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절기, 입동이 다가왔습니다. 절로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찬 바람과 밖에 나왔을 때 코 끝을 스치는 겨울 냄새에 ‘가을이 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드는데요. 어쩐 일인지 해마다 가을이 지나가는 게 느껴질 때면 늘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자리를 잡습니다. 가을 분위기에 물들게 해주었던 가을꽃들이 질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 가을꽃과 나무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단풍
싱그러운 녹음이 알록달록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순간,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죠.
ⓒleeruda_photo, Alpha 7 III | SEL85F18 | F1.8 | 1/8000s | ISO200
10월 제주도 한라산에서 촬영한 단풍의 모습입니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무렵, 산이나 숲길 곳곳을 발 닿는 대로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요.
ⓒleeruda_photo, A7 III | SEL2470GM | F6.3 | 1/400sㅣISO200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저마다 다른 색의 단풍잎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색감과 청명하고 푸른 하늘에 심취했던 추억을 떠올려 보세요. 단풍잎을 코팅해서 책 사이에 끼워두었던 초등학생 시절, 단풍이 만개한 곳으로 친구, 연인과 나들이를 갔던 때를 생각하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그려져 있을 거예요.
ⓒryufill_foto, A7 III
단풍은 바로 앞에서 보는 것도 예쁘지만, 단풍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산과 숲, 길거리를 멀리서 바라볼 때의 매력도 상당합니다. 특히 해질녘 노을 햇빛을 듬뿍 머금었을 때 보면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풍경에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느낌이 들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물들인 단풍을 사진으로 담아보며 하루를 정리하는건 어떨까요? 😊
은행
봄에 개나리가 있다면 가을에는 은행잎으로 길목이 노랗게 물듭니다. 단풍과 함께 가을의 고유명사라고도 불리죠.
ⓒryufill_foto, A7 III
10월 말, 거창군 거창읍 의동 마을 은행나무길 입구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약 100여 미터를 수놓은 은행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는 명소로 유명한 곳인데요. 은행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벌레 차단 효과가 높다는 가로수로서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대부분 30m 이상 쭉 이어져 있습니다.
ⓒryufill_foto, A7 III
덕분에 색이 가장 예쁘게 여무는 10월 중순부터 말에는 댕댕이와 그냥 산책을 할 때도, 친구와 잠깐 길가의 벤치에 앉아서 쉴 때도 이렇게 황홀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죠. 스팟만 잘 잡으면 가끔씩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은행잎이 꽃비처럼 휘날리는 진풍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은행잎은 잎 크기가 커서 바람에 나부낄 때 사진을 찍어도 벚꽃처럼 잎이 작은 것들보다 초점이 잘 잡힌답니다. 이 점을 활용해서 인생샷 혹은 풍경샷을 촬영해 보세요.
ⓒryufill_foto, A7 III
은행의 또 다른 묘미는 잎이 울창하게 우거져서 지기 시작할 때쯤, 위 사진처럼 바닥에 수북이 쌓인다는 점인데요. 포토존만 제대로 찾으면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단풍이 함께 있는 곳이라면 노란색과 빨간색의 색감 대비가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풍경샷을 촬영할 수 있답니다. 문득 가을이 그리워진다면 길을 가다가 하나 찍어본 은행 사진 하나만 앨범에서 꺼내보세요. 가을이 다시 찾아온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억새
단풍과 은행이 가을의 화사함을 북돋워준다면, 억새는 가을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와 정취를 자아냅니다.
ⓒleeruda_photo, A7 III | SEL2470GM | F5.6 | 1/1000 | ISO250
푸른 바다와 파스텔 톤의 맑은 하늘이 아름다운 이곳은 제주도 올레길 18코스에 속해있는 닭머르길이라는 곳인데요. 완만한 곡선의 올레길을 가득 메우고 있는 드넓은 억새밭이 이 동화 같은 풍경을 완성해주고 있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의 말에 따르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넋을 놓게 되지만,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흔들릴 때 억새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마치 파도 소리처럼 들려서 눈은 물론이고, 귀도 즐거워진다고 해요.
ⓒleeruda_photo, A7 III | SEL2470GM | F5.6 | 1/1000 | ISO250 / ⓒ_gnal, Alpha 7R III | SEL2470GM l F4.5ㅣ1/50s l ISO125
제주도 청초밭과 새별오름에서 촬영한 억새밭입니다. 똑같은 억새라도 사진의 분위기가 다른데요. 아침이나 낮에 가면 하늘과 주변의 녹음과 어우러져서 상쾌하고 밝은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일몰 때 가면 붉게 물든 하늘과 구름이 비추는 빛 덕분에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잎 부분이 투명한 아이보리 색이라 의상 색깔과 스타일에 따라 다른 느낌의 사진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팁도 기억하세요.
