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코리아는 지난 2017년 가을, RX100M5와 함께 하는 RX트래블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에게 여행용 카메라로 최적화된 RX100M5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우수 여행기를 선정하여 글로벌 여행 매거진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 게재하는 특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만큼, 숨겨진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멋진 사진과 글을 만나실 수 있는데요. 소니코리아 블로그에서도 RX트래블러들이 작성한 우수 여행기를 소개합니다. ☺


이번 시간에 선보이는 여행기는 RX트래블러 염호영 여행사진가의 사이판 바다 탐험기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솔직한 글과 함께 RX100M5로 촬영한 사이판의 환상적인 수중 풍경도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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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100M5 l 1/500 l F2.8 l ISO125


“바다, 오직 바다”

#일상
회사 - 집 - 회사 - 집 
나는 기러기 아빠다. 핸드폰에 눌려 왼쪽 귀가 변형될 정도로 일에 매진하던 어느 날 부장님이 지나가며 말을 툭 던졌다. “자네는 애들을 보러 해외에 가니까 따로 휴가를 안 가서 좋겠다, 하하” 여느 집의 가장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일 뿐. 이렇게 일만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나도 휴가를 갈 거야, 갈 거라고!



#휴가 사유
살려주세요!
좁고 답답한 사무실, 시야를 가리는 높은 빌딩들, 미세먼지 때문에 매캐한 공기. 아침에 입은 흰색 와이셔츠가 저녁이면 잿빛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무언가 홀린 듯 휴가서를 제출했다. 서명 대신 돌아온 건 대표이사 승인란에 “거절한다”, 부장 승인란에도 “나도”라고 적힌 장난스러운 거절의 답변들. 하지만 여기엔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일은 바쁘지만 그래도 숨은 쉬고 돌아오라는. 



#준비물
반바지, 반팔 그리고 카메라
문득 지하철에서 뒹굴던 낡은 홍보지가 떠올랐다. 그 안에 펼쳐진 빛 바랜 바다. 머릿속이 온통 그 바다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다 눈에 띈 여행사로 들어가 지금 당장 바다로 보내 달라고 떼썼다. 여행사 직원은 ‘이 사람 뭐지?’라는 표정과 달리 친절한 어투로 사이판을 추천했다. 이어서 사이판의 즐길거리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줬지만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바다. 신혼 여행 때 한번 가봤던 금빛 석양이 지는 바다만 떠올랐다. 

RX100M5 l 1/60 l F5 l ISO250


“…는 어떠세요?” 
- “네?” 
“바다가 좋으시면 스쿠버다이빙은 어떤가 해서요.” 

직원의 추천으로 스쿠버다이빙까지 신청한 뒤, 집으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준비물은 반바지, 반팔 그리고 카메라.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려고 큰돈 주고 구매한 무거운 DSLR 카메라는 두고 주머니에 넣고 언제든 꺼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은 RX100M5를 챙겼다. 



#출발
사이판으로 가는 길 
5시간의 비행 동안 기내식도 필요 없다는 스티커를 붙이고 계속 잠을 잤다. 중간중간 메시지 알림음 같은 환청이 들렸지만 ‘여긴 비행기 안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잠을 청했다. 도착한 사이판은 몹시 덥고 관광객들로 왁자지껄했다. 낡은 공항과 덥고 습한 공기, 그 틈에 살포시 스며든 바다 내음을 맡으니 그제서야 휴가를 온 것이 실감났다. 호텔 대신 스쿠버다이빙 센터로 가서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구석에 자리한 소파를 내어주었다. 가끔 작은 도마뱀이 얼굴 위로 후다닥 지나가는 것 빼곤 푹신하고 안락한 잠자리. 그렇게 또 한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에피소드 1 

RX100M5 l 1/250 l F1.8 l ISO125


투명한 바다에 풍덩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차를 타고 30분을 달려 다이버의 성지 그로토(Grotto)에 도착했다. 30킬로그램 남짓한 다이빙 장비를 메고 다이빙 포인트로 향하는 가파른 108개의 계단을 오르자 휴가가 아닌 유격을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수영도 잘 못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집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는 잘 있겠지?’ 등 별별 걱정에 떠밀려 바다로 뛰어 들었다. 여기가 수면인지, 바닥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바닷속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다 곧 수면 위로 몸이 떠오르자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RX100M5 l 1/200 l F1.8 l ISO125


매끈한 수면, 물거품 하나 없는 파도, 발 밑으로 끝없이 뻗은 해안절벽.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마치 이온음료로 가득 채운 듯 새파랗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게 아니라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 귀가 먹먹해지고 부력에 몸이 가벼워지자, 눈을 감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본다. 툭툭. 누군가의 방해에 눈을 뜨자 다이빙 강사가 뭐하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네네, 그래요 갑시다. 그렇게 시작한 오랜만의 다이빙은 꿈같은 일을 실현시켜 주었다. 

