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오디오 전문 칼럼니스트 오승영 님의 소니 오디오 기술의 정수 시그니처 시리즈 첫 번째 리뷰 MDR-Z1R 편을 함께 보셨는데요. 스타일지기는 소니 오디오의 과거와 현재부터 시그니처 시리즈의 겉과 속을 두루 살피는 깊이 있는 글에서 ‘과연 오디오 전문가의 시각은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는지요?
이어지는 2부에서는 시그니처 시리즈 중 가장 작지만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플래그쉽 워크맨 NW-WM1Z를 오디오 전문 칼럼니스트 오승영 님의 리뷰로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굳이 헤드폰의 파트너가 아니라 해도 시그니처 시리즈 세 제품을 놓고 보면 가장 눈에 뜨이는 제품이 바로 이 워크맨 NW-WM1Z일 것이다. 셋 중 가장 비싼 제품이기도 하고 골드톤 비주얼과 함께 육중한 무게가 주는 중량감이 전하는 존재감은 각별하다. 디지털 플레이어(DAP)의 포맷을 하고 있지만 소니의 유구한 ‘워크맨’ 타이틀과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소니에서 워크맨 타이틀을 붙인 F880부터 헤아려보면 WM1Z는 대략 3세대에 해당하는 최신예 제품이자 플래그쉽 워크맨이 된다. 이전 버전으로부터 중량과 저장용량, 인터페이스를 대폭 확장시킨 제품이기도 하지만 운영체계와 퍼포먼스에서 완전히 다른 제품을 지향해서 개발되었고 디자인에서도 큰 변화를 의식해서 제작했다.
제품의 컨셉으로 보아 같은 시그니처 라인업의 헤드폰 앰프인 TA-ZH1ES의 모바일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증폭 시스템, 업스케일링 등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당연히 휴대를 전제로 하는 제품이지만, 450그램이 넘는 무게는 전용 크레이들과 조용한 공간에서의 시청과 더 어울려 보인다. 그래서 모바일의 이미지와 홈오디오의 컨셉이 공존하는 제품이다.
NW-WM1Z의 디자인
제품의 외관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듯, 본 제품은 순동 섀시에 금도금을 입힌 럭셔리 아웃룩을 지향했다.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자매제품 WM1A와 의식적인 차별화를 하려 한 게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제품의 등급과 성능면에서 타사 제품은 물론 자사 제품들 속에서도 눈에 띄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제품이라서 컬러와 도색의 품질에서 등급을 다르게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된 1A에 비해 발열효율과 전도성능에 있어서 우월하다. 동재질의 블럭을 NC 가공해서 내부 전체를 파낸 구조의 호사스런 방식에 힘입어 짜맞추고 끼워 넣은 구간이 없이 중후한 그립감을 준다. 물론 이 방식의 장점은 전술한 동 자체의 열효율과 외부충격에 강한 내구성 등에서 발휘되며 원래 재질의 표면질감을 금도금을 입혀서 고급스럽게 살려냈다. 손에 쥐면 주로 손바닥이 접촉하게 될 위치인 바닥에는 패턴을 넣은 블랙톤 가죽을 입혀서 그립감을 좋게 하는 데 일조하기도 하지만 매끈한 표면 위에 제품을 올려놓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제품표면에 스크래치가 나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제품의 컨셉상 4.0” 사이즈의 TFT LCD 디스플레이는 광활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적지만 마이크로적인 그래픽의 동작도 자연스럽게 구사된다.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한정된 관계로 854x480의 해상도가 매우 정교하게 느껴지는데 시동 시의 이미지 동작이나 10밴드 이퀄라이저와 같은 소소한 기능들이 품질 높게 표현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지 상태의 음원 이미지를 세세하게 띄워내며 발색의 느낌도 과도하거나 특이성향이 없어서 만족스럽다.
양쪽 측면은 시작부분에서 살짝 테이퍼를 주며 깎아 들어가서 과감히 평면으로 처리했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왼쪽엔 홀드 버튼 하나만을 배치시켰고 플레이 콘트롤 센터 역할을 하는 오른 쪽에 파워스위치와 볼륨, 플레이, 선곡 버튼 등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하지만 본 제품은 동일한 기능을 디스플레이 창을 터치해서 동작할 수 있다.
