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코리아는 ‘2018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공개모집을 통해 총 12인의 프로 포토그래퍼를 선정하였습니다. 각각 뚜렷한 개성과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지니고 있어 소니 카메라와 함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12인의 프로 포토그래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정형화된 포즈가 아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며 즐기는 모습을 담아내는 키즈 패션 분야의 김태환 작가를 만나보겠습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태환
안녕하세요. 서커스 스튜디오의 포토그래퍼 김태환입니다. 프로로 데뷔한지 18년 됐고, 키즈 패션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밀크 매거진 코리아(Milk Magazine Korea)를 시작하면서 키즈 패션 포토그래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아직 한국에선 키즈 패션이란 분야가 뚜렷이 없어서 최근에 이 분야를 강화하고자 저 스스로를 키즈 패션 포토그래퍼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태환
©김태환
Q. 사진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진에 대한 저의 첫 기억을 말씀드릴게요. 초등학교에 다니기도 전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여행을 다녀오신 후 필름 두 롤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전 조용히 그 필름 두 롤을 가지고 부엌으로 가서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그 물속에 필름을 풀어 넣어놓고 가만히 지켜보았었습니다. 저는 분명 사진이 보일 거라는 믿음으로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아 필름에 상이 떠오르기를 계속해서 기다렸어요. 아마도 TV에서 현상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 분 후 아버지께서 제 엉뚱한 짓을 보시고 엄청 화를 내셨죠.
또,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노을이 지는 광경을 보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졌어요. 집으로 뛰어가 장롱 깊숙이 있던 카메라를 꺼내어 다시 놀던 장소로 헐레벌떡 뛰어가보면, 이미 해는 저물어 버렸던 적이 여러 번 있어요. 이렇듯 어떤 특별한 동기를 가지기 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태환
중학교 시절, 사진반 담당 선생님께서 어떤 사진을 보여 주셨는데 굉장한 새로움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장시간 카메라 셔터를 열어서 촬영한 사진으로, 도로 위의 차량 불빛이 전부 춤추듯 연결된 멋진 사진이었어요. 그 사진을 보고 사진이라는 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 찍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계기였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친구의 친구가 사진학과에 진학하려 입시 공부를 한다는 걸 듣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저도 목표를 사진학과로 정하고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Q. ‘배용준 사진집’으로 유명하신데, 키즈 패션 촬영으로 방향을 바꾸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영화 스틸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졸업하고 10편 정도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2004년, 배용준씨와 사진집을 진행하면서 업계에 알려지게 되었죠. 국내 최초의 사진집이었고, 상당히 흥행했어요. 그 후 연예인들과 다양한 작업을 했지만 그렇게 이미지가 고정되는 게 싫고, 패션, 매거진, 광고 분야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어요.
©김태환
제가 만들고 싶었던 포트폴리오는 ‘스토리가 있는 사진’이었어요. 영화 스틸 작업을 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촬영을 하기 위해서 제가 시놉시스를 만들었어요. 거리 기타리스트인 19세의 여자 주인공이 결혼하는 날의 이야기라고 해보죠. 30대의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 여자 주인공이 웨딩 메이크업을 다 받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갑자기 도망을 가는 거에요. 그러면서 일어나는 하루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요. 한 컷은 드레스를 입고 도망가는 모습을 찍어요. 공중전화에서 친구와 통화하는 장면, 펍에 혼자 있는 장면, 2층 버스에서 혼자 있는 장면. 그리고 다시 거리에 나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 주인공이 기타를 치는 장면으로 끝이 나요. 이렇게 총 12개의 시놉시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돌아왔어요.
©김태환
©김태환
국내 매거진들과 다양한 촬영을 진행하면서 키즈 패션 촬영을 처음 접하게 된 건 레몬트리 매거진과의 촬영이었어요. 그러면서 밀크 매거진까지 함께 하게 되었죠. 제 꿈은 브루스 웨버(Bruce Weber) 같은 사람이 되는 거에요. 7~80세가 되더라도 사진을 계속 찍는 거죠. 할아버지가 돼서도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사진을 촬영하고 싶어요.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있고 독보적으로 할 수 있을 분야가 저에겐 바로 키즈인 것 같아요.
©김태환, ILCE-7RM3 l F8 l 1/160s l ISO 200
Q. 작가님 사진을 보면 마치 동화 속 주인공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시는 주요한 메시지 혹은 컨셉이 있으신 가요?
제가 중요시하는 부분은 스토리 즉,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한 장이지만 그 안에 이야기가 보였으면 해요. 제가 그런 사진을 좋아해요. 단순히 멋있는 사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봤을 때 내용을 느끼고, 보는 사람이 사진 속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김태환
그리고 하나가 더 있어요. 바로 ‘냄새’에요. 사진에서 냄새가 났으면 해요. 풀 사진을 찍으면 풀 냄새가 났으면 좋겠고, 바다 사진을 찍는다면 바다 냄새가 났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찍었을 때 그 사람 냄새가 났으면 하고요. 저는 그게 뭐든 촬영하는 대상에 대해 집중해요. 아날로그도 좋아하는 편이고요. 피사체와 제가 소통하면서 피사체를 유심히 관찰하는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소통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외국인, 아이들처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눈빛만으로도 가능해요.
