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표는 자연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여행사진가로, 2015년부터 자연 속에서 ‘나’를 찾는 몽골 여행 프로젝트인 ‘두근두근 몽골 원정대’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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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캠핑, 도구를 이용해 하룻밤을 보내는 여정
'호모파베르(Homo Faber)’, 도구의 인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 옛날의 도구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면 현대의 도구는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가깝습니다. 또한, 도구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 상상을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주변을 살펴보세요. 구석 어딘가 숨어 멀리 떠나길 바라는 여행 캐리어, 맛있는 음식이 놓일 접시, 주말을 기다리는 낚싯대, 그리고 까만 밤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을 담기 위한 카메라와 렌즈까지. 일상 도처의 모든 것이 우리의 상상을 유발하는 도구들입니다.
‘생존’과 ‘유희’의 관점에서 도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취미 중 하나가 바로 ‘캠핑’입니다. 그리고 캠핑용품은 쉽게 말하면 먹고, 자는 것을 돕는 도구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가 자연 여행을 위한 준비물이며, 캠핑은 도심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연에 적응해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캠핑을 통해 여행을 상상합니다. 아득히 깊은 초원, 울창한 숲, 끝없는 지평선, 해발 4,000미터의 산, 깊은 모래사막, 에메랄드빛의 호수... 그곳에서 도구는 곧 ‘나의 행위’를 뜻합니다. 단순히 도구 사용이라는 획일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도구를 통해 우리는 공간과 환경을 새로운 가치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2. 카메라를 들고 자연으로 떠나는 이유
자연에서는 시계가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해의 위치가 더 중요하죠. 구름과 날씨처럼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만 존재하는 여정. 그러므로 시간을 쥐어짜듯 여행하는 내내 스마트폰을 붙잡고 다음 갈 곳, 해야 할 것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일상에서 쫓는 효율을 그곳에 가져갈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 여행은 단순하다”
의자를 꺼내고 초원 위에 앉아 단조로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자연 여행입니다. 자연에서 먹고 자는 행위는 도시인에게는 소중한 노동의 가치입니다. 그것을 노동이 아닌 놀이로 즐기는 방법이 바로 캠핑이죠. 하룻밤을 보낼 자리를 정하고 등허리로 노을을 받으며 텐트를 치고 도구를 하나하나 펼칩니다.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자연의 풍경이 건네주는 위로는 우리의 삶도 이처럼 단순하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캠핑을 나서기 전, 카메라와 렌즈를 챙깁니다. 드넓은 초원과 밤하늘을 담아내기 위한 광각렌즈까지. 장비의 선택은 그날 캠핑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지만(밤하늘의 별을 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각대가 필요하듯이), 사진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가치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여행이 주는 설렘만큼, 기록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제게 카메라는 소중한 도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피부로 느끼고, 손으로 만지고,
걷고, 앉고, 때로는 누운 그 자리에서
반듯한 지평선을 경계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봅니다.
초롱초롱 별이 내린 밤하늘 아래
보이지 않는 바람을 느끼고
무겁고 고요한 초원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비울 자리 위에 누워
눈을 감습니다.”
3. 자연여행, 도구를 사용하는 즐거움
저는 자연으로 떠나기 전 캠핑을 합니다. 여행을 앞두고 캠핑 도구와 사진 촬영 장비를 미리 하나하나 점검하는 의미이죠. 한국과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를 여행할 때 그곳의 행동 양식에 맞추는 것처럼, 자연 여행 역시 마찬가지로 떠나는 곳의 계절이나 환경을 고려해 도구를 준비해야 합니다.
캠핑 도구는 자연 여행의 동반자이고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며 생존을 위한 필수품입니다. 카메라와 렌즈는 내가 보는 풍경을 담는 또 하나의 눈이 되어주죠.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 여행의 색이 달라지듯 도구가 다르면 경험도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며 머물렀던 수많은 풍경을 함께하며 하룻밤 누울 곳을 마련해 준 텐트, 의자, 코펠, 그리고 카메라는 낡을 수록 마음이 가는 지난 여행의 흔적이며 증거입니다.
다시 여행을 앞두고 떠난 곳에서 이 도구들의 쓰임새를 상상하고 기대합니다. 가을의 고비사막에서 해질녘 지평선을 보며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이 가져다줄 낭만이 어떠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