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코리아는 ‘2018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공개모집을 통해 총 12인의 프로 포토그래퍼를 선정하였습니다. 각각 뚜렷한 개성과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지니고 있어 소니 카메라와 함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12인의 프로 포토그래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풍경 사진을 통해 따스한 위로를 전달해주는 여행작가이자 풍경 사진가 백상현 작가를 만나보겠습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백상현
매년 한 권씩 책을 쓰는 게 목표이고, 아직까지는 매년 책을 내고 있습니다. 총 10권 정도 될 거예요. 제 본래 전공은 신간 ‘길을 잃어도 당신이었다’와 같이 제 감성을 담은 에세이이지만, 출판사의 제안으로 기회가 생겨서 스위스 가이드북 작업도 하게 됐습니다. 가이드북은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른 작업입니다. 가이드북은 독자에게 체계화된 정보를 전달하는 작업이니까요. 이게 제 나름의 도전이었는데, 책 반응이 좋아서 작년에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이라는 개정판도 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동유럽 소도시 여행도 다시 요청이 와서 개정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백상현,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Q. ‘2018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에 지원하신 계기와 선정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필름 카메라로 시작했고, 2002년쯤에 DSLR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갈아탔다가, 최근 풀프레임 미러리스가 트렌드로 떠오르길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 작가는 장비 트렌드도 함께 반영해야 독자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기회가 생겨 소니 a7R III와 a9을 사용했는데, 그 카메라만 들고 여행한 40일 동안 DSLR 카메라에 대한 생각이 안 났어요.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과 조작감이 좋았습니다. a7R III의 4,240만이라는 고화소로 풍경을 찍고 나서 확대를 하니까 디테일이 살아있더라고요. 그때, 미러리스만 써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원을 하게 됐고, 선정이 되어서 매우 잘 쓰고 있습니다.
©백상현, ILCE-7RM3 l SEL70200GM l F8 l 30s l ISO 100
©백상현, ILCE-7RM3 l SEL1635GM l F9 l 15s l ISO 100
Q. 사진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 특히 여행과 풍경 분야를 전문적으로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5일 간의 유럽여행을 갔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행의 임팩트가 강했나봐요. 계속 회사생활을 하는 게 행복한 길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더라고요. 여행할 때는 새로운 문화와 넓은 세상을 접할 수가 있는데, 내가 너무 갇혀 있는 것 같다는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넓은 세상을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죠.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1달을 일하면 1달을 여행할 수 있도록 그렇게 일을 했어요. 일은 고되었지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보습학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여름이랑 겨울에 한 번씩 여행을 갈 예정이니 한 달씩 빼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수용해주시더라고요. 그렇게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도중 첫 책이 발간된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학원 일을 정리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명절이 되면 같이 아르바이트했던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와요. 굉장히 즐거웠던 추억입니다.
©백상현
©백상현
©백상현
Q. 소도시 여행을 주로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도 첫 여행은 남들과 똑같이 파리, 로마, 런던에 갔어요. 그렇게 여행을 하다가 짬이 나서 근교 도시에 들른 거죠. 예를 들어 파리에 갔을 때, 기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고흐가 생애 마지막을 살았던 ‘오베르 쉬르 우와즈’라는 도시가 있어요. 고흐가 걸어 다녔던 밀밭, 묵었던 여인숙 등이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고, 고흐가 그림을 그린 장소라는 표시도 되어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작은 도시에도 볼만한 것, 스토리 그리고 소도시만이 주는 정감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이런 것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피렌체를 가더라도 며칠 시간을 내어 주변 소도시들을 찾아다니곤 했는데 그 덕에 제 여행 스토리가 남들과 차별화된 것 같습니다. 사진도 그렇고요. 늘 같은 것만 찍는 게 아니라 안 찍던 것도 찍을 수 있게 되니까 저만의 개성도 생기고 특별한 가치가 생긴 것 같아요.
©백상현, 고흐의 무덤
©백상현, 오베르 교회
©백상현, 오베르 밀밭
Q. 풍경 사진을 촬영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사진의 정의가 ‘빛으로 그린 그림’이잖아요. 특히 여행 사진은 주로 외부에서 찍으니까 ‘자연의 빛’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계절, 시간대, 그리고 날씨. 이 세 가지에 따라서 빛이 다 달라요. 그래서 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어느 계절, 어느 날씨에 가느냐에 따라서 이미지가 굉장히 다릅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에 굉장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데 갈 때마다 사진이 다르더라고요. 저에겐 언제 가장 아름다운 빛이 나타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 풍경에 맞는 계절, 시간, 날씨를 찾아 촬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상현
©백상현
©백상현, ILCE-7RM3 l SEL70200GM l F5 l 1/5000s l ISO 100
©백상현, ILCE-7RM3 l SEL1635GM l F18 l 6s l ISO 50
두 번째로는 ‘풍경’이라는 피사체와의 공감입니다. 저는 가급적 풍경을 오래 보면서 풍경이 저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지 느끼려고 노력해요. 이러한 점이 저만의 풍경 사진을 찍는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심장이 세게 뛸 때 셔터를 눌러요. 심장의 울림이 없을 때 찍는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도 아무 느낌을 못 준다고 생각합니다. 심장의 울림이 있을 때 촬영해야 해요. 풍경이 제게 말을 걸어오는 그 순간이요.
한 번은 제가 토스카나에 촬영을 갔는데 허허벌판 능선에 가느다란 사이프러스 한 그루가 심어져 있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넓은 벌판에 혼자 서있는 모습이 마치 제 모습 같았어요. 험하고 넓은 세상에서 혼자 꿋꿋이 서있는 거죠. 넓은 능선과 함께 그걸 담아내면 그게 제 사진이 되는 겁니다. 그걸 보면서 위로를 얻어요.