헤드폰 출력은 상단으로 배치시켰으며 3.5mm 언밸런스와 4.4mm 밸런스 두 가지 출력단자를 모두 제공하며 양쪽 끝에 대칭으로 배치시켰다. 하단에는 WM포트와 SD메모리 입력이 위치하는데 SD 메모리 슬롯을 커버로 씌울 수 있도록 제작했다. 왼쪽 끝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홀은 스트랩을 끼우도록 디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NW-WM1Z의 퍼포먼스
본 제품의 가장 돋보이는 성능으로서 네이티브 DSD 재생 기능을 들 수 있는데, 사실 이 등급의 파일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정작 손에 들고서도 어떤 차이를 갖는 지 개념조차 불분명한 실정이라서 귀로 들어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받은 기기에는 원래 임베딩 되어 있는 곡들인지 필자가 알고 있는 쓸만한 DSD 음원들이 있어서 DSD 시청은 이것으로 충분했으며, 조금 오버해서 얘기하자면 이 기능만으로도 모바일로도 거치형으로도 NW-WM1Z를 사용하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DSD 파일 재생을 의미 있게 구사하는 훌륭한 디지털 플레이어의 품질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시청곡에 대한 내용은 이후에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소니가 본 제품을 포함한 시그니처 시리즈에 배려한 전용 프로그램들은 상당히 돋보이는데 특히 소프트웨어적으로 몇 가지 전용 필터와 회로설계가 적용되어 있어서 시그니처 시리즈를 빛나게 하고 있다. WM1Z는 워크맨 제품을 위해 개발된 전용 증폭방식인 S-Master HX 증폭단을 통해 드라이브 되는데 본 방식은 WM1Z에서 중요한 재생포맷이 되는 네이티브 DSD 파일들과 밸런스드 및 고출력 포맷들의 재생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어 광대역 재생시에 왜곡과 노이즈를 감쇠시켜주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본 제품으로 곡을 고르고 시청을 하다 보면 소위 음질 본위의 설계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재생 중의 외부 간섭을 제어하기 위해 와이파이 기능을 제외시킨 것은 가장 극단적인 결정이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DAP도 멀티기능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수시로 간섭을 받으면서 음악을 시청할 수는 없으며 DAP에서 실제로 와이파이를 쓸 일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로 인한 약간의 아쉬움이나 불편이 있을 것으로는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되겠지만 역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 보완책으로 블루투스와 NFC 등을 지원하고 있다. 데이터전송은 물론이고 사용자에 따라서는 블루투스 헤드폰 이어폰을 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블루투스의 경우는 와이파이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 LDAC 코덱을 통해 3배 용량의 전송을 가능하게 했다. 블루투스 링크가 되면 디스플레이창의 상단에 표시된다.
DSEE-HX 는 기존의 DSEE를 강화한 소니 고유의 손실 압축파일 보정 회로인데, 명칭은 다르지만 마크레빈슨과 같은 하이파이 전용 앰프에서도 시도된 바 있는 업스케일링 엔진 방식으로 대상 파일의 음악장르, 비압축 정도에 따라 보정 후 편차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주로 MP3와 같은 전형적인 손실 파일인 경우가 차이를 확인하기에 적당하지만 이번 시청에서는 세부적인 모니터를 해보지는 않았다. 스탠더드 모드 이외에 장르에 따라 여성 및 남성 보컬, 현악기, 타악기 등 장르에 따라 4가지 필터를 선택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위상보정회로인 DC Phase Linearizer 필터를 통해 음원에 따라 6종류의 슬로우프 선택재생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주로 40Hz 부근의 낮은 대역을 보정해서 풀바디의 느낌과 풍성함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테스트를 해보지는 못했다.
24/96 FLAC 음원을 기준으로 본 제품은 30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다고 설명되어 있다. 배터리 케어 시스템이 작동해서 성능과 내구성을 위해 완충이 되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의 용량에 제품 구성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이해된다. 음악을 열중해서 듣는 동안은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도록 한다는 사용 컨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재생시간이 늘어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본 제품의 저장용량은 256G로 1A의 두 배로 책정되어 있다. 하이 레졸루션 시리즈의 공통사항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시그니처 시리즈의 제품들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소니의 자체 운영체계에 따라 작동하도록 제작되었다.
P.S.
제품의 등급에 걸맞게 WMZ1에도 꽤 고급스러운 전용 케이스가 제공된다. 가죽으로 제작된 하드타입의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케이스라서 이 중량급 DAP를 들고 다닐 때는 꽤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그니처 시리즈의 브랜드 이미지와 상충되지 않는다면 다른 색상을 한 두 가지 더 지원하면 어떨까 싶은데 베이스가 동이라서 옅은 색상을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