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오면 여운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머릿속에는 여행지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맛난 음식의 향기까지 기억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여행의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여행할 때마다 사진과 영상으로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며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먼저 챙기게 되는데요. 촬영 장비를 조금만 신경 써서 준비하면 더욱 추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 김주원 작가가 전하는 ‘여행 사진을 위한 장비 구성 팁’을 통해, 여행을 알차게 준비할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김주원 | 파인아트 풍경사진가
김주원 작가는 파인아트 풍경 사진가이자 사진 교육자,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잡지 월간 <포토넷> 기자로 재직했고 사진 에이전시 ZAKO를 만들어 사진 프로젝트, 전시, 광고, 강의,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2011년 눈 내린 한국의 겨울 풍경을 담은 <WHITE> 시리즈로 스페인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4 Sony 국제사진상, 2011 동강 국제사진상, 2005 NIKON 국제사진상 등을 수상했다. 김주원의 <DSLR 사진강의>, <포토샵 사진강의>, <DSLR 사진입문> 등의 저서는 현재 사진 분야 스테디 셀러다. 2017년 한국인 사진작가 최초로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에 선정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항상 장비의 구성이 고민입니다. 욕심을 내다보면 어느새 내 몸무게만큼 커지고 무거워진 짐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고 간 여행이 한가득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즐거운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 위한 카메라 장비 구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행 사진을 위한 렌즈의 선택
|단렌즈 구성
단렌즈의 장점은 밝고 가볍고 화질이 뛰어납니다. 다만 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다녀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단렌즈 조합으로는 24mm, 35mm, 85mm 구성입니다. 여행할 때 24mm는 넓은 풍경, 35mm는 일상적인 장면을 포착할 때, 85mm는 멀리 있는 대상을 당겨 촬영하거나 배경을 흐리게 촬영하기에 좋습니다. 각 카메라 제조사의 단렌즈는 조리개가 밝은 렌즈가 대부분이기에 아웃오브포커스와 팬포커스를 넘나들 수 있고 가볍게 여행하며 사진 찍기 좋습니다. 또 그 이외의 화각을 생각할 필요가 없기에 장면에 좀 더 집중하며 촬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줌렌즈 구성
줌렌즈는 다양한 화각으로 촬영할 수 있고 여러 렌즈를 휴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으로 많은 이들이 선호합니다. 필자는 해외 취재 시 줌렌즈 구성으로 여행할 때가 많습니다. 다양하게 급변하는 취재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와이드 한 장면부터 압축된 망원 화각까지 넘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줌렌즈 구성은 단렌즈 구성보다는 장비의 무게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단렌즈+줌렌즈 구성
가벼운 단렌즈와 줌렌즈를 구성해 촬영하는 조합입니다. 본인이 광각 계열의 사진을 좋아하는지 망원 계열의 사진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렌즈 구성이 달라집니다. 광각 계열의 사진을 좋아한다면 16-35mm+50mm 렌즈 구성, 표준과 망원 계열의 사진을 좋아한다면 24-70mm+135mm 정도의 화각 구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단렌즈부터 줌렌즈까지 모든 렌즈를 다 가지고 다니면 좋겠지만, 사진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고 배낭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자신이 여행에서 담고자 하는 사진 촬영 계획에 따라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 사진을 도와주는 장비
1. 백업용 하드디스크
여행 사진을 가볍게 찍더라도 카메라의 촬영 형식은 RAW 파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촬영을 하면서 실수한 노출, 화이트 밸런스 등을 후반 작업에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RAW 파일은 용량이 크기 때문에 장기간 여행에는 백업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어느 정도 촬영한 사진은 백업을 하고 메모리를 포맷하고 사용하면 메모리 에러 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2. 촬영용 메모리
요즘 메모리의 가격이 무척 저렴해졌기에 메모리는 최소 3개 정도 휴대하면 좋습니다. 128기가 이상의 대용량 메모리보다는 64기가 정도의 가벼운 메모리를 여러 개 구성하면 좋습니다. 큰 용량의 메모리를 사용하다가 갑작스러운 에러로 사진 사진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촬영용 메모리는 너무 저렴한 제품보다는 내구성, 속도, 안정성 등에서 신뢰할만한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면 좋습니다.
3. 카메라 배터리
카메라 배터리는 촬영 후 반드시 충전해 두고 하나 정도 더 챙겨 가면 좋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들은 습관적으로 촬영한 사진을 LCD를 통해 리뷰해 볼 때가 많기에 평소보다는 여행할 때 훨씬 빠르게 배터리가 소진됩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배터리가 하나 더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여유 있게 촬영할 때 더 많은 촬영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4. 삼각대
삼각대는 정말 계륵 같은 존재입니다. 꼭 필요할 때는 없어서 아쉽고 가져가려 하면 그 무게 때문에 망설여집니다. 자신의 촬영 계획에서 야경, 장노출 등의 풍경 촬영 목적이 있다면 가벼운 여행용 삼각대를 휴대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삼각대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주로 촬영하는 시간이 낮 시간대인 경우 굳이 삼각대를 휴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 카메라들은 대부분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어 빛이 좋을 때는 흔들림 없이 촬영할 수 있습니다. 삼각대는 무게 부담을 생각한다면 즐거운 여행을 위해 과감히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김주원 작가가 소개하는 ‘여행 사진을 위한 장비 구성 팁’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각 여행지는 나름의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찍었던 풍경 사진, 인물 사진은 시간이 지나도 추억을 오랫동안 되새겨줄 작은 단서가 됩니다.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무겁게 카메라 렌즈를 챙겨가기보다는 나에게 꼭 필요한 장비만 준비한다면, 여행의 소중한 순간을 더욱 잘 담아낼 뿐 아니라 더욱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