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아날로그 레코드의 트렌드 복귀로 턴테이블과 L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아날로그 사운드의 온기와 디지털의 편의성을 두루 갖춘 소니 턴테이블 PS-HX500도 더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마침 레코드페어 한정반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큰 화제를 모은 뮤지션 ‘9와 숫자들’을 만나 아날로그 레코드 제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LP의 매력 등 음악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


왼쪽부터 9와 숫자들 멤버 꿀버섯(4), 유병덕(3), 송재경(9), 유정목(0)


9와 숫자들은 대한민국의 인디밴드이다. 멤버들은 숫자로 된 예명을 쓰고 있으며, 현재는 송재경(9), 유정목(0), 유병덕(3), 꿀버섯(4)의 네 명의 멤버들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9주년이 된 9와 숫자들은 2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미니 앨범, 다수의 싱글을 발표했으며, [유예]와 [수렴과 발산]을 한정반 LP로 발매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Q. 닉네임이 숫자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의미가 있는 숫자들인가요?


9는 처음 음반을 내고 밴드를 구성할 때부터 생각했던 숫자였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예명으로 사용하기도 했고요. 근데 이런 네이밍이라는 게 만들어 놓으면, 노랫말도 마찬가지인데 새로운 의미들이 또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새의 [9와 숫자들]의 느낌은 어떤 느낌이냐면, 숫자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나인(9)’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그 중에서 9가 주인공인데, 약간 허술하면서도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캐릭터에요. 우두머리 같은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그런 느낌이 9라는 숫자에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런 생각을 갖고 스스로에게 ‘9’라는 숫자를 붙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0 다른 숫자들은 너무 평범해 보여서 이왕이면 독특한 숫자로 하자는 생각으로 0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서로 색깔 닉네임을 불러요. 미스터 오렌지, 미스터 블루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 중에는 블랙도 있었는데, 왠지 다른 색깔보다 멋있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0을 선택했죠. 원, 투, 쓰리 이런 것보다 '제로'라고 하면 멋있잖아요.


4 고르려고 했더니 맘에 드는 숫자는 이미 다 나갔더라고요.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아무도 안 고르는 4를 해야겠다 싶어서 선택했어요.


9 꿀버섯(4) 같은 경우에는 원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처음 가는 식당에 가더라도 주방장이 오늘 처음 만들어봤을 것 같은 최신메뉴를 시키는 사람이에요. 저는 꿀버섯의 그런 통념 때문에 다수가 기피하는 무언가를 아무렇지 않게 취하는 삶의 방식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4를 만약 꿀버섯이 고르지 않았더라면, 멤버 중에 4는 없었을 거예요. 아무도 고르지 않아서 외롭게 남아있었을지도 모를 4를 골라 균형을 맞춰준 것이죠.


처음에 9와 숫자들을 결성할 때, 9가 "너희도 좋아하는 숫자 하나씩 정해라"라고 했어요. 다만, 제 경우에는 "너는 3이 어울려"라며, 9가 직접 추천해줬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들도 저한테 3이 어울린다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진짜 신기한 게, 제가 멤버로 합류한 뒤에 (공연에서) 저를 새 멤버로 소개를 하면서 “어떤 숫자가 어울릴 것 같아요?” 라고 관객분들께 여쭤봤는데 다들 “3”이라고 얘기해줬어요.


9 숫자 얘기만으로도 시간을 채울 수 있어요(웃음)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정규앨범 이후 겨울에 싱글부터, 올해 초에도 멤버 분들 각자의 활동도 활발했습니다. 데뷔 9주년을 맞이해서 매월 9일마다 공연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9 일단 9주년 같은 경우는, 보통 10주년을 기념하잖아요. 근데 10주년이라고 하면 왠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하는 느낌이 있어서 좀 서글퍼요. 뭔가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저희는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더 잘 해나가자는 의미로 매월 9일에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조촐하게 그 동안 같이 했던 시간들을 돌아보고 싶기도 해서 제안을 했었는데, 멤버들이 흔쾌히 힘을 보태줬어요.


9와 숫자들의 5월 공연 포스터 / 출처 – 9와 숫자들 페이스북




Q. [유예]와 [수렴과 발산] 바이닐(LP)은 꾸준히 찾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기존의 레코드와는 차별화된 아트워크도 매력 포인트이고, 레코드페어에서도 한정반으로 나와 ‘전리품’으로 불릴 만큼 구매 경쟁이 치열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 더욱 처음 바이닐을 기획하게 되었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9 LP는 항상 하고 싶었어요. 심지어 저희와 디자인을 같이 하고 계신 분은 처음부터 디자인을 전부 LP 사이즈로 제작하셨어요. 그분도 음악을 너무 좋아하시는 분이라 이해는 갔죠. “그래도 제일 간편하고 주된 게 CD니까 우선 CD로 하고,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LP를 꼭 만듭시다”라고 LP 제작은 뒤로 미뤘어요. 그런데 때마침 [레코드페어] 측에서 제안을 받아서 결국 [유예]를 LP로 만들게 되었죠. ‘이게 될까?’하는 의문이 살짝 들긴 했지만 예상과 달리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LP의 소장가치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죠. 실제로 제가 봤을 때에도 사고 싶을 정도로 잘 나오기도 했고 말이죠. 그 이후로 해마다 레코드페어가 진행되면서 [수렴과 발산]도 LP로 발매했어요.

