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코리아에서는 여러분의 퀄리티 높은 사진 생활을 위해 프로 사진작가들의 촬영 노하우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이원석 작가가 소개하는 ‘아날로그 감성 속의 흑백 사진 만들기’ 입니다.
컬러 사진은 이미지를 선명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해 주지만 가끔은 흑백사진처럼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느낌에 끌릴 때가 있습니다. 다양한 흑백 모드를 활용하여 아날로그 느낌과 빈티지스러운 인물 사진을 만들어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원석 작가가 소개하는 흑백사진 노하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볼까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사진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는 공간 사진작가로서 스튜디오 카리야스 대표를 맡고 있다. EBS의 방송 사진 전문 패널로 활동 중이며 SEGD Award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현재 알파 아카데미 강사로 활동 중이다.
흑백영화를 보면 영상 속 주인공들의 감정에 더욱 몰입이 되어 묘한 여운을 느끼곤 합니다. 컬러가 배제된 만큼 보는 이의 시각적 집중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겠죠.
영상처럼 사진에도 흑백이 있습니다. 흑백사진은 다양한 천연 컬러를 가진 현실 세계를 흑과 백이라는 두가지 톤으로 변환시킨 것입니다. 눈으로 보는 그대로를 재현한 컬러 사진과는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제가 사진을 처음 접한 1996년 무렵, 사진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여서 그런지 흑백보다는 컬러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 보급화가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디지털카메라의 흑백 모드가 신선하고 특별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흑백 필름이 선사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당시의 디지털카메라로서는 흉내낼 수 없는 숙제와도 같았는데요. 필름의 종류가 다양하기도 했지만 필름 현상 시 약품 온도와 교반 방법 등 여러 변수가 겹쳐 우연성을 만들어내면서 디지털보다는 특별한 매력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디지털카메라가 과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기능과 성능이 매우 좋아졌고 불가능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1. ’흑백의 시선’을 가지다
흑백사진을 표현하려면, 흑백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흑백의 느낌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면서 피사체를 바라보아야 하죠. 필름 카메라나 DSLR 카메라도 피사체를 컬러로 보기 때문에, 흑백의 시선을 가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라이브뷰’ 기능을 통해 촬영될 결과물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흑백 모드로 변경해서 촬영하면 LCD 창에 비치는 세상 역시 흑백으로 보이죠. 카메라가 RAW 모드일 경우에는 마이스타일을 흑백모드로 세팅하면 됩니다.
2. 컬러보다 흑백이 필요할 때
좋은 흑백사진을 위해서는 어떤 장면에 흑백이 어울리는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합니다. 컬러사진과 흑백사진에 어울리는 장면은 각각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수용할 수 있다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겠지만요. 예를 들어서, 과일 가게를 배경으로 한다면 다채로운 컬러가 생명입니다. 흑백으로 촬영을 하면 과일의 색이 아니라 밝기로만 표현하기 때문에 과일끼리 구분이 잘 안되고 풍부한 맛도 연상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컬러사진이 더 어울리겠죠.
로우키(low-key) 사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진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밝은 사진은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을 나타내는 ‘하이키(high-Key)’라고 이야기하며 반대로 어두운 사진은 거칠고 무거운 느낌으로 ‘로우키(low-key)’ 라고 표현합니다.
흑백사진에서 로우키의 명암은 보다 감정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기에 콘트라스트 강도를 높이면 밝은 부분에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하이키>
<로우키 사진> , <로우키, 콘트라스트 높은 사진>
ⓒ이원석, DSLR-A900 l SAL70400G l F5.6 l 1/1000s l ISO200
</로우키,>
</로우키,>
필름 자가 현상이나 프린트는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같은 필름들을 현상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데이터 값의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만의 정확한 데이터를 갖기 위해서 많은 수련을 거치게 되는데, 2년 정도면 그 값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15년 전 사진학부 재학 시절에 과제때문에 거의 매일을 암실에 갇혀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촬영, 현상, 프린트의 일련의 과정이 계속적으로 반복됐죠.
한번은, 다른 과 여학생들과 미팅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과제는 해야 하고 미팅은 너무하고 싶어서 현상 시간이라도 줄이겠다는 마음으로 일포드 XP2 감도 400짜리 필름을 찾았습니다. 이 필름은 흑백필름 전용 현상액(D-76, XTOL…) 말고도 일반 컬러 필름 현상할 때 사용되는 현상액(C-41)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동네에서도 쉽게 현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기대하던 미팅에도 나갈 수 있었고, 과제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추억을 되살려, 저의 주관적인 흑백 필름 느낌을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연출해보았습니다. 아날로그 카메라의 느낌을 살린 사진 촬영팁을 소개합니다.
*이 방법은 파일 형식이 JPEG인 경우만 해당됩니다.
노이즈로 필름의 입자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고감도 ISO 환경에서 노이즈를 제거해주는 기능을 OFF로 돌리고 ISO는 25600 이상 고감도로 설정합니다. 사진 효과를 ‘하이컨트라스트모노’에 두고 촬영을 해보면 어두운 공간에서도 만족할만한 흑백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제주도로 촬영을 갔을 당시, 촬영 도중 갑자기 셔터가 눌리지 않더군요. 확인해보니 렌즈가 고장난 상태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촬영을 망칠 수는 없으니 카메라 바디와 렌즈의 연결 부분을 풀고 수동으로 카메라 마운트에 가까이 붙여서 가까스로 촬영했던 적이 있습니다.
렌즈 인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노출과 초점을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참에 흑백으로 촬영하기로 마음먹고 앞서 이야기했던 카메라의 RAW 모드와 흑백모드를 사용하였는데, 운이 좋게도 컬러 데이터와 흑백 데이터 모두 다 건질 수가 있었습니다. 한 번쯤, 카메라로 흑백 세상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모르는 감성을 찾을 수 있는 자극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이원석 작가의 아날로그 감성 속의 흑백 사진 만드는 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때로는 색으로 가득 채워진 세상에서 벗어나 흑과 백의 단순한 시선으로 피로감을 풀어주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컬러 사진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흑백사진, 지금 당장 카메라 모드를 ‘흑백’에 맞춰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