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비친 비행경로 정보에 드디어 호주 대륙이 보였다. 방콕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6시간 만에 드디어 호주라는 거대한 붉은 대륙에 막 진입하고 있었다. 진입하는 그 순간을 보고 싶어서 민폐를 무릅쓰고 창문 가림막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첫 모습은 나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붉은 땅에 푸른 바다. 정말 아름다웠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같은 느낌이었다. 2014년도에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호주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서호주가 아닌 시드니와 멜버른 쪽이었는데 그 당시에 보이는 모습은 황량하게 붉은 사막 같은 땅이 전부였었다. 서쪽으로 진입했을 뿐인데, 이렇게 풍경이 다르다. 그렇게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한 나는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눈에 들어올 때 즈음 다시 창문 가림막을 내리고 눈을 붙였다.
#얀쳅(Yanchep) 국립공원에서 BBQ 점심 식사
퍼스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얀쳅 국립공원이 나온다. 호주는 국립공원이나 작은 공원에 BBQ 그릴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그래서, 음식 재료만 사들고 가면 별다른 비용 없이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호주에 왔으니 한 번은 즐겨보고 싶어서 미리 장을 보고 얀쳅 국립공원에 입장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났다. "이래야 공원이지!"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일찍 온 사람들은 이미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공원을 먼저 둘러보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며 걷는데 특별한 것 없는 이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호주에 오기 전에 4일 동안 방콕 여행을 했었는데, 고온 다습한 환경과 심각한 교통체증 그리고 목이 매캐한 매연 때문에 피로에 절어있었다. 그래서인지, 맑은 공기와 시원한 날씨를 선사하는 호주는 여름에 들어간 은행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얀쳅 국립공원에서는 야생 코알라와 캥거루를 볼 수 있다. 코알라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대부분 잠을 자는데 그래서 어느 나무 구석에서 자고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보며, 겨우 숨어 있는 녀석을 찾았다. 얼굴이 보고 싶어서 한참을 바라봐도 나무에 머리를 박은 녀석은 얼굴을 숨긴 채 잠자기에 여념 없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발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번에는 야생 캥거루를 찾기 위해서 또 열심히 탐사에 나섰다.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식사 준비를 하러 가는 길에 수풀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쳐다보자, 밥 먹다가 당황했는지 사람들을 보며 특유의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유튜브에서 보던 근육질에 주먹을 날리던 모습과는 완전 반대인 순한 모습이었다.
공원에는 BBQ를 즐길 수 있는 전기 그릴이 군데군데 배치 되어있다. 그래서 괜찮다 싶은 곳에 자리를 잡고 즐기면 되는데,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자리 잡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평일에 온 나는 여유롭게 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장 봐온 재료들을 세팅하고 바로 굽기 모드에 들어갔다. 올해 먹었던 그 어떤 고기보다 이 날 먹은 고기가 제일 맛있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한점 먹을 때마다 한국에도 호주처럼 국립공원 같은 곳에 이런 장소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좋은 문화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또는 한라산 중턱에서 BBQ를 즐긴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설렐까.
#하얀 모래사막, 란셀린(Lancelin) 사막
아름다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서호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찾아 떠났다. 첫 번째 목적지는 얀쳅 국립공원에서 북쪽으로 1시간을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란셀린 사막이었다. 호주는 참 특이하게도 바다 옆에 사막이 있는 지역이 꽤 있는 것 같다. 시드니에서도 '포트 스티븐스(Port Stephens)'라는 곳도 바다 옆에 사막이 있어서 해변을 걷는 낙타를 보거나 모래 언덕에서 샌딩 보드를 즐길 수 있었는데, 여기 란셀린 사막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여기는 낙타 대신 갈매기가 있을 뿐이었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차에서 바람이 잦아들길 기대하며 대기했으나,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일단 밖으로 나와서 언덕을 향해 열심히 걸어갔다. 저 언덕 위에 비키니와 수영복을 입은 남녀 커플이 보였다. 그래서 저 뒤에 멋진 바다가 펼쳐질 줄 알고 열심히 올라갔으나 나를 반겨주는 것은 더 넓은 사막이었다.
왜 여기에서 수영복을 입고 있는 걸까. 바다까지는 적어도 30분은 족히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바람이 불어 나의 옷 사이사이와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상당히 현명한 커플이라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게 모래 언덕에서 사막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투어 버스가 여러 대 들어오는 곳을 보고 다음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오늘 하루의 하이라이트, 피너클스 사막을 보기 위해서다.
