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오리지널리티’라는 메인 카피와 함께 공개된 a7RM3의 광고영상이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 및 사진애호가분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광고에 등장한 멋진 장소들과 감동적인 사진들에 대한 관심은 물론 한국인 최초로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Sony Global Imaging Ambassador)로 선정된 김주원 작가가 모델로 등장하며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총 3회로 구성된 김주원 작가의 제주 포토 에세이를 통해 ‘프로의 오리지널리티’ 영상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겠습니다.
#1. 8개의 장면, 8개의 이야기
이 광고를 본 많은 분들이 각각의 촬영 장소를 궁금해하셨고, 심지어 외국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제주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역시 제주에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속살을 조금이나마 살펴본 느낌입니다. 광고 촬영에 나왔던 장소가 어떤 곳인지 이 글을 통해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지명도 있고 저 역시 처음 만나는 장소도 있으니 참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Scene 1. 아경 사진
첫 장면에 나온 야경 사진은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성산 주변의 야경입니다. 당시 성산일출봉 꼭대기까지 올라가 야경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삼각대를 세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중간쯤에서 담은 이 사진은 SEL1635GM 렌즈의 28mm 화각으로 세로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은 것이며 중간에 구름의 움직임을 보면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촬영하고 바로 비가 강하게 내려 하산했습니다.
#Scene 2. 파도 장면
제주 공항 오른편 화북동의 별도연대 근처의 절벽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이 사진은 모든 광고 촬영을 마치고 철수하는 아침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별도연대 주변은 관광객이 많이 없고 한적해 바다를 감상하기 좋습니다. 이렇게 파도가 강하게 칠 때는 보통 간조와 만조 사이의 중간 시간인데 그 시간과 날씨가 가장 적당할 때를 체크하여 찾아 촬영했습니다. 사실 제가 영상에서 서 있는 절벽 근처는 위험하니 파도가 심할 때는 가급적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Scene 3. 동굴 장면
협재해수욕장 근처 제주 한림읍의 금릉 석물원 내의 정여굴에서 촬영했습니다. 관광객이 오지 않는 저녁 늦게 촬영했는데, 동굴 내의 모든 라이트를 끄니 정말 어둠밖에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광고에 사용된 플래시 라이트는 비행기로 운송할 수 없어서 촬영 2주 전, 선박으로 미리 운송하여 광고 촬영쯤 수령 후 촬영했습니다.
#Scene 4. 말이 뛰는 장면
이곳은 산굼부리 근처의 개인 농장에서 촬영했습니다. 농장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수십 년째 말들을 평야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있으며, 주변 오름과 평야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많은 분이 이곳에 대해 문의를 하셨지만, 사유지라 허가를 받지 않으면 출입은 불가합니다.
#Scene 5. 숲길 장면
이곳은 제주도에서 아주 유명한 사려니 숲에서 촬영했습니다. 촬영 당시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숲의 깊고 짙은 컬러를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고, 분위기 있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광고 촬영 팀에서 들은 바로는 이 장소에서 아이유양과 함께 소니 오디오 광고를 촬영했다고 하더군요. ^^
#Scene 6. 절벽을 걷는 장면
제주 남부의 외돌개 근처에서 촬영한 장면입니다. 이날 아침 저 절벽을 얼마나 걷고 뛰었는지 모릅니다. 외돌개의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아이슬란드의 어느 장소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Scene 7. 오름을 걷는 장면
제주 동부의 용눈이 오름에서 촬영한 장면입니다. 용눈이 오름은 그 동안 몇 번 올랐지만 제가 방문했던 날은 빛과 구름이 너무 좋았습니다. 왜 김영갑 사진작가가 용눈이 오름을 가장 사랑했는지 알 것 같더군요.
#Scene 8. 마지막 장면
이 영상의 하이라이트이자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마지막 풍경은, 제주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입니다. 제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오름. 이곳에서의 고화질의 사진을 얻기 위해 매일매일 30kg에 달하는 무거운 장비를 이끌고 혼자 오름을 오르던 기억은 제게 여러 물음을 던지게 된 계기였습니다.
#2.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황홀을 담다
영상의 하이라이트인 다랑쉬 오름 작품은 이번 제주 촬영에서 제가 가장 애정이 가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제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다랑쉬 오름은 오르는 데만 약 4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그야말로 등산 코스입니다. 가벼운 등산복 차림이면 모르지만 더운 여름 새벽,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새벽 해가 뜨기 전 매일매일 그곳을 오르는 일은 일종의 마음 수양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르는 동안 땀이 비처럼 쏟아지고 정상에 오를 때쯤 다리는 후들거립니다. 다랑쉬 오름부터 맞은편 작은 오름인 아끈다랑쉬 오름, 동쪽의 성산의 풍경, 해가 뜨는 장면까지 한 번에 보이는 샷을 얻기란, 제가 사전 촬영을 했던 1주일 동안 정말 운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장면이었습니다.
8월 말 당시,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의 내륙에는 엄청난 구름대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제주 역시 그 구름대의 영향을 받아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다랑쉬 오름을 1주일 내내 새벽과 저녁에 매일매일 올랐는데, 최종 결과물은 제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다랑쉬 오름 결과가 날씨나 구름, 빛 때문에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시도한 결과가 행운을 가져다줬습니다. 그날 숙소에서 차를 몰아 다랑쉬 오름으로 가는 도중에도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오르는 거니 어쨌거나 마음을 비우고 올라 보기로 했죠.
위성 사진을 찾아보니 다행히 구름이 제가 있는 곳에서 동쪽의 성산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왠지 해가 뜰 때쯤엔 하늘이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비를 추적추적 맞고 정상으로 향하는 새벽, 비를 피하려고 몸을 숨긴 소나무 밑에서 놀라운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서 있는 곳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지만, 해가 뜨는 성산 방향에선 뭉게구름과 아름다운 황금빛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죠.
저는 그 자리에서 재빨리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1주일 내내 다랑쉬 오름에 올라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민첩하게 세팅을 하고 어떤 노출로 촬영해야 하는지는 이미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최종 결과물은 고화질은 a7R III를 활용한 기가 픽셀 파노라마(Giga Pixel Panorama)가 목적이었고, 그리고 하늘의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연속 브래킷을 활용한 HDR 파노라마 작업으로 가로 픽셀 1만 픽셀에 달하는 고화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단지 화질이나 디테일 같은 기술적인 면을 떠나 여러 빛과 날씨가 충돌하고 공존하여 만들어내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황홀한 시간과 장소에 제가 있었음에 감사하며 제게 주어진 시간과 장비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 만족합니다.
지금까지 a7R III와 함께한 김주원 작가의 제주 포토 에세이 Part. 2를 함께 보셨습니다. 60초의 영상만으로는 알 수 없는, 김주원 작가의 깊은 고뇌들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김주원 작가의 에세이 마지막 편인 Part. 3에서는 광고영상의 주제이기도 했던 ‘프로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김주원 작가의 생각을 들려준다고 하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