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Sony Global Imaging Ambassadors, SGIA)에 최초로 한국인 작가가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SGIA는 소니와 세계사진협회(World Photography Organization, WPO)가 함께 엄정한 심사를 통해 사진가를 선정하여 작가들의 작품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SGIA에 선정된 작가 중 ‘White’ 프로젝트로 유명한 김주원 사진 작가와의 인터뷰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김주원 작가의 사진에는 피사체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듬뿍 담겨 있답니다. 멋진 작품과 함께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주는 김주원 작가와의 인터뷰,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
김주원 | 파인아트 풍경사진작가
김주원 작가는 풍경사진 촬영, 사진강의, 사진관련 책 저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포토그래퍼다. 2014 소니 월드 포토그래퍼 어워드 ‘2014 대한민국 내셔널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최근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에 최초의 한국인으로 선정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사진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진작가 김주원이라고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사진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강의, 저술, 취재를 포함해 사진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인 최초로 SGIA에 선정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굉장히 과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동시에 사진가를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사진을 통해 큰 상을 받는다는 것은 사진가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자 영광인 것 같습니다.
Q.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궁금합니다.
사진 작가 일을 하기 이전에 사진 잡지 편집 기자, 스튜디오 사진가 등으로 일했었는데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삶이 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날씨도 맑아야 하고 빛도 좋아야 하는데 일을 하며 여러 제약이 있다 보니 제가 촬영하고 싶은 순간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업을 택했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사진을 자유롭게 찍고 싶고, 사진을 찍는 게 행복하기 때문에 사진작가로서의 일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작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Q. ‘WHITE’ 연작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하게 되셨나요?
저는 고향이 울산이라 눈이 하얗게 덮인 풍경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자랐는데, 한 번은 촬영 차 캐나다 옐로 나이프를 방문했어요. 옐로 나이프는 산이 많이 없어서 지역이 평평하고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데, 광활하고 평평한 대지에 하얗게 눈이 내린 풍경을 보니 평온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산과 평지, 바다, 4계절까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졌지만, 겨울의 풍경을 찍은 사진이 많이 없더군요. 그래서 한국만의 아름다운 자연이 담긴 겨울 자연의 풍경을 담아보려고 2009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가 ‘WHITE’입니다.
Q. ‘WHITE’ 작품들을 보면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촬영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WHITE’ 작품은 눈이 많이 올 때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뻔한 적이 굉장히 많았어요. 주로 강원 산간이나 오지에서 촬영을 하는데 사륜 자동차를 끌고 가도 눈 속에 갇히거나 미끄러져 떨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작품을 촬영하러 가는 과정에서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눈이 내려도 온도가 영상에 머물러 있으면 촬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나갈 때는 영하 15도 이하의 온도, 그리고 항상 뉴스에서 폭설이 내리니 주의하라고 알려주거나 날씨를 보고 대부분 사람들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요. 사실, 눈 속에 있으면 굉장히 춥고 손발이 얼며 고통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반대로 그 풍경 속에 들어가 있으면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게 돼요. 몸은 힘들지만 제 마음속의 걱정이나 두려움 같은 것들을 다 놓아두고 풍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WHITE' 작품에 애착이 많이 갑니다.
Q.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아마추어 사진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사람에게 다가서는데 두려움이 많았어요. 사람을 담고 싶은데 ‘괜히 욕을 하거나 싫어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다가가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 찍은 사진을 모아 보면 대부분의 사진이 사람들 뒷모습 사진이었어요. 이게 반복되니까 사진가로서 회의감이 많이 들어서 어떻게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한 외국 사진가의 인도 사진을 보게 됐어요. 인물이 담담히 카메라를 보고 있는데 그 사람이 저한테 뭔가 말하는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저도 그런 인물 사진을 스스로 공부하고 담아 보고 싶은 마음에 제가 가진 모든 재산을 털어 2005년 인도로 사진 촬영 여정을 떠났습니다.
6개월 정도 여행을 했는데 사진을 찍어보니까 사진 작가들이 특별한 테크닉으로 사람들이나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친해지면서 오랜 시간 그들 속에 있을 때 좋은 사진이 정말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 때 ‘사진은 관계를 기록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사람이든 풍경이든 관계 속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작가가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사진이 완성되는 게 아니었던 거죠.