#카르스트 지형과 은하수가 매력적인 곳, 피너클스 사막(Pinnacles Desert)
란셀린 사막에서 북쪽으로 1시간을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곳, 풍화 작용으로 인해 수천 개의 석회암 기둥이 사막 위로 솟아있는 곳, 일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달이 뜨기 전까지 어두움이 매력적인 곳 바로 피너클스 사막이다. 숙소가 있는 퍼스에서 250km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처음 이 곳을 방문하면 나처럼 첫마디를 뱉을 것이다. "대박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있지만 이런 지형을 가진 곳은 처음이었다.
차에서 내려 기둥 사이를 걸어보는데, 다른 행성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지구 상에 이런 곳이 존재했다니.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기이한 돌기둥의 모습들을 하염없이 담기 시작했다. 란셀린 사막과 달리 바람이 불지 않아서 더욱더 감상하기 좋았다. 크기와 모양들이 전부 다르다. 풍화 작용으로 인해 깎여서 이런 모습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서 이런 모습들로 이루어졌는지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해가 점점 지기 시작하면서 눈부신 햇살이 기둥 사이로 비쳤다. 점점 길어지는 기둥의 그림자들을 보면서 메인 포인트를 보기 위해 자리로 이동했다.
피너클스는 밤에 별과 은하수를 보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별과 은하수를 육안으로 감상하려면 몇 가지 환경적인 요소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첫 번째가 주변에 광해가 없어야 하고 두 번째가 달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별과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다.
나도 여행 전에 내심 기대를 했었으나, 생각해보니 내가 방문하는 일정은 추석 연휴였기 때문에 달이 가장 밝은 보름달 시즌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난 은하수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가 지면 그냥 숙소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평소에 여행 다니면서 자주 애용하는 별자리와 은하수, 달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볼 수 있는 앱을 이용해 확인을 해봤다.
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저녁 8시 10분 정도. 오후 6시 넘어서 해가 지기 시작했으니까 운 좋으면 1시간 정도 별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보름달이 매우 밝기 때문에 광해가 생기지 않을까 고민을 했지만,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마 평생에 한번 있을 기회였기 때문에 놓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어둠에 눈이 적응되고 하늘을 바라봤을 때,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별이 쏟아질 정도로 많이 있었고, 머리 위에는 은하수가 보였다. 기다림에 대한 보답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뿌듯했다. 이번 전체 일정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을 얻은 순간이기도 했다.
기분 좋게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숙소까지 가는 길은 올 때처럼 순탄하진 않았는데, 숙소까지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3시간이 나왔다. 그리고 호주에서 야간 운전은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 바로 야행성 동물 때문이다. 특히, 캥거루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도착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사고가 난다면 차를 폐차해야 할 정도로 큰 사고가 나기 때문에 집중에 집중을 해야 했다.
운 좋게도(?) 나는 집에 가는 동안 도로를 건너는 캥거루를 한 번 만났는데, 다행히 거리가 있어서 피할 수 있었다.
#’쿼카’와 셀카를. 로트네스트 섬(Rottnest Island)
서호주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동물이 있다. 캥거루나 코알라가 아닌 작은 동물 바로 ‘쿼카’이다. 셀카 찍을 때 웃는 동물로 유명하다. 그래서 나도 큰 기대를 하고 떠났다.
로트네스트로 가는 배는 프리멘틀이나 힐러리스에서 탑승할 수 있다. 브런치를 먹기 위해 프리멘틀로 갔던 나는 여기에서 출발을 했는데, 사전에 페리 티켓을 예약하면 별다른 티켓팅 없이 QR코드를 보여주고 바로 탑승할 수 있다.
로트네스트 섬은 페리를 타고 30분을 가면 도착하는 곳이다. 섬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 2가지가 있는데 자전거 혹은 버스 투어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걸을 수도 있는데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섬 내에 숙소를 잡았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다.). 당연히 개인 자전거도 가지고 올 수 있고 대여할 수도 있으며, 버스를 타면 표를 구매해서 정해진 시간마다 순환하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구경할 수 있다. 버스는 One way로만 다니기 때문에 리턴이란 없다. 그래서 만약 다시 보고 싶다고 한다면 걸어가던지, 포기하던지 해야 한다. 생각보다 섬이 꽤 크기 때문에 매 정거장마다 내려서 구경하다간 반도 못 보고 하루가 다 지나간다.
섬에 도착했을 때 먼저 나를 반겨주는 것은 공작새였다. 한 달 전에 크로아티아의 로크룸 섬에서 도심 속 비둘기처럼 마주했던 게 공작새라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음 공작새구나~' 정도. 다른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난리 났었다.
