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소니 시그니처 시리즈 최초의 이어폰 ‘IER-Z1R’이 국내에 출시되었습니다. IER-Z1R은 시그니처 시리즈 고유의 음질을 이어폰으로 구현해 헤드폰에 필적하는 사운드를 선사하는 것이 큰 특징인데요. 이러한 플래그십 제품의 탄생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IER-Z1R 개발자 인터뷰와 함께 AV 제품 전문 리뷰어 노무라 켄지씨의 음질 리뷰를 통해 시그니처 시리즈가 선사하는 플래그십 이어폰의 매력까지 면밀히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IER-Z1R」
공연장의 최고급 좌석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목표로!
Q. 소니의 ‘IER-M9’와 ‘IER-M7’은 프로페셔널용 ‘인 이어 모니터’ 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는데요. 이번 ‘IER-Z1R’은 어떤 컨셉을 갖고 있나요?
마스야마
IER-Z1R은 소니의 오디오 기술을 집약한 플래그십 라인업 시그니처 시리즈(Signature Series)의 신제품으로, 궁극의 현장감을 선사하는 리스닝용 이어폰을 컨셉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가 애착을 갖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기획했습니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마치 보석함을 여는 것 같은 디자인으로 패키지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쿠와하라
사용자가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를 넘어서 ‘느낀다’는 경지까지 이르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음의 튜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기존 이어폰의 상식을 뒤엎는 뛰어난 현장감, 악기 하나하나의 생생한 음색, 오케스트라의 배치와 공연장의 분위기까지 리얼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IER-Z1R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니 비디오&사운드 프로덕트 주식회사 V&S사업부 상품설계부문
상품기획부문 마스야마 쇼헤이씨(좌)와 어쿠스틱 엔지니어 쿠와하라 에이지씨(우)
Q. 음악 팬들을 위한 리스닝용이지만, 어디까지나 리얼함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쿠와하라
네, 맞습니다. 어쩌면 ‘모니터용’ 음원이 맞는 음이고, ‘리스닝’은 기기에 의해 덧입혀진 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소니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모니터용 음원은 플랫해서 만든 음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원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스닝 용도로 CD나 고해상도 음원을 만들 때, 아티스트가 리스너에게 라이브 공연장 같은 느낌을 전하고 싶은지 혹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정확한 느낌을 전하고 싶은지 등의 의도에 맞춰서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어떤 장소, 어떤 현장감의 재현을 원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에 따라 모델을 구분 짓고 있습니다. IER-Z1R은 마치 라이브 공연장의 최고급 좌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IER-Z1R은 마그네슘 내부 하우징의 내부에 다이나믹 드라이버 2개, BA 드라이버 1개를 탑재했으며,
초고음역대를 담당하는 드라이버를 5mm의 다이나믹 드라이버로 만든 것이 특징
독창적인 HD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시스템
Q. IER-Z1R은 하이브리드형 이어폰인데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쿠와하라
다이나믹 드라이버 2개와 밸런스드 아마추어(BA) 드라이버 1개를 붙인 3WAY 3드라이버 구성입니다. 지금까지의 소니 하이브리드형 이어폰은 힘이 필요한 저음역대에서 중음역대를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담당하도록 하고 섬세함이 필요한 고음역대는 BA 드라이버에서 커버하는 구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Q. 타사에서도 일반적으로 그 구성을 사용하고 있겠네요.
쿠와하라
하지만 IER-Z1R은 거기에 한발 앞서, 고해상도 음원이 가지는 현장감과 분위기를 더욱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소니 최초로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초고음역대를 담당하도록 하는 이색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재생 주파수 대역이 3~100,000Hz까지 확대되었습니다.
Q. 현재 BA 드라이버에서는 재생 주파수 대역의 폭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보다 리얼한 초고해상도의 재생을 추구하기 위해 초고음역대를 다이나믹 드라이버로 처리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인 것 같네요.
쿠와하라
초고음역대를 처리하는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알루미늄 코팅 LCP 진동판과 외자형 자기 회로를 조합했고, 렌즈 구경을 5mm로 만들어 소형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소형화로 인해 음도관을 동축선 위에 드라이버를 배치하여 점점 희미해지는 고음을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고음역대를 담당하는 구경 5mm 다이나믹 드라이버. 외자형 자기 회로로 간결하면서도 높은 감도 실현
Q. 그 외의 두가지 드라이버도 소니의 독자적인 제품이 탑재되어 있나요?
쿠와하라
네, 주로 저음역대에서 중고음역대를 담당하는 구경 12mm의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플래그십 헤드폰 ‘MDR-Z1R’과 동일하게 진동판 중앙의 돔 부분에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했습니다. 아주 섬세한 제조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의 소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고음역대를 담당하는 BA 드라이버도 진동판에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했습니다. 마그네슘 합금은 내부 손실이 높아 이상적인 음향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마그네슘 진동판을 탑재한 소니 독자 개발 BA 드라이버를 탑재했으며(좌),
12mm 다이나믹 드라이버 진동판의 가장자리는 알루미늄 코팅 LCP, 돔 중앙부는 마그네슘으로 코팅되어 있음(우)
Q. 그러고보니 3개의 드라이버가 들어있는 내부 하우징도 마그네슘 합금으로 되어있네요.
쿠와하라
마그네슘 합금은 가볍고 단단해서 각각의 드라이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을 막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소재입니다.