Q. 작품 활동 중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실 사진 일을 하면서 물질적으로 부족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초창기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다 보면 남는 돈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때 사진을 계속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컸어요. 이런 시간이 이어지다 보니 여러 마음의 상처가 쌓이기도 했고요.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진을 찍으려면 멋진 장소에 가 있어야 하고 준비할 것도 많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카메라를 들고 길을 걸으면서 일상의 사람이나 풍경을 담는 것밖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게 ‘일상’이라는 주제였어요. 내 주변의 것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힘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괌의 해가 지는 해변에서 세 가족이 조촐하게 딸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줬을 때에요. 보여주기 식의 돌 사진이 싫어서 조촐한 파티를 계획했는데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딸 아이가 20년 후에 이 사진을 보면 엄마 아빠와 함께한 순간들을 의미 있게 생각할 것 같아요.
Q. 다수의 사진 관련 서적을 집필한 저자로도 유명하신데, 소니 카메라 유저들을 위한 풍경사진 촬영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가님의 책 중에 처음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많은 분들이 너무 먼 곳에서 풍경을 찾으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풍경이 좋다고 소문난 곳에 가면 사진가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면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거든요. 저는 굳이 멀리 있는 풍경을 찍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일상의 풍경을 찍으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퇴근 길에서 만난 노을 지는 동작대교처럼 주변에 있는 일상의 풍경들을 기록하는 것이 좋은 풍경사진을 찍는 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많은 분들께서 사진에 정답이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데 예술에 정답이 없듯 사진에도 정답이 없어요. ISO는 얼마로 맞춰야 하고 조리개는 얼마로 해야 하고 이런 적정노출이라는 건 의미가 없는 건데 고정된 틀을 벗어나면 안 되는 것처럼 강박관념을 가지시기도 하더라고요. 사진은 자유를 얻기 위해 찍는 거니까 찍고 싶은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찍었으면 좋겠어요. 정형화된 틀은 벗어버리고 두 손, 두 눈과 두 발이 가진 자유로움을 사진으로 마음껏 표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미러리스&DSLR 사진강의’라는 책이에요. 이 책에는 카메라 기술과 사진에 생각이나 감정을 담는 과정, 프로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 담겨있어요. 일상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들도 많이 담겨있어서 사진을 시작하는 분들이 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Q. 후배 양성을 위해 강의도 많이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과 같은 사진작가를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선배 사진작가로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사진을 하려면 자신만의 시각이 있어야 해요. 자신만의 감각을 특화시킨 카테고리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누군가의 기억에 떠오르는 사진가가 될 수 있어요. 어떤 사진을 봤을 때 자신의 이름이 생각날만한 사진을 찍었으면 합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초반에 기술적인 테크닉을 위해 많이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관심사를 자신의 감각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냥 잘 찍는 수준이 아니라 혼을 바쳐 하다 보면 그 분야의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10년 동안 본인이 좋아하는 항공기 사진 분야에 매진해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프로페셔널이 된 항공기 사진 전문 이장수 작가처럼요.
Q. a900부터, 소니 제품을 10년 정도 사용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소니카메라의 장점은 이미지 컬러 처리에 있어요. 예전에 스튜디오에서 일을 할 때 컬러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을 했는데 타사 카메라를 사용하면 컬러가 잘 안 맞춰지더라고요. 그 시기가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기 때문에 컬러 밸런스를 제대로 잘 맞추는 회사가 없었는데 a900을 써보고 컬러가 실제 피부의 색과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요. 그 이후에는 소니카메라에 신뢰가 생겨 계속 쓰게 되었죠.
Q. 현재 주로 사용하시는 소니의 카메라와 렌즈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a9을 써봤는데 굉장히 잘 만든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 사진가들은 항상 크기는 작으면서 퀄리티가 높은 카메라를 원하는데 a7R II에서 이미 중형카메라 정도의 화질을 구현했고 a9에서는 조작성이나 속도를 향상시켜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카메라가 탄생한 것 같아요.
렌즈는 필요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요. 클로즈업이 필요할 땐 SEL70200GM을, 풍경이나 인테리어를 찍을 때는 SEL1635Z, 일상 사진을 찍을 때는 RX1R II를 제일 많이 써요.
Q. 앞으로,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로서 활동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사진가들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능력 있는 후배들이나 사진가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그 분들을 더 많이 알리고 싶고 외국 사진가들의 협업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막연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꾸준히 협업을 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내서 후배 사진가들이 봤을 때 나도 저런 활동에 참여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로 선정된 최초의 한국 작가,김주원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SGIA 활동을 통해 보여드릴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매력을 지닌 포토그래퍼들의 멋진 작품들과 특별한 이야기들을 소니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