버스 티켓을 구매하고 받은 안내 지도를 보면, 버스 정류장이 숫자로 나온다. 그래서 원하는 장소에서 내리면 되는데 솔직히 어디가 유명한지 몰라서 적당히 눈치 보다가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 내리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섬의 풍경은 정말 예쁘다. 그래서 당장 내리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끼게 해 주었다.
처음 내린 곳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이 내리길래 따라 내렸다. 큰 절벽 같은 것이 있었고, 그 옆에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 곳이었는데, 내가 볼 때는 특별한 것 없는 그냥 바다(?)의 느낌이었다.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도 성게가 꽤 많아서 앞에서 발만 담그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잠시 동안이지만 바람을 맞는 것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다음 포인트까지는 그냥 걷기로 했다. 버스도 1시간에 2대 정도 다니기 때문에 차도가 위험하지도 않았고 걷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에 트래킹 한다는 생각으로 경치를 즐기며 걸었다.
‘중간에 작은 수풀들이 보여서 자세히 보면 쿼카들이 보일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쿼카는 이런 자연보다는 처음 배가 내린 입구 쪽에서 우리가 온 반대방향으로, 그러니까 섬을 기준으로 최종 목적지에 대부분 모여있다고 했다. 나도 거의 섬을 한 바퀴 다 돌고 나서 마지막 포인트에서 쿼카 무리를 봤으니, 혹시나 로트네스트에 쿼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배에서 내리면 버스 타지 말고 제일 마지막 포인트로 그냥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걷다가 경치 좋은 해변이 나와서 미리 준비한 식사를 했다. 메뉴는 과일과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햄버거였지만 장소가 좋으니 간단한 식사라도 맛있게 느껴졌다. (중간에 무언가 사 먹으려고 했었으나 선착장과 마지막 포인트에만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에 그때 아니면 준비해 간 도시락 밖에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식사를 끝내고 정리할 때쯤, 저 멀리서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운이 좋으면 혹등고래를 볼 수 있는 섬의 가장 서쪽 끝 포인트(West End)로 이동했다. 한참을 바라봤으나 파도가 좋다는 것만 봤을 뿐 고래의 꼬리조차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 곳에 방문할 가치가 있는 이유는 경치가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섬의 가장 끝에 왔다는 의미도 있지만, 주변에 펼쳐진 노란 꽃들과 파란 바다가 이루는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다.
여기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문제가 생겼다. 순환버스가 오질 않는 것이다. 1시간에 2대 수준으로 되어 있는데 교통 체증도 없고 지키지 못할 이유도 없는데, 50분 가까이를 기다려서 겨우 도착한 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사람들 모두 불만이 가득했지만 정작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면서 환영하는 버스 기사를 보고 어느 누구도 화를 낼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버스의 지연 때문에 시간이 애매해져서, 바로 마지막 포인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레스토랑도 있고 쿼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포인트의 레스토랑에 도착하면 많은 쿼카들이 레스토랑에서 사람들 발 밑으로 다니거나, 나무 밑에서 계속 먹이 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들 쿼카 사진 찍느라 매우 바쁘다. 쿼카와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간혹 억지로 찍는 것이 아닐까 걱정을 한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보면 쿼카와 셀카를 찍은 사진이 수없이 나오는데, 투어 버스에서 친절하게도 쿼카와 셀카를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략 요약하면 웃으며 카메라를 준비하고 셀카봉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으라는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쿼카가 웃으면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잠깐 관심을 가지는 타이밍에 찍어야 하는 것이다. 이 타이밍이라는 것이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 특히, 만지거나 쓰다듬으면 안 되고 먹을 것을 주지 말라고 되어있는데 쿼카의 건강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할 사항들이다.
하지만, 쿼카들은 이미 입맛이 길들여졌는지 감자튀김 냄새만 맡아도 거기로 가버린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억지로 몸에 안 좋은 음식을 주기 싫어서 몇 번 시도를 하다가 그냥 포기했다. 만약 이 곳에 갔을 때 쿼카가 웃으면서 카메라를 쳐다본다면, 찰나의 순간이니 일단 찍고 나중에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 쿼카와 본인의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과 쿼카의 귀여움으로 휴식을 만끽하고 선착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로 대충 거리를 보니 30분만 걸어가면 되었다. 가는 중간중간에 야생 쿼카를 만날 수 있는데, 레스토랑에서 만난 녀석들보다 더욱 예민해서 다가가면 도망가버려서 셀카를 찍기 더욱 어려웠다. 만약 셀카를 찍는다면 레스토랑에서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였다. 그리고 특히나, 중간에 만난 새끼 쿼카는 정말 귀여웠다.
