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Alpha 7R III I SEL1635Z I F10 I 1/160s I ISO 100
ⓒ김주원, A7R II I SEL70200G I F16 I 1/4s, I ISO 100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날이면 이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간직하기 위해 눈이 많이 쌓인 곳으로 떠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막상 촬영해보면 실제로 보이는 것만큼 예쁘게 찍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눈이 내린 날에는 노출과 조도 등 촬영 환경이 평소와 180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매년 눈부신 설경과 눈꽃을 프레임에 담아온 김주원 작가님의 이야기를 빌려 눈을 사진에 어떻게 매력적으로 담을 수 있는지, 촬영 시 준비해야 할 건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주원 작가
풍경 사진가이자 사진 교육자,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 잡지 월간 <포토넷> 기자로 재직했고 동료 사진가들과 사진 에이전시 ZAKO를 만들어 사진 프로젝트, 전시, 광고, 강의,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과 함께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진 작업을 했으며, 세계의 정부관 광청 등과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눈 내린 한국의 겨울 풍경을 담은 <WHITE> 시리즈로 스페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 한국인 사진작가 최초로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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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순백의 美, 눈 사진을 촬영하게 된 이유
눈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풍경이기도 하고 눈이 많이 내려야 담을 수 있는 유(有)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가 만난 존재와의 인연과 의미를 기록하는 작업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겨울만 되면 눈과 눈꽃 사진을 담으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겨울 폭설이 내린 설경은 아름답긴 하지만 그렇다고 작정 준비 없이 나갔다간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제 경험을 살려 순백보다 아름다운 눈 풍경 사진을 담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어느 날 새벽, 눈 내린 대부도 근처에서 촬영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하얀 안개가 풍경을 가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흐릿한 풍경 속에서 일상의 대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상들은 풍경 속에 오랜 시간 살았던 사람들 같았는데요. 남루한 전봇대, 쓰러진 나무 하나조차 하얀 안개 속에선 범상치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얘졌을 때 나타나는 존재들을 기록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존재란 그냥 벌판일 수도 있고 쓰러져가는 나무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내 사진 속에 차곡차곡 담아,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들었습니다. 아래 소개할 필자의 <WHITE> 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김주원, <WHITE> 시리즈 中
ⓒ김주원, Alpha 7R II I SEL70200G I F18 I 1/20s, I ISO 50
ⓒ김주원, A7R II I SEL70200G I F16 I 1/15s, I ISO 50
ⓒ김주원, A7R II I SEL70200G I F16 I 1/8s, I ISO 100
이 시리즈는 눈이 오는 겨울에만 촬영할 수 있습니다. 1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은 즐겁습니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 촬영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일단 너무 춥습니다. 쏟아지는 폭설 속에서 촬영해야 하다 보니 원하는 풍경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촬영 자체가 고되고 힘들기까지 합니다. 눈길에서 운전해야 하기에 사고의 위험도 더러 있죠. 그러나 위험한 만큼 아무나 할 수 없는 희소성을 갖기에 꾸준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I 눈 풍경 촬영을 위한 구상과 아이디어
ⓒ김주원, A7R III I SEL70200G I F11 I 1/500s I ISO 100
ⓒ김주원, A7R III I SEL70200G I F8 I 1/250s I ISO 100
ⓒ김주원, A7R III I SEL1635Z I F13 I 1/100s I ISO 200
ⓒ김주원
ⓒ김주원, 강원도 태백산 정상에서의 눈 풍경
ⓒ김주원, 강원도 대관령 지역의 눈 풍경
ⓒ김주원, A7R II I SEL70200G I F16 I 1/4s, I ISO 100