맨드라미
붉은 색감에 어울리게 꽃말 또한 ‘시들지 않는 사랑’인 맨드라미입니다. 잎이 풍성해서 마치 부케를 연상케 하는 9월의 대표 가을꽃이죠.
ⓒ_gnal, A7R III | SEL2470GM | F4 l 1/2000s l ISO100
제주도 보롬왓 농장에서 촬영한 맨드라미의 모습입니다. 정열적인 붉은 잎이 초록의 녹음과 색감 대비를 이뤄서 눈이 더 즐거워지는데요. 잎 모양이 닭벼슬을 닮았다고 해서 ‘계관화’라고도 불리는 맨드라미는 기후와 온도에 따라서 11월까지도 꽃이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해요.
ⓒ_gnal, A7R III | SEL2470GM | F4 l 1/4000s l ISO100 / ⓒ_gnal, A7R III | SEL2470GM | F3.5 l 1/2500s l ISO100
핑크뮬리
ⓒ_gnal, A7R III | SEL2470GM | F4.5 l 1/800s l ISO100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촬영한 핑크뮬리의 모습,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핑크뮬리는 방이 트여 있고 적당히 습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는 특성이 있어서 주로 고지대에서 키우는데요. 이 점을 이용해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도를 잡으면 핑크 뮬리와 주변 풍경을 한 프레임에 쉽게 담을 수 있습니다. 좀 더 감성적인 연출샷도 가능하고요.
ⓒ_gnal, A7R III | SEL2470GM | F4.5 l 1/1000s l ISO100 / ⓒ_gnal, A7R III | SEL2470GM | F4.5 l 1/800s l ISO100
사진에 담길 인물과 촬영자의 시선을 같은 높이에 맞추면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인물샷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우측 사진처럼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제스처를 이용하면 같은 구도, 다른 배경의 사진을 동시에 찍을 수도 있고요. 핑크뮬리의 아름다움과 함께 서로의 추억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이죠.
코스모스
가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꽃, 코스모스입니다. 분홍색, 빨간색, 흰색 등 다양한 색감으로 여행지에서, 길거리에서, 산에서 늘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죠.
ⓒ_gnal, A7R III | SEL2470GM | F2.8 l 1/4000s l ISO100
알록달록 어여쁜 코스모스를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나들이를 가고 싶어지는데요. 학교 가을 소풍을 갔을 때, 친구들과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 등 가을이면 언제나 우리의 곁에 코스모스가 다가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_gnal, A7R III | SEL2470GM | F2.8 l 1/3200s l ISO100 / ⓒ_gnal, A7R III | SEL2470GM | F3.5 l 1/2000s l ISO100
문득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보고 싶다면 언제든 앨범에서 코스모스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세요. 사진 스타일과 구도는 제각각이어도 아마 사진 속의 우리는 하늘이 아주 맑고 쾌청했던 날, 코스모스만큼이나 환하게 웃고 있을 거예요. 기분이 좋은 날이면 생각나는 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언제, 어디에, 누구와 있어도 행복감을 더해주는 코스모스가 계속 우리의 즐거움으로 남아있길 소망해봅니다.
메밀꽃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메밀꽃입니다.
ⓒ_gnal, A7R III | SEL70200GM | F2.8 l 1/640s l ISO100
드넓은 초원에 솜이 내려앉은 듯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메밀꽃은 가을 특유의 정취에 젖게 해주는 꽃들 중 하나입니다. 파도가 일었을 때 하얗게 부서지는 거품과 모양이 비슷해서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은 파도의 거품을 메밀꽃이라고도 부른다는데요. 실제로도 줄기가 잘 휘어져서 언덕에 바람이 불 때, 메밀꽃을 보면 언덕 위에 파도가 떠다니는 것 같다고 합니다.
ⓒ_gnal, A7R III | SEL70200GM | F2.8 l 1/640s l ISO100
혹, 어느 가을날 찍어둔 메밀꽃 사진이 있다면, 추운 겨울 날씨에 괜히 우울해지고 외로운 느낌이 든다면, 마치 눈꽃이 내린 듯한 황홀한 풍경에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메밀꽃밭 속에서 온 세상을 다 가진듯 즐겁고 행복했던 그날의 기억을 회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가을은 내년에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올 테니까요.
ⓒrainsoop, A7
지금까지 가을이 가기 전, 한 번 더 보고 싶은 가을꽃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알게 모르게 항상 우리의 곁에서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가을꽃들을 다시 만날 때까지,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순간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