RX100M5 l 1/200 l F1.8 l ISO125

RX100M5 l 1/60 l F1.8 l ISO640


바다 아래서 자전거를 타고, 침몰한 난파선이나 신비로운 해저 동굴을 탐험 하며 바닷속을 누비는 동안 동심으로 돌아간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난파선 갑판 위에서 해초를 뜯고 있는 한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RX100M5 l 1/250 l F1.8 l ISO125


조심스레 관찰하던 중 바다거북이 답답한 듯 수면으로 올라간다. 그 모습을 보자 숨을 쉬러 바다 위로 올라가는 바다거북과 바쁜 일상에 숨을 돌리러 바닷속으로 내려온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순간 바다거북이 넥타이를 매고 일하는 모습을 상상 하다가 남은 다이빙을 끝냈다.



#에피소드 2 
B-29 vs 가오리 떼
어느덧 다가온 마지막 다이빙. 바다에 침몰한 비행기 B-29를 보러 가던 중 망토를 펼치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만타가오리 떼를 만났다. 동행하던 다이버들과 머리를 맞대고 긴급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가오리 떼를 따라갈 것인가, 이대로 B-29를 보러 갈 것인가. 눈치가 빠른 만타가오리는 도망칠 수도 있어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안돼도 가오리!”를 외치며 가오리를 따라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약 15분간 바닥에 납작 엎드려 가오리 떼의 이동 경로를 따라 포복 전진. 

RX100M5 l 1/125 l F1.8 l ISO125


8명의 다이버는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저격수처럼 가오리를 찾아 바닷속을 샅샅이 뒤졌다. 어슴푸레 가오리 1마리가 다가오자 모두 기대에 찬 눈빛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하지만 무리에서 이탈한 만타가오리 1마리뿐. 아, 실패인가보다. 가오리 떼가 우리 쪽으로 오는 영화 같은 일은 살면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있는 나이니까. 욕심을 비운 다이버들은 눈빛과 손동작으로 “아 쉽지만 어쩔 수 없지”, “멀리서라도 봐서 다행이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서로를 다독인다. 그러던 중 한 가오리가 크게 유턴하더니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RX100M5 l 1/200 l F2.8 l ISO125

RX100M5 l 1/200 l F2.8 l ISO125

“여, 기다렸지!”하며 인사하듯. 바닷속을 날아다니는 가오리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 자유로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 짧지만 환상적인 순간이 지나자 8명의 다이버는 기진맥진해 모두 바닥에 누워 버렸다. 다시 돌아온 만타가오리. 바닥에 누워 보글보글 올라가는 공기 방울을 보며 감동의 여운을 즐긴다. 

책상에 붙여 놓은 사진


아마 이번이 내 생의 마지막 다이빙이지 싶다. 회사는 더 이상의 휴가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해외여행을 자주 다닐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이 바닷속의 먹먹함과 아련함 그리고 자유. 다시금 그리워질 순간을 카메라에 꽉꽉 채웠다. 그때의 기억을 담은 사진 1장을 사무실 책상 위에 붙여놓았다. 이는 언젠가 현실에 치여 숨이 막힐 때, 바다거북처럼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RX100M5 l 1/400 l F1.8 l ISO125

RX100M5 l 1/400 l F1.8 l ISO125

※ 염호영 여행사진가가 전하는 RX100M5와 방수 하우징을 이용한 수중촬영 TIP
1. 화이트밸런스를 수중모드로 설정할 것 (까먹으면 사진이 초록색이 됩니다.)
방수하우징에도 필터 장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되도록 레드필터를 장착하는 것을 권하지만, 레드필터를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화이트밸런스를 통해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사이판에서 촬영한 사진은 전부 레드필터 없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2. 수중에서는 손이 떨리지 않습니다.
RX100M5에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탑재되어있으며, 물속에서는 손이 떨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바닷속 풍경을 촬영할 때의 셔터 스피드는 1/60 정도로 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거북이나 그 외 움직이는 수중생물을 촬영하고 싶으면 역시 1/125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모든 설정은 미리 해두세요.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직전에 카메라 설정을 끝마치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수중장비만 하더라도 양손에 가득 차기 때문에 카메라를 조작할 여유가 없어요. 따라서 전날 미리 모든 설정을 끝내는 편이 좋습니다.

4. 배터리는 충분하게, 2~3개 준비할 것.
다들 아시겠지만, 배터리는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것이 좋겠죠?


지금까지 염호영 여행사진가의 사이판 바다 탐험기를 함께 만나보셨습니다. 변변한 자기 시간도 갖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에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여러분도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치셨다면, 한 번쯤은 용기를 내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그 소중한 순간을 기록해줄 RX100M5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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