0 [수렴과 발산] 같은 경우는 LP앨범을 열었을 때 손이 쫙 펼쳐지는 그 디자인이 가로로 나오는 게 정말. LP를 위한 일러스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려요.

4 LP를 발매하는 것은, 다른 멤버들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개인적인 로망이었어요. LP는 그 자체만으로 CD와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3 인디뮤지션들은 다 이유야 다르겠지만, LP에 대한 로망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LP는 아무래도 CD에 비해 제작비가 들어가다 보니까 어느 정도 팔리겠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낸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LP를 제작하기로 했을 때 굉장히 기뻤어요.

[수렴과 발산] 한정반 / 출처 – Hottracks




Q. LP 음반을 제작하면서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3 일단 제작비가 많이 들잖아요. 저는 LP가 제작되면 그래도 제가 참여한 앨범이니까 몇 장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장씩은 받았지만, 그 이상은 직접 구입해야 했어요.(웃음)

9 이런 게 나오면 선물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수량도 많이 찍지 않았고 해서 저희도 미리 예약을 해야 했어요. 

0 저는 그거 말고, [유예] LP 한정반 색깔 보셨죠? 그게 저희가 선택했던 처음의 색깔이 아니었어요. 막상 실물을 받았더니 저희가 선택했던 것과 다른 색인데 너무 예쁜거예요.

9 제작을 체코에서 했는데, 보통은 디자이너가 직접 가서 보고 감수하거든요. 저희가 체코까지 갈 수는 없으니까 샘플만 보고 골랐었죠.

0 처음 봤던 샘플은 지금처럼 투명한 게 아니었어요. 

9 그래서 최종본이 나왔을 때 난리가 났죠. 처음에 선택을 잘못 했는데 너무 예쁘게 나와버려서.

[유예] 한정반 / 출처 – 9와 숫자들 페이스북




Q. 소니 HRA 레코딩 턴테이블 PS-HX500로도 감상을 해보셨을 텐데, CD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9 “노래에 더 가깝게 들린다”고 해야 할까요?

0 9의 의견은 좀 감정적이고(웃음), CD를 받기 전까지 파일로 믹스를 하고 듣는데, CD로 나왔을 때와 차이를 못 느껴요. 차이가 생길 수가 없는 게 믹스된 사운드를 그대로 유지 시킬 수 있는 점이 CD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LP의 경우는 디지털 음원을 기반으로 제작하더라도 재생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요.

9 마스터링이라고 하는 작업은 결국 디지털로 하게 돼요. 정보들을 가져다 배치를 하는 것일 뿐, 진정한 한 덩어리의 소리가 되는 건 아닌 것이죠. 그런데, LP는 모든 소리가 하나의 레이어로 합쳐져서 진정한 ‘한 덩어리의 소리가’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정말 다른 소리입니다. 선명도나 분리도라고 하는, 각각의 악기의 소리들이 들리는 그런 점은 당연히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말 하나의 완성된 소리로 들리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처음 LP를 받고 [싱가포르]를 들었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했어요. 기대했던 소리가 아닌데, 노래가 좋은 거에요.

0 저는 모노의 느낌이라고 하고 싶어요. 다른 것에도 있는 지 모르겠는데, 제가 쓰는 음향기기에서 사운드를 스테레오나 모노로 선택할 수가 있어요. 저는 종종 모노로 들어보곤 하는데, 나중에 좋아하시는 음반들이 있으면 모노로 한번 바꿔서 들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굉장히 새로워요.

9 원래 믹싱 엔지니어 분들 중에 모노로만 작업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모노가 아니면 소리의 깊이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다고 해서 모노 믹스를 쭉 다 해놓고 나서 마지막에 공간들을 조율하더라고요.




Q. 기존의 턴테이블과 소니 PS-HX500의 차이가 있었나요?

9 분명한 차이가 있었어요. 물론, 세상의 모든 턴테이블을 사용해본 것은 아니지만, LP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해상도 구현이 어렵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PS-HX500는 굉장히 명확했어요. 특히, 고음 쪽의 해상도가 더 명확하게 들렸고, 출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0 다른 턴테이블에서는 찾을 수 없는 레코딩 기능을 지원하는게 소니 턴테이블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LP의 가장 큰 단점을 하나 꼽자면, 단연 휴대성인데, LP의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장점이죠.

3 저는 편의성에 점수를 주고 싶어요. 요즘 LP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턴테이블을 한 번도 써 본적 없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복잡하지 않은 조작법 덕분에 쉽게 입문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9와 숫자들을 만나다 1부’를 함께 보셨습니다. 음악에 대한 그들의 소신과 애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는데요. 이어지는 2부에서는 9와 숫자들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오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9와 숫자들을 만나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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