©백상현, 토스카나 구릉지
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고 싶어요. 인간관계, 일, 그리고 의도치 않은 상황 속에서, 상처받을 일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보통 여행을 통해 쉼을 얻고 싶다고 하죠. 저는 제 사진을 보는 분들이 정서적으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상현
©백상현
©백상현
Q.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촬영하는 노하우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백상현
©백상현
©백상현
©백상현
©백상현
©백상현, ILCE-7RM3 l F11 l 30s l ISO 100
©백상현, ILCE-7RM3 l SEL70200GM l F13 l 1/5s l ISO 100 토스카나
©백상현, ILCE-7RM3 l SEL70200GM l F5.6 l 1/1000s l ISO 100 토스카나
다음으로 이탈리아의 작은 소도시 스펠로(Spello)입니다. 아시시(Assisi)의 옆 동네로, 아시시를 갔다가 지도에 있길래 찾아갔던 소도시인데, 매년 6월 초에 가톨릭 축제인 ‘인피오라타 꽃 축제’를 열더라고요. 토요일 새벽부터 온 동네 길을 꽃으로 수놓아서 너무 예뻐요.
©백상현, 스펠로 꽃 축제
©백상현, 스펠로 꽃 축제
그러던 중 어느 한 ‘에노테카 프로페르지오(Enoteca Properzio)’라고 불리는 이탈리안 전통 와인 상점 겸 레스토랑이 멋있어서 기웃기웃하고 있었는데 안에서 주인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어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음식과 와인을 대접해 주었어요. 그러더니 음식값도 받지 않고,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거의 매년 방문하게 되었고, 이제는 가족처럼 지내고 있어요. 그 집 따님 결혼식도 초대받아, 결혼사진을 촬영해 선물로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집이 8대째 가업으로 200년 정도 된 이탈리아에서 네 번째로 오래되고 유명한 에노테카이더라고요. 혹시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 이탈리아 이름인 ‘실비오’가 추천해서 왔다고 하면 대접이 다를 겁니다. (웃음)
©백상현, 에노테카
©백상현, 에노테카
유럽 이외에는 볼리비아가 기억에 남아요. 보통 우유니 소금 사막을 많이 가시는데,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출발해서 칠레의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까지 2박 3일간 횡단하는 일정도 추천합니다. 칠레 국경까지 넘어서 가는 건데, 고도가 높아서 늘 고산병이 오고 샤워도 딱 5분 만에 해야 하고 모든 게 열악해요. 그렇지만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 중간중간 호수가 있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수천 마리의 홍학들이 살고 있어요. 여행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꼭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상현, 볼리비아 호수
©백상현, 볼리비아 호수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시코쿠라는 섬이 있습니다. 일본의 큰 섬 중에 가장 아래쪽에 있는 섬이에요. 시코쿠에서 특히 나오시마 섬에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과 노란 호박의 장식이 유명해요. 일본에서도 시골인 지역인데 현지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좋은 곳이었어요. 소니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로 현재 시코쿠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상현, ILCE-7RM3 l SEL1635GM l F2.8 l 1/3200s l ISO 100 시코쿠
©백상현, ILCE-9 l F1.4 l 1/4000s l ISO 100 시코쿠
국내는 경주가 좋았습니다. 대릉원 위로 구름이 흘러가는 풍경들을 보면서 국내도 갈 곳이 많다고 느꼈어요. 저는 옛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게 너무 좋아요. 경주에 가면 천 년 된 왕릉이 있고, 그 옆에 트렌디한 카페가 같이 있잖아요. 그걸 보고 있으면 시간 여행자가 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백상현, ILCE-7RM3 l SEL1635GM l F16 l 13s l ISO 100 경주
©백상현, ILCE-7RM3 l SEL1635GM l F16 l 5s l ISO 100 경주
Q.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프로젝트도 궁금합니다.
2월에 ‘백작가 따라 사진 여행’ 시리즈로, 15명의 인원을 데리고 인도 출사 여행을 떠날 예정이에요. 제가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좋을지 코치도 하고 위치 방향도 잡아주고, 조작도 도와드리는 거예요. 안전 문제 때문에 저 이외에도 로컬 가이드, 국내 인도 전문가가 같이 가요. 그때에도 소니 a7R III을 가져갈 예정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애착이 가는 작품은 제 데뷔작이었던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입니다. 그 책은 제목으로 소도시 여행을 달았던 첫 책으로서, 제 여행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해준 책이에요. 그리고 신간 ‘길을 잃어도 당신이었다’도 제가 쓰고 싶은 걸 그대로 담아낸 책이기 때문에 이 두 책이 저한테 특히 애착 깊은 작품들입니다.
©백상현,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백상현, 길을 잃어도 당신이었다.
‘저는 이 장면 앞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라는 말을 전하듯이 제 나름의 말을 곁들이고 싶어서 시를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래도 많이 듣고 시집도 많이 읽고 있어요. 특히 풍경 작가와 사진작가는 감성이 살아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노력을 해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상현, ILCE-7RM3 l F18 l 13s l ISO 100
©백상현, ILCE-7RM3 l SEL85F14G l F1.4 l 1/1250s l ISO 100
©백상현, ILCE-7RM3 l SEL70200GM l F5 l 1/1000s l ISO 100
©백상현, ILCE-7RM3 l F18 l 30s l ISO 100
©백상현, ILCE-7RM3 l F2.8 l 1/5000s l ISO 100
지금까지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백상현 작가의 인터뷰를 만나 보셨습니다.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만의 감성을 전달하여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개척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백상현 작가와 소니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작품들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