ⓒ김주원, A7R II I SEL2470Z I F22 I 1/10s I ISO 50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눈 풍경 사진을 담으려면 눈이 내릴만한 곳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또 조금씩 오는 곳보단 기온이 낮아 눈이 많이 쌓여 있거나 폭설이 내린 지역이어야 합니다. 겨울철 한국의 대표적인 설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는 강원도 산간을 추천합니다만. 가끔 서해안 지역도 많은 눈이 내리니 날씨를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이렇게 실시간으로 한 주의 날씨, 다음 날의 날씨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눈이 그치면 소용없으므로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뜨면 바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차를 몰아 움직이거나 눈이 오기 전 미리 촬영 장소에 가 있죠. 단, 눈길 운전은 위험하므로 스노우 타이어가 장착된 4륜 자동차가 필수입니다. 개인 자가용이 없거나 진입이 어려운 곳이라면 버스를 타고 미리 촬영 장소로 이동해 숙박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I 눈 풍경 촬영을 위한 장비 보호
ⓒ김주원
영하 10도 이하처럼 추운 날씨에 촬영할 때, 위 사진처럼 렌즈 후드와 레인 커버를 사용하면 장비가 젖거나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담으려면 카메라 장비 구성에 철저해야 합니다. 우선, 겨울엔 배터리가 급속하게 소진되므로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가방에 넣어두면 추위에 노출될 수 있으니 옷 속에 넣어 체온으로 배터리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내릴 땐 지반이 고르지 않거나 흔들릴 수 있으므로 튼튼한 삼각대도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촬영 중에도 함박눈이 내리는 경우라면 렌즈나 카메라에 눈이 떨어져 습기가 유입되지 않게 큰 우산과 레인 커버를 구비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렌즈에는 후드와 UV 필터를 장착해 대물렌즈로 눈이 떨어지는 걸 막아야 합니다. 대물렌즈에 눈이 달라붙으면 그대로 얼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I 눈 풍경 사진 촬영 및 보정 시 주의사항 : 노출 & 초점
ⓒ김주원
ⓒ김주원
눈 촬영을 할 때는 하이라이트가 날아가지 않는 선에서 밝게 촬영하고 후보정할 때 + 방향으로 노출 보정을 해 디테일을 살린다.
눈이 많이 내릴 땐 전체 장면이 밝으므로 노출 보정을 + 방향으로 보정해줘야 합니다. 보통 +1 이상 노출 보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출 보정으로 사진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완전히 날아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참고로 카메라 설정을 RAW 파일로 선택해 두면 후보정 시 어느 정도의 노출 수정이 가능해 편합니다. 이외에도 눈은 하늘에서 불규칙하게 떨어져 카메라가 가끔 초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므로 렌즈의 초점 모드를 MF로 변경하고 초점링을 돌려 초점을 맞추면 포커싱이 피사체에 정확하게 고정된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I 끈기와 열정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김주원
ⓒ김주원
ⓒ김주원
ⓒ김주원
사실 이 밖에도 눈 사진을 찍을 땐 시시각각 발생하는 많은 변수에 대비해야 합니다. 기온이 낮은 곳에서 촬영하고 차로 돌아오면 결빙 현상 때문에 센서에 수증기와 물방울이 맺히기도 하니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두고 서서히 온도를 올린다든지, 손과 발뿐만 아니라 머리와 귀 부분의 보온에도 신경 써서 혹독한 추위에도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철저하게 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순백의 미보다 아름다운 눈이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선물처럼 우리의 품에 안겨줄 겁니다.
ⓒ김주원
ⓒ김주원, Alpha 900 I SAL85F28 I F7.1 I 1/6400s I ISO 20
ⓒ김주원, A900 I 35F2G I F8 I 1/160s I ISO 400
요즘 겨울엔 눈이 많이 오지 않기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촬영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끈기와 열정, 나의 작품을 향한 믿음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하얀 눈 속에서 사진을 담다가 마음 속의 풍경을 만나실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김주원 작가의 ‘겨울철 눈 사진 촬영 노하우’를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눈부신 하얀 설경의 아름다움에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은 분이 많을 텐데요. 오늘 전해드린 팁을 참고하셔서 여러분도 집에서나마 온세상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눈과 눈꽃의 찰나를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이상, 스타일지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