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휘몰아치는 오로라와 영롱하게 빛나는 은하수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는 것은 많은 사진애호가들의 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천체사진 촬영은 접근하기가 어려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법만 알면 누구나 멋진 천체사진 촬영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SIGA(Sony Global Imaging Ambassador)에 선정된 권오철 천체사진가가 소개하는 천체사진 특강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어릴 적부터 별을 사랑해 천체사진가가 된 권오철 작가가 들려주는 천체사진의 모든 것을 지금부터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권오철ㅣ천체사진가
권오철 작가는 SGIA(Sony Global Imaging Ambassador), 그리고 미국 NASA의 “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된 한국인 최초의 천체사진가다. 세계 유명 천체사진가들이 모인 TWAN(The World At Night, www.twanight.org)의 일원으로 UNESCO 지정 '세계 천문의 해 2009'의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이 밖에도 <오로라의 신비>, <킬리만자로, 꿈을 넘어> 등 6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신의 영혼 오로라>, <진짜 너의 꿈을 꿔라> 등 5권의 책을 출간했다.
예전에는 별을 찍는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들의 성능이 나날이 좋아지면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쉬운 별 사진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1. 별을 잘 찍으려면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자.
요즘의 디지털 카메라는 눈으로 본 것보다도 많은 별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는 것이 별 사진을 잘 찍는 것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서울과 같이 빛공해에 찌든 대도시의 하늘에서는 별이 백 개도 채 보이지 않지만 서울에서 벗어날수록 많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곳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발 1000m 이상의 산꼭대기입니다.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출 때 보면 아래쪽에 희뿌연 먼지 층이 보이는데, 이 높이가 약 해발 1000m 정도입니다. 이 높이 이상 올라가면 하늘이 갑자기 좋아집니다.
장소도 중요하지만 때도 중요합니다. 날씨를 잘 보고 별이 잘 보이는 매우 맑은 날을 골라야 하고, 달도 확인을 해야 합니다. 밤하늘의 달은 생각보다 밝습니다. 달이 차오를수록 별이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은하수처럼 어둡고 희미한 대상을 촬영하려면 달이 없는 밤을 골라야 합니다. 대신 달이 없으면 깜깜해서 배경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배경도 살짝 드러나는 것을 원한다면 달이 살짝 차오른 때를 고르면 됩니다.
천체사진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로 맑은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더더욱 힘들죠. 보통 천체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조건을 맞춰 별이 쏟아지는 장소에 서 있다면 나머지는 여러분의 최첨단 초고성능 소니 카메라가 해결해줄 것입니다.
#3. 별 촬영을 위한 기본적인 카메라 설정
(1) 초점
깜깜한 밤에는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MF(Manual Focus)로 설정을 하고 밤하늘의 밝은 별이 있는 곳이나 멀리 있는 가로등을 봅니다. 화면 확대를 최대로 하면 별들이 모니터에서 보이는데, 이때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 작가의 특별 노하우
초점을 맞추고 나서 렌즈의 초점 조절링이 움직이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여 고정합니다. 줌렌즈라면 줌링도 고정해야 합니다. 줌을 돌리면 초점이 바뀌기 때문이죠. 이렇게 하면 다시 초점을 맞출 필요 없이 구도에만 집중하여 계속 촬영할 수 있습니다.
(2) 노출 (조리개, 셔터속도, ISO)
우리나라의 밤하늘에서는 ISO 1600, 조리개는 F/4, 셔터속도는 15초 정도로 시작해보시길 권장합니다. 액정화면에 나타난 촬영된 사진을 보고 노출을 증감해가며 촬영하면 됩니다. 조리개를 많이 열수록 별이 많이 찍히지만 렌즈의 수차 등으로 화질이 떨어집니다. ISO를 높일수록 별이 많이 나오지만 노이즈가 증가합니다. 셔터속도를 낮출수록 별이 많이 나오지만, 지구의 자전으로 인하여 별이 길게 궤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북극성 주변일수록 그리고 광각렌즈일수록 별이 조금 흐르는데, 촬영된 사진을 최대 확대해서 확인해보면서 촬영하면 됩니다. 여기에서 본인의 취향이 작용합니다. 화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별이 많이 나오는 것이 좋다면 노출을 더 주면 됩니다.
* 작가의 특별 노하우
깜깜한 밤에 보는 액정화면은 실제보다 매우 밝게 보입니다. 액정으로 볼 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컴퓨터에서 확인해보면 노출 부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촬영 후 확인할 때 히스토그램을 같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3) 기타 설정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밤하늘의 색깔이 있는데, 대개 검푸른 밤하늘을 좋아합니다. 이런 색깔은 ‘태양광’보다 낮은 ‘형광등’이나 ‘백열등’으로 화이트 밸런스를 설정하면 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RAW 파일로 촬영하고 나중에 컴퓨터에서 편집할 때 조절하는 것입니다. RAW로 촬영하면 Adobe 라이트룸에서 불러들일 때 자동으로 핫픽셀을 지워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RAW 파일로 촬영하면 보정작업에서 많은 좋은 점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RAW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별을 찍을 때에는 별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별자리를 익히고 촬영하러 간다면 더욱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은하수를 찍고 싶다면 잘 보이는 계절에 가야 하는데, 4월이라면 새벽에 뜨기 시작하고, 6월이면 초저녁에 뜨기 시작해서 자정에 높이 떠올랐다 새벽에 지고, 9월이 되면 해가 지면 서쪽하늘에 잠시 걸려 있다 이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갑니다. 아무래도 맑은 하늘이 많은 것은 가을, 겨울철인데, 은하수는 없지만 밝은 일등성들이 많습니다.
