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최근에는 레트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디오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특유의 매력을 담은 아날로그 레코드 사운드를 좋아하는 분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2018년 가을, 소니는 디지털 음원에서도 아날로그 레코드 특유의 자연스러운 음색과 풍부한 보컬, 스테레오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바이닐 프로세서(Vinyl Processor)’를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아날로그 레코드로 단순한 향수만이 아닌 고음질도 느낄 수 있도록 오랫동안 소리를 연구해온 소니의 베테랑 엔지니어와 함께 바이닐 프로세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아날로그 레코드의 소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Q. 먼저 ‘바이닐 프로세서’ 기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카나이
아날로그 레코드를 들어보면 음악을 맑고 좋은 소리로 들려주는 특유의 음향 현상이 있는데, 그것을 DSP 기술로 재현한 것이 바이닐 프로세서입니다. 아날로그 레코드는 디지털 데이터나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를 기반으로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반드시 물리적인 열화가 발생합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일반적인 아날로그 레코드는 재생 대역이 20kHz를 만족하지 못합니다. 비교적 큰 노이즈나 잡음이 더해지고, 좌우 분리도 좋지 않습니다. ‘트래킹 에러’나 ‘트레이싱 에러’라고 하는 여러 가지 뒤틀림도 발생합니다.
반면 디지털 음악을 재생할 때는 이러한 열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은 듣기가 좋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아날로그 레코드 소리도 듣기 좋은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아날로그 레코드를 재생할 때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원래의 음원과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음악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몇 가지의 비밀이 있습니다.
이전부터 한가지 분명하게 알려져 있는 것은 카트리지가 악기처럼 움직이며 울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수많은 이유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카트리지는 음악을 각색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바이닐 프로세서’는 오랜 세월 쌓아온 저의 엔지니어링 경험을 통해 터득한 세 가지의 음향현상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재현한 기술입니다.
Q. 말씀하신 세 가지 음향 현상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카나이
네. 첫 번째는 톤 암의 저음역 공진(톤 암 공진)입니다. 레코드 플레이어의 톤 암은 바늘을 거쳐서 레코드판에 올라탑니다. 바늘과 암 사이에는 고무가 끼어 있지만,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는 않아요.
고무는 용수철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톤 암은 재생 중 항상 상하로 작게 공진하고 있으며, 재생 파형에도 그 세세한 진동 파형이 들어옵니다. 이 주파수 대역은 약 10Hz 전후로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이지만 스피커는 확실히 반응합니다. 레벨은 작지만, 전후가 부들부들 움직이고 있지요.
Q.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카나이
스피커나 헤드폰의 유닛도 그렇지만, 엣지나 댐퍼는 무음일 때 정지 마찰 때문에 잡혀 있습니다. 거기에 미세한 소리가 들어와도 어지간해서는 움직이기 힘듭니다. 일반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음악 신호가 작을 때도 엣지와 댐퍼의 움직임은 나빠집니다.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활동 정도를 ‘초동 감도’라고 하는데, 고급 스피커는 이것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비용을 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톤 암의 저음역 공진이 발생하면 유닛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다가 초동 영역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는 ‘워블링’이라고 불리며, CD플레이어 서브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했던 기술입니다. 이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초동 감도가 올라간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소리의 시작과 저음의 대역이 좋아집니다. 또한, 레벨이 낮은 간접 소리 성분을 표현하는 성능이 올라가므로, 공간감도 풍부하게 들리게 됩니다.
Q. 디지털을 재생할 때는 유닛의 예비 운동이 없는 거군요?
카나이
네. 이 현상은 아무리 비용을 들여도 변하기 힘든 유닛의 운동 특성을 개선시켜줍니다. 아날로그 레코드를 재생할 때 볼륨이 크면서 음질도 좋은 비밀 중 하나지요.
Q. 그럼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카나이
두 번째는 아주 미세한 표면 노이즈와 스크래치 노이즈입니다. “CD는 노이즈가 없으니 듣기 좋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노이즈는 음질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음질 부분에서 노이즈의 레벨과 형태(도수 분포)가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Q. 그 치직하거나 파직하는 노이즈 인가요?
카나이
아뇨, 그건 너무 커서 음악을 방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먼지 때문에 생긴 것으로, 깨끗이 닦아내면 거의 없어집니다. 긁힌 자국은 어쩔 수 없지만요. 바이닐 프로세서에서 주목한 것은 조금 다른 노이즈입니다.
