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지난 무더운 여름, 부산항 제1부두 창고에서는 부산국제사진제가 열렸습니다. 소니코리아가 2024 부산국제사진제와 협업을 통해 약 1달간의 행사 기간 동안 국내외 작가와 함께하는 세미나 행사도 진행하였습니다. 부산국제사진제는 많은 사진 및 영상 애호가, 카메라 유저가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인 만큼 다양한 행사들로 꾸며졌는데요. 평소에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가와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세미나 외에 카메라&사진 애호가 들을 위한 시간들이 마련되었습니다. 그 중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로저 발렌 작가와 함께한 특별 세미나 초대전 토크를 소개합니다 😊
생각과 질문을 만들어내는 사진작가 ‘로저 발렌 (Roger Ballen)’
먼저, 로저 발렌(Roger Ballen) 작가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볼까요? 로저 발렌 작가는 1950년 뉴욕 출생으로 어릴 적 어머니의 사진 갤러리에서 만난 유명 작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사진 관련 수업을 듣지 않았음에도 17세부터 사진을 꽤 잘 찍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55년간 약 27건의 출간물과 많은 영상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인사이드 아웃 예술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저 발렌 작가는 스스로를 시대나 사물을 기록하는 다큐 사진작가가 아니라고 소개합니다. 작업 시에 사진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어떤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지를 고민한다고 하는데요.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목적의식을 찾아 스스로에게 도전과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사진은 발표하지 않는 것이 그의 작품 철학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철학을 가진 로저 발렌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사진’ 이기 보다는 많은 물음표를 띄우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 작품처럼 다가옵니다. 부산국제사진제2024에서 전시한 <Theater of Mind> 역시 복잡하고 추상적인 주제인 ‘Mind(마음)’를 표현했습니다. 그의 사진 작품은 상반되는 감정 또는 생각을 한데 담고 있어서 사진의 주제를 발견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부산국제사진제 세미나에서는 ‘로저 발렌’의 여러 작품 중 ‘Roger the Rat (로저, 쥐)’, ‘Asylum of the birds (새들의 수용소)’ 시리즈 작품에 대해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 토크전을 함께 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작가의 작품, 생각에 대한 자세한 토크는 소니 알파 유니버스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 버전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사진제 특별 세미나 초대전 로저 발렌 작가 토크 바로 가기
작가의 큐레이션: <Theater of Mind>
Q. 이번 <Theater of Mind> 전에서 전시한 ‘Roger the Rat (쥐, 로저)’ 시리즈에서는 ‘쥐’를 주요인물로 사용하셨는데요, 왜 ‘쥐’라는 동물을 상징으로 사용하셨을까요?
A. 서양 문화에서 ‘쥐’는 혐오의 대상입니다. 쥐는 혼돈을 야기하고, 매우 불결한 동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하는 동물입니다. 그러나 쥐의 뇌 크기를 생각해보면, 쥐는 아주 영리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쥐의 머리를 한 로저는 반은 쥐, 반은 사람으로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속되지 못한 존재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지하 어두운 곳, ‘로저 발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Q. 작품 속의 ‘로저’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것처럼 보일때도 있습니다. ‘로저’ 나 그의 행동을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A. 이 질문은 결국 ‘로저는 어떤 것을 상징하는가’ 라는 물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요. ‘로저’는 아웃사이더면서 동시에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는 자유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죠. 그래서 사회적 규범, 제약에서 벗어나 해방된 인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로저’의 악한 대상이 아니라 자유로운 누군가 또는 일종의 롤모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세번째 시리즈이자 이번 부산국제사진제<Theater of Mind>에도 소개된 또 다른 작품이죠. ‘Asylum of the birds(새들의 수용소)’에서 새들과 수용소라는 공간의 대비가 중요한 은유로 등장하는데요. 여기서 ‘수용소’와 ‘새’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A. ‘수용소’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도피처, 피난처인 동시에 광기 또는 혼란의 공간이라는 상호 상반된 뜻의 단어입니다. 서양 문화권에서 흰색의 ‘새’는 굉장히 신성하고, 천상의 공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그 천상과 지구를 잇는 존재입니다. 이 작품속에서 사람들이 이런 역할을 하는 새들에게 무관심한 모습을 통해 새들이 상징하는 순수성 ·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인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Q. 작가님의 시리즈는 모두 흑백으로 작업을 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저는 지난 50여년간 흑백사진 작업만을 해왔습니다. 흑백사진은 추상적인 예술 형태로써 간결하고 시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흑백사진이 컬러보다 어려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컬러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도 흑백은 사진이 잘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최근 6-7년간은 컬러 사진으로만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년 Thames and Hudson 출판사에서 제 컬러 사진을 모아 출판할 예정입니다.
로저 발렌, 사진을 답하다
Q. 작가님에게 좋은 카메라란 어떤 것일까요?
카메라는 하나의 도구로서 우리의 눈 또는 마인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카메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시계처럼 내가 사용할 때 편하게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카메라의 가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카메라가 나를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가’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카메라를 찾아야 합니다. 사실 모든 카메라와 렌즈를 써볼 수 없기 때문에 나와 맞는 카메라를 찾는 시도와 실패의 과정 그리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나에게 맞는 카메라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건 아주 주관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가지 프로 사진작가로서 팁을 준다면 영상 촬영은 소니 카메라를 가장 추천한다는 것입니다.
Q. 작가님의 사진전과 같은 ‘파인 아트(Fine Art) 사진전’을 볼 때 감상 팁이 있을까요?
사실 파인 아트 사진전은 작가의 의도자체가 굉장히 불분명하여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관객은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해야만 하죠. 사진전의 사진을 둘러보다가 내 마음에 끌리는 작품을 깊게 보고 생각하고 기억에 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숲길을 산책하며 나무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산책길에 보게 되는 모든 나무를 다 기억할 순 없습니다. 대신 어떤 독특한 형태나 분위기 또는 향이 독특한 한 나무만 기억나게 되는데요. 그것처럼 전시회의 많은 사진을 다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Q. 부산국제사진제에서 지금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런 사진제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진제는 많은 관객이 방문해서 실제 사진을 감상한다는 것 자체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제에서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핸드폰이 아닌 벽에 걸린 실물 사진을 보게 합니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면서 일종의 관계를 형성시킬 수도 있게 하죠. 또 사진은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매체로 실물 사진을 직접 보면서 사진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고, 또 사진 촬영의 기술도 점점 더 개선할 수 있게 됩니다.
Q. 세미나 시청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사진은 쉽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계속해서 정진하라는 말을 꼭 하고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55년동안 사진작업을 했지만 여전이 어렵다고 느낍니다. 열정을 가지고 진지한 태도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낸다면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작가의 설명과 의도를 들으니 작품의 깊이가 더욱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작품에 대한 설명 외에 프로 사진작가가 알려주는 사진전시회 감상 방법이나, 좋은 카메라를 고르는 법 같은 꿀팁이 더해져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소니 알파 유니버스 유튜브 채널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작가와의 세미나 콘텐츠가 게재 되어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작가의 의견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소니 알파 유니버스 체널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