* 작가의 특별 노하우
우리나라에서 별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난감한 일은 렌즈에 이슬이 내리는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핫팩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핫팩을 잘 흔들어 주머니에 넣고 따뜻해지면 렌즈 위에 올려놓거나 렌즈 옆에 둘러주기만 하면 이슬이 내리지 않습니다.
서호주에서 촬영한 남십자성과 에타카리나성운의 사진입니다. 소프트 필터를 사용해서 밝은 별이 부드럽게 번지게 표현했습니다. 천체추적장치를 이용해서 30초의 노출에도 별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 작가의 특별 노하우
디지털 카메라의 해상도가 매우 높아져서 사람의 눈으로 본 것보다 날카로운 인상의 사진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들도 너무 많이 찍혀서 별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본 인상과 비슷하게 찍기 위해서 소프트 효과를 주는 필터들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필터를 사용하면 밝은 별 주변이 부드럽게 번지면서 보다 낭만적인 느낌의 밤하늘을 만들어줍니다. 보통 Kenko사에서 나온 Pro Soften-A 필터를 많이 씁니다.
스페인의 라팔마 섬의 천문대에서 은하수를 촬영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들에 세계적인 천문대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짧은 시간 노출에도 이렇게 많은 별이 촬영되었습니다.
이렇게 빛공해가 없는 곳에서는 은하수가 물에 비쳐 보일 정도입니다. 너무 깜깜해서 ISO를 6400까지 올려야 했습니다.
고사목과 은하수를 담았습니다. 달이 없는 밤에는 배경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약한 조명을 사용해서 고사목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핸드폰의 화면을 흰색으로 해서 조명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서부 사막지대의 기암괴석과 은하수를 촬영했습니다. 배경과 은하수가 같이 있을 경우 둘 다 선명하게 촬영하려면 렌즈는 피사계심도가 깊은 광각렌즈를 사용하고, 무한대에 초점을 맞추어도 앞의 바위에 초점이 흐려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촬영합니다.
2017년의 개기일식을 소니 a9으로 촬영했습니다. 소니 a9이나 소니 a7R III와 같은 최신기종에는 흔들림이 전혀 없는 전자셔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8K와 같은 고해상도 촬영이나 망원경 등을 이용한 촬영과 같이 아주 미세한 흔들림에도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미러 쇼크가 없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입니다.
4K x 4K Real time Aurora Substorm (2015.3.16. 00:41~) from kwon, o chul on Vimeo.
소니 a7S 시리즈의 초고감도를 이용하면 밤하늘의 오로라를 실시간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오로라가 보이는 극지방에서는 소니 a7S 카메라를 이용해서 오로라의 실제 움직임을 생생하게 촬영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위 영상은 소니 a7S 카메라 여러 대를 이용, 동시에 밤하늘 전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이어 붙여 만든 영상입니다. 천체투영관의 돔 스크린이나 VR 헤드셋을 쓰고 보는 용도의 영상입니다.
A Starry Night of La Palma from kwon, o chul on Vimeo.
위 영상은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스페인령 라 팔마 섬에서 a7R II로 촬영했습니다. 사진을 연속해서 계속 촬영하면 이 사진들로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밤새도록 촬영하기 위해서는 NPA-MQZ1K와 같은 별도의 외장 전원공급장치를 이용하면 됩니다.
* 작가의 특별 노하우
타임랩스나 일주사진을 위해 사진을 연속으로 계속 촬영할 경우, 메뉴로 들어가서 <장시간 노출 NR> 기능은 ‘끔’으로 설정합니다. 이 기능을 켜 놓으면 노출시간이 두 배로 걸리기 때문에 연속 촬영에 간격이 생겨서 좋지 않습니다. 또, 타임랩스와 같이 짧은 시간에 노출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 커스텀 셋팅에서 휠에 ISO 변경을 지정하고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카메라에 달린 휠 세 개에 각각 조리개, 셔터속도, ISO가 할당되는 것입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노출 조절이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천체사진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별을 보러 가는 것이고, 기왕이면 좋은 카메라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의 삼박자를 잘 맞추셔서 보다 많은 분들이 멋진 별 사진을 촬영하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권오철 작가의 천체사진 촬영 노하우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알찬 노하우들이 많아 천체사진 촬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소니 포스트는 더 많은 사진작가들의 촬영 노하우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