아날로그의 레코드 노이즈는 우선 “싸악” 하고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것을 ‘표면 노이즈’라고 합니다. 이 노이즈의 주파수를 분석하면, 1kHz 정도의 중음역보다 낮은 대역에서는 저음역만큼 올라가고 있고, 중음역보다 높은 대역에서는 거의 평탄하다고 할 정도로 매우 독특한 분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레코드에서 밖에 볼 수 없는 매우 그럴듯한 노이즈 패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작은 레벨의 스크래치 노이즈도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먼지를 깨끗이 닦아내도 발생하는 것으로, 증폭시키면 “치직, 파직”하고 들리지만, 보통은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서 존재합니다.
Q. 그렇다고 해도, 노이즈는 노이즈 아닌가요? 그게 음질에 어떤 좋은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카나이
네, 말씀주신 것처럼 노이즈는 노이즈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노이즈가 아닙니다. 첫째로, 이 독특한 도수 분포는 앰프 특유의 표준 이퀄라이저를 조절하고, 염화비닐 재료를 여러 차례 만들어낸 선구자들의 선물입니다. 그 결과, 이 노이즈가 내재되었으며, ‘필수적인’ 구성 요소가 되었습니다.
노이즈의 볼륨 레벨 또한 중요한데요. 볼륨 레벨이 너무 높으면 시끄러워서 방해가 됩니다. 하지만 적당한 경우라면 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바이닐 프로세서는 실제로 아날로그 레코드를 재생할 때 발생하는 노이즈를 참조했습니다. 따라서 도수 분포는 진짜 레코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스크래치도 섞여 있지만, 일반적은 레코드판보다는 적은 양의 노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레코드는 생산연도에 따라 노이즈의 양이 다른데요. 바이닐 프로세서에서는 테스트 레코드용으로 만들어진 로우 노이즈를 실현한 고품질 레코드판의 퀄리티를 기준으로 하여, 그보다 더욱 적은 쪽으로 맞추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만으로도 아날로그 레코드를 재생하는 급의 품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Q. 노이즈를 재생하면 음질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 건가요?
카나이
네. 우선 톤 암 공진과 마찬가지로, 극소 노이즈 성분의 스코커나 트위터의 초동 감도 향상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헤드폰 같은 풀 레인지의 유닛에서도 고음역에 대한 초동 감도가 올라가겠죠. 그러므로, 중음역이나 고음역에서도 음악 성분이 들리기 쉽게 됩니다.
실제로 바이닐 프로세서의 시작품을 길거리에서 사용해 보니, 보컬이나 심벌의 소리가 경음 중에서도 잘 들리게 되었습니다. 에어컨을 틀었을 때의 사악 하는 바람 노이즈 안에서도 역시 음악이 잘 들리게 되었죠. 실제로 초동 감도만으로 되는 것인지, 좀 더 다른 게 있을지는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Q. 그렇군요. 확실히 실제로 청음해 보면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소리를 듣게 되는 거네요. 신기해요. 마지막 세 번째 음향 현상도 궁금해졌습니다.
카나이
마지막 하나는 레코드판의 공진입니다. 레코드판이나 레코드플레이어는 악곡이 스피커를 울린 음압으로 진동합니다. 이 진동은 과연 유해할까요, 이로울까요?
Q. 유해하지 않을까요?
카나이
정답은 ‘이롭다’인데요, 물론 질이 안 좋은 플레이어의 진동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플레이어로 만들어진 판 진동은 아주 이롭습니다. 이 진동은 사실 여러분의 상상보다 레벨이 큽니다. 그리고 피크, 딥이 많고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 안에 음악성이 숨겨져 있는 거예요.
실은 최근 몇 년,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소리 튜닝을 도와주고 있는데요, 그 플레이어 ‘PS-HX500’에는 연주를 녹음하는 기능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질문입니다. 녹음할 때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는 게 좋을까요, 안 내는 게 좋을까요?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Q. 음, 내는 쪽이 좋을까요?
카나이
그렇습니다. 사실은 ‘PS-HX500’을 어느 평론가 선생님께 들려 드렸을 때 여흥으로 이 비교를 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놀랐습니다. 상상과는 다르게 소리를 내는 쪽이 좋네요.”라고 의외인 듯 말씀하셨죠. 실은 음압 때문에 생겨난 레코드판의 진동에는 요리로 말하자면 플레이팅을 해주는 효과가 있는 거죠. 메이크업을 하는 것과도 비슷할 것 같아요.
즉, 아날로그 레코드에 의한 음악재생의 마지막 조작은 레코드 플레이어, 그리고 스피커와 그 소리가 나오는 청음실이 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이때문에 보컬에 아날로그 레코드의 독특한 감정이 숨는 것이죠. 또한, 연주와 일체감 같은 것도 생깁니다.
참고로 이 플레이어에서 녹음할 때의 재생 레벨은 튜닝을 했을 때가 가장 좋았습니다.
