보다 더 와 닿는 성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상력과 선예도는 지금까지 써온 렌즈 중에 가장 훌륭했습니다.
Q.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패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시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SWPA)에 출품할 만큼 멋진 결과물을 만들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는 사진 작가, 정재인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는 정재인 작가의 활동에 대한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도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들의 멋진 작품들과 그 안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니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