Q. 각 드라이버의 네트워크 설계와 크로스 오버 설계는 어떻게 되어있나요? 예를 들어 BA 드라이버는 어떤 대역을 커버하고 있나요?
쿠와하라
고음역대를 메인으로 하고 있지만, BA 드라이버 단품만으로 그것을 커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드라이버에서 맡고 있는 대역이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은 아닌데요, 예를 들면 10,000Hz대 정도의 고음역대 표현은 3개의 드라이버의 음이 복잡하게 섞이면서 자연스러운 음색이 표현되는 것입니다. 드라이버마다 대역을 나누는 것 보다 섞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고 생생한 고음역대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거든요.
Q.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BA 드라이버의 조합은 음색이 잘 섞이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는데요. 음색을 어떻게 잘 엮을 것인지, 거기에 노하우가 있겠네요.
쿠와하라
네, 맞습니다. 각각의 드라이버의 음이 올바른 위상 특성을 갖도록 3개의 드라이버의 음이 하나의경로로 최적화되도록 만들어진 ‘리파인드 페이즈 스트럭처(Refind Fades Structure)’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탄생한 것입니다.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던 개발이었고 컴퓨터로 몇 번이나 분석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거기에 100개가 넘는 샘플을 제작해서 들어보면서 최적의 해답을 도출해냈습니다.
Q.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엔지니어의 경험, 감성이 더해져서 실현된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우징 소재는 지르코니움 합금을 사용했으며, 페이스 플레이트는 페를라주 가공으로 모양을 냄
빛 바래지 않는 플래그십
Q.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디자인도 인상적이에요.
마스야마
하우징의 지르코니움 합금은 닦아 내기만 해도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페이스 플레이트는 고급 시계의 무브먼트에 사용되는 페를라주 가공으로 모양을 냈습니다.
Q. 오디오 상품으로는 아주 보기 드문 장식 방법이네요. 그리고 경년열화가 발생하는 도장이나 코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포인트네요.
마스야마
네, 맞습니다.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이어폰으로 장시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여 내구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쿠와하라
그리고 내부 하우징의 마그네슘 합금과 맞는 소재를 외부 하우징에 사용했기 때문에 이번 제품은 음향적인 부분에서도 베스트 매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스야마
가공방법도 포인트예요. 커팅도 가능하고 틀에 흘려 넣어서 원하는 모양으로 제작할 수도 있는 금속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음향적인 부분에서도 이상적이고 귀에 딱 맞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기능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셨네요. 부속품도 호화로워요.
마스야마
4.4mm 5극의 밸런스 케이블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의 도체는 표면에 은 도금 OFC를 사용하고 있고, 노이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위스트 페어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리플 컴포트 이어 피스’도 이어폰 본체의 컬러와 맞춰서 전용으로 새롭게 조색하여 만들었습니다.
Q. 철저하게 신경 써서 제작된 이어폰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두 분 모두 완성도에 만족하시나요?
마스야마
네!
쿠와하라
물론이죠. 만족하지 않았다면 시그니처 시리즈는 발매되지 않았을거예요. (웃음)
Q. 시그니처 시리즈끼리의 조합도 생각 하셨나요?
쿠와하라
네, 튜닝할 때 다른 시그니처 시리즈와의 조합도 확인했습니다. 워크맨 ‘NW-WM1A’와 ‘NW-WM1Z’는 물론, 최고급의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 ‘DMP-Z1’과의 조합에서도 훌륭한 음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Q. 휴대용으로는 꽤 크지만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서 외출 시에도 사용이 가능하므로, 이 최고의 조합을 마니아층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폭 넓게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웃음)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소니 오디오 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시그니처 시리즈 신제품 ‘IER-Z1R’
노무라 켄지씨의 음질 리뷰
우선 제품을 사용해보기 전에 느낀 것은 착용감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금속 케이스 안에 다이나믹 드라이버 두개(+BA 드라이버도 한개)를 탑재한 ‘IER-Z1R’ 이어폰은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즈이지만 막상 착용해보면 그다지 무겁지 않습니다. 머리를 흔들어도 툭 하고 빠지지 않습니다. 꽤 공들인 디자인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폰의 틀을 뛰어넘는 자연스러운 현장감과 중후한 표현의 사운드에 놀랐습니다. 저음역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엣지 있는 고음역대가 파워풀하고 깨끗하게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커널형 이어폰에서 자주 느낄 수 있는 근거리에 힘이 집중된 답답하고 무거운 사운드가 아니라 매우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뉴트럴 밸런스의 음색과 사운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음수가 많고 중층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도, 이어폰이지만 마치 개방형 헤드폰이나 니어 필드 스피커로 듣고 있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음색이 선명하고 표현력이 좋다는 것도 아주 뛰어난 장점입니다. 피아노 소리는 아주 편안하게 들리고 현악기는 활의 미묘한 바이브레이션까지 확실하게 재현해주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연주가 리얼하게 느껴지고 귀에 익숙할 법한 소리들까지도 매우 현장감 높은 사운드로 바꿔줍니다. 소리와 연주가 아주 활기차게 느껴지기 때문에 듣고 있으면 절로 즐거워지는 사운드입니다.
마지막으로, IER-Z1R에는 두가지 타입의 이어 피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하이브리드 이어 피스’는 파워풀 하고 깨끗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IER-Z1R’ 특유의 중층적이고 파워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한편, ‘트리플 컴포트 이어 피스’는 약간 부드러운 음색으로 바꿔줍니다. 연주 전체의 분위기까지도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장시간 듣는 사람에게는 트리플 컴포트 이어 피스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사이즈 선택을 포함하여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은 어떤 것일지 차분히 선택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