Q. 하지만, 기계 공진을 신호처리로 바꾸는 것은 어려워 보이네요.
카나이
네. 우선 기본적으로는 실제 측정에서 얻은 판의 소리를 교사로 삼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 기능의 개발을 도와준 동료가 관리하는 청음실에서 생긴 판의 소리를 채용했습니다. 그 방에는 38㎝ 우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 본격적인 소리를 들어 보신다면 음악의 기준이 재정립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 현상을 전달함수로 바꾸게 됩니다만, 순식간에 2차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져를 7단이나 사용해 버렸습니다. 어떻게 해도 높은 Q가 필요해서 개발부에 이퀄라이저의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계속해서 각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의 레벨이나 Q를 조정했습니다. 이 작업이 레코드플레이어를 튜닝하는 느낌과 매우 똑같았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좋은 점만을 가져와 이제까지 없었던 소리를 재현"
Q. ‘아날로그 레코드의 음질을 재현’한다고 하면 소리를 열화시켜 추억을 판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실은 제대로 고음질이 된 이유가 있었던 거로군요. 오히려 아날로그 레코드의 약점은 버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좋은 점만 가져온다는 게 획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나이
그렇죠. 걸리지 않고, 회전이 멈추지도 않습니다. 아날로그 레코드를 커팅할 때는 10kHz 이상 성분이 커져 버리면 억제되는 경우가 많고, 저음역도 좌우 차이나 위상 차이가 크면 바늘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세퍼레이션을 희생합니다. 바이닐 프로세서에서는 우선 이런 것들이 전혀 필요 없죠. 바이닐 프로세서는 노이즈 같은 건 더하지만, 원래 디지털 소스의 음악은 일절 건드리지 않는 겁니다.
고해상도의 사운드는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레코드로 만들 수 없지만, 바이닐 프로세서를 사용한다면, 음원의 인포메이션 볼륨을 거의 잃지 않고 그대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레코드를 재생할 때의 좋은 현상만을 디지털 재생에 반영시켜 생긴 소리. 이것은 ‘아날로그 레코드로부터 학습된 새로운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소니의 첫 분리형 CD플레이어 ‘CDP-R1’을 설계한 엔지니어입니다. 그 당시, 저는 자진하여 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 레코드가 없어지고나서 제 자신이 음악을 들을 기계가 형편없는 소리를 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CDP-R10’을 설계하면서 CD의 결점을 모두 해결했다고 확신합니다.
그 결과, 아날로그 레코드에서는 낼 수 없을 것 같던 소리를 아주 확연히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날로그만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여전히 존재했죠. 그 이후로, 아날로그 레코드와 디지털 재생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계속 가져왔습니다.
즉, ‘바이닐 프로세서’라는 것은 최근에 막 시작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CD플레이어를 설계했을 때부터 쭉 안고 왔던 컨셉의 표현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연구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몇 명의 동료에게 청음을 부탁했습니다. 그것이 사내에 좋게 소문이 퍼졌으며, 아날로그 레코드를 재평가하자는 여론에 힘 입어 마침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Q. 우선 워크맨에 탑재되겠네요.
카나이
네. ‘바이닐 프로세서’에는 세 개의 음향효과가 있고 그것을 모두 켜 두는 것이 기본이지만 워크맨에서는 톤 암 공진, 서피스 노이즈, 턴테이블 피드백 중에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일부 기종은 전체의 온/오프만 가능). 이것은 고급 워크맨을 사용하고 계신 매니아 레벨의 분들이 하나하나 효과를 확인하여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세 개 전부를 사용하는 ‘스탠다드’ 모드와 ‘톤 암 공진’, ‘턴테이블’, ‘표면 노이즈’ 세 개를 각각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어 주신 오디오 팬 여러분께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카나이
오랜 기간 오디오를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바이닐 프로세서’를 설명할 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오디오로 넘어왔을 때 잃어버린 것과 다시 마주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분들이 실제로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에 대해 바로 알아주십니다.
그렇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모르는 젊은 분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시제품 단계에서 몇 명의 젊은 스태프에게 들려줬더니 아날로그 레코드의 소리를 모르는 20, 30대 세대라도 듣기 좋은 것 같다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젊은 여성 직원이 “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는 굉장히 기뻤습니다.
워크맨에선 기존모델의 업데이트도 있으니 해당 제품을 갖고 계신 분께서는 부디 업데이트를 해서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해당 제품을 갖고 계시지 않은 분은 청음이 가능한 센터에 방문하여 직접 체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바이닐 프로세서’ 개발자 인터뷰를 만나보았습니다. 레코드의 감성과 디지털의 선명함을 모두 지닌 ‘바이닐 프로세서’ 기술을 청음샵에서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소니는 다양한 제품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드릴 예정이오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 드립니다.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