©김태환
©김태환
Q. 현재 밀크 매거진 코리아(Milk Magazine Korea)의 포토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신데, 키즈 패션 사진을 촬영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전 아이들을 무조건 놀게 합니다. 보통 5~6세 아이들을 모델로 촬영하는데, 아이들이 컨셉을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촬영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뛰어 놀라고 하는 편이에요. ‘의외성’이 중요해요. 정형화된 포즈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에서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촬영을 진행해요. 놀게끔 해야 원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성인 모델보단 촬영이 길게 진행돼요. 아이들은 금방 지치기 때문에 게임도 하고 간식을 주며 달래기도 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하고 있어요. 이해할 수 있는 나이대의 아이들에게는 역할놀이처럼 촬영 컨셉을 설명해주기도 해요. 오늘의 촬영은 어떤 이야기이고 어떤 역할을 맡는 건지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면 제가 원하는 걸 담을 수 있어요.
©김태환, ILCE-7M3 l F4 l 1/800s l ISO 400
©김태환, ILCE-7RM3 l F9 l 1/400s l ISO 640
©김태환, ILCE-7M3 l F3.5 l 1/3200s l ISO 200
©김태환, ILCE-7M3 l F1.8 l 1/640s l ISO 200
Q. 작가님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가장 애착 가는 프로젝트는 바로 제 아이들을 찍는 거에요. 1년에 한 번씩 촬영할 계획이에요. 작년부터 시작했어요. 표지를 선정하고 하나의 책을 만들었죠. 매년 컨셉을 달리 하고 가족 사진 페이지로 끝나는 책이에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야외에서도 촬영을 했는데 영화 포스터 등에서 영감을 받아 낙엽이 많은 숲 속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캐릭터와 함께 합성을 한 사진들도 있어요.
©김태환
Q. 최근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사진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아프리카에는 3번 가봤어요. 잠비아(Zambia), 니제르(Niger), 차드(Chad). 올해 간 곳이 차드였어요. 굿네이버스 단체와 거의 매년 재능 기부로 함께 하고 있어요. 저희가 방문하는 곳은 여행으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요. 그곳에 가서 아이들을 보면 사진을 찍어요. 말은 한마디도 통하진 않지만 사진을 찍겠다고 눈빛으로 얘기하는 거죠. 애들한테 나무 위로 올라가라고 해서 찍은 사진도 있어요.
©김태환
풀 더미를 이고 지나가는 아이를 찍은 사진도 있죠. 이번에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소똥을 카메라처럼 들고 사진 찍는 제 모습을 흉내 내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순간 ‘저 아이가 제 모습을 보고 나중에 커서 포토그래퍼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제 사진이 그 아이들을 돕는데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어요.
©김태환, ILCE-7M3 l F8 l 1/250s l ISO 1000
Q. 소니 카메라와 렌즈를 직접 사용해보신 소감과 선호하시는 기종이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만져본 소니 카메라 제품은 a7 III 제품이었어요. 처음엔 미러리스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다들 가볍고 좋다고 해서 테스트 겸 사서 촬영해봤어요. 그런데 AF가 너무 빠르니까 아이들 찍는데 특히나 좋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이전에는 촬영된 사진이 포커스가 나가서 못 쓰는 일이 많았는데, 그런 일이 현격히 줄었죠. 현재는 a7R III, SEL24105G, SEL90M28G를 사용하고 있어요. 제 작업에는 a7R III가 잘 맞는 것 같아서, 계속 소니 카메라를 사용할 거 같아요.
©김태환, ILCE-7RM3 l F8 l 1/160s l ISO 200
Q. 앞으로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은 게 하나 있어요. 콩고에는 사퍼(Sapeur)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콩고에서 내전이 발생하고 힘든 시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로 브랜드 옷을 구해서 입는 멋쟁이들이죠. 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국식 사퍼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만의 스타일을 담아서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공간인 동묘, 옛날 지명으로는 청계천 8가에서 작업이 진행될 거에요. 상상해본다면 키즈 모델들이 좌판을 깔고 산처럼 쌓여 있는 옷 더미 속에서 뒹굴고 그런 모습들을 담는 거죠. 굉장히 재미있을 거 같아요.
©김태환, ILCE-7RM3 l F4.5 l 1/125s l ISO 100
©김태환, ILCE-7RM3 l F7.1 l 1/125s l ISO 100
©김태환
©김태환, ILCE-7M3 l F1.8 l 1/60s l ISO 125
©김태환
©김태환
©김태환
©김태환 l ILCE-7RM3
지금까지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김태환 작가의 인터뷰를 만나보셨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 무조건 놀게 한다는 김태환 작가의 촬영 노하우 덕분인지 사진마다 넘쳐 나는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도 김태환 작가와 소니가 함께 만들어 나갈 작품들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