로트네스트 섬에서 트래킹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간이 마지막 포인트에서 선착장까지 걸었던 곳이다. 다시 이 섬을 방문할 일이 온다면, 선착장에서 이 길을 걸어서 마지막 레스토랑에 도착한 다음 식사를 하고, 쿼카와 다시 셀카 시도를 하고 나올 것 같다. 페리 값은 좀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여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기에 기꺼이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쿼카는 잠을 상당히 귀엽게 잔다. 얼굴을 가리고 자는데 쿼카는 귀여움을 그냥 타고난 것 같다. 자는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사람들이 보던 말던, 그냥 길가에서 그렇게 자고 있다.
#야생 캥거루, 에뮤와 교감할 수 있는 곳, 도넬리 리버(Donnelly River)
도넬리 리버는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깊숙한 숲 속에 있다. 전화도 잘 터지지 않기 때문에 초행길은 많이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현지 한인들에게 말해도 잘 모르는 것으로 보아 히든 포인트 인 것 같다. 서호주 여행에서 로트네스트 섬에서 쿼카와 하루를 보냈다면, 캥거루와 하루도 꼭 보내보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면 우리는 호주를 여행하니깐.
도넬리 리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것은 역시 캥거루이다. 그리고 타조보다 조금 작은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새, 에뮤(emu)도 함께 있다. 입구에서 먹이를 살 수 있는데 캥거루와 에뮤가 같은 먹이를 공유하고, 더불어 얘네들도 이미 사람들이 먹이를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도 귀신같이 쫓아온다.
캥거루에게 먹이 주는 체험은 호주에 왔다면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드니나 멜버른에서도 할 수 있는데, 난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역시나 먹이를 먹기 위해 캥거루가 내 손을 잡을 때의 느낌은 정말 짜릿하다.
캥거루와 다르게 에뮤는 정말 무섭게 생겼는데 부리가 매우 강해서 손을 쪼이면 굉장히 아프다. 그래서 계속 에뮤를 피해 다니면서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캥거루에 비해 에뮤는 약간 거친 느낌이었다. 항상 뺏어먹는다. 그리고 자기들끼리도 서로 경쟁을 하면서 먹이를 뺏으려고 하는데, 한 번씩 큰 소리 낼 때는 가끔 놀래기도 한다.
캥거루는 특유의 멍한 표정이 상당히 귀엽다. 그래서 덩치가 큰 녀석들이 다가올 때도 전혀 무섭지가 않다. 그리고 캥거루의 상징인 주머니에 새끼가 있는 녀석들도 있는데 얼굴을 내밀고 있는 새끼들을 보면 너무 귀엽다. 새끼들에게도 먹이를 주고 싶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바로 주머니 속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그냥 바라만 봐야 했다.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모두 보냈다. 도넬리 리버에는 펜션 같은 숙소도 있는데, 다음에는 무조건 여기에서 1박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아침을 캥거루와 맞이한다면,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캥거루는 어떻게 잘까? 쿼카는 얼굴을 가리고 잤지만 캥거루는 그런 것 없다. 그냥 사람처럼 누워서 잔다. 그리고, 가렵다면 그냥 사람처럼 긁는다.
호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드니와 멜버른으로 떠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서호주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한다. 비교적 정보가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드니와 멜버른이 수많은 관광객들과 분주함, 화려함이 장점이라면 서호주는 조용함과 여유로움, 대자연 속에서 휴식같은 여행이 매력적인 곳이다.
나는 그동안 사진 여행을 떠날 때, 3대 이상의 카메라와 3개 이상의 렌즈, 그리고 삼각대를 챙겨서 떠났다. 혹시나 모를 상황 때문이었다. 그래서 매번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 때문에 여행을 즐기는 것인지, 고생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직 RX100M5A 하나만 가지고 떠났는데, (이것도 며칠을 고민해서 내린 큰 결정이었다.) 이렇게 여행에 집중을 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진정한 여행의 맛을 봤다고 해야 할까. 항상 귀국 후에 사진으로 여행을 기억했던 나는 RX100M5A와 함께 가볍게 떠난 덕분에 이번 서호주 여행이 머릿속에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 특별한 여행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까지 2018 RX 트래블러 동상을 수상한 김새한 작가의 호주 퍼스 여행기를 만나보셨습니다. 항상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로 알려진 쿼카의 귀여움은 정말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여행에 최적화된 RX100M5A와 함께 쿼카의 미소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