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취미로 하는 마케터이자 프리랜서 작가.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영감의 순간들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매일 글로 남기고 있다. 네이버의 여행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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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의 시간을 보냅니다. 즉,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여행이라는 단어는 존재만으로도 설렘이라는 기대와 추억이라는 향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행의 설렘과 추억을 위한 팁을 말씀 드리자면 일상의 취미를 여행지에서 하는 것입니다. 러닝을 한창 시작했을 때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미국의 러닝 크루들과 함께 달렸었고, 수영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이비자 섬의 바닷가에서 바다 수영을 했습니다. 아마 서핑을 좋아하는 분은 여행지에서의 좋은 파도와의 서핑을 하시겠지요. 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를 나눌 때 센트럴 파크의 러닝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저의 추억거리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여행의 시간을 달라질지 모르지만, 대부분 우리는 카메라와 함께 여행을 합니다. 러닝을 하든, 서핑을 하든 말이지요. 일생에 한 번 가볼까 한 곳에서의 시간을 조금 더 예쁘게 남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으니까요.
여행 시즌이 되면 저에게 카메라 추천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요. 아마도 제가 사진을 오랫동안 취미로 하기도 했고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모델들도 많으니 정답을 말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카메라는 없습니다. 동적인 취미 활동을 가진 사람은 손떨림 방지와 방수가 되는 액션 캠코더가 필요할 것이고, 사진의 퀄리티가 우선인 사람은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바디가 필요할테니까요. 그래서 질문자에게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여행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어본 다음에 추천을 해주고는 했습니다.
여러 명에게 카메라 추천을 해주면서 내린 결론은 "여행용 카메라는 이 모델이야" 라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각자의 여행에 맞는 '해답'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 디지털부터 필름까지 다양한 바디들을 써봤는데요. 타인의 추천과 저의 여행경험을 통해 여행용 카메라의 해답이라고 생각하는 가벼운 무게와 컴팩트한 바디를 가진 APS-C 타입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나눠보고자 합니다.
#언제나 손 안에 있어야 놓치지 않는다
여행에서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셔터의 기회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길에서 만난 귀여운 강아지를 비롯하여 일생에 한 번 볼까 싶은 자연의 절경까지 말이지요. 이럴 때 내 옆에 카메라가 없다면? 우리는 이 평생 추억거리를 카메라에 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용 카메라의 저의 첫번째 조건은 언제나 휴대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입니다. 이 기준은 사람마다 적용되는 범위가 다릅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바디에 F2.8 고정 조리개 줌 렌즈도 무겁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들지도 못하는 카메라가 될 것입니다. APS-C 크롭 센서 바디와 렌즈는 풀프레임의 그것들보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 휴대하기가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벼운 무게와 컴팩트한 바디를 가진 카메라는 훌륭한 여행 파트너였습니다.
여행을 하게 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쇼핑을 하게 되는 경우인데요. 이 경우도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에 쇼핑백이 생기더라도 부담을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내 사진도 잘 찍히려면 쉬워야 한다
여행지에 가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할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쥐어 주며 저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사진 부탁을 많이 했었는데요, 크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초점이 뒷배경의 건물에 맞거나 노출이 오버되었던 사진들이 많더라고요. 아무래도 지나가는 사람이 카메라를 잘 다루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여행용 카메라는 내가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찍을 수 있는 대중적인 조작성을 가져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셔터만 누르면 제대로 된 사진이 찍혀야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 카메라의 경우 얼굴을 인식하는 피사체 트래킹 모드의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를 맡겨도 실패할 확률이 낮더라고요.
취미 사진사들은 카메라의 앞보다 카메라의 뒤가 더 익숙한 편인데요. 이제는 남에게 맡길 수 있으니 자신의 추억을 만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평생 볼 사진이니까! 평균 이상의 퀄리티!
일상 속에서 툭툭 찍는 스냅은 나중에 다시 볼 일이 별로 없지만 여행에서 찍은 사진은 몇 년이 지난 후라도 다시 보게 되는 사진입니다.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기 때문에 여행 사진은 나중에 보더라도 부족하지 않을 결과물의 퀄리티를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하면 화질과 노이즈에서 이점이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부피와 무게의 이슈로 인해 안 갖고 다닐 확률이 높습니다. 저도 여행의 마지막 즈음에는 풀프레임 카메라는 내려두고 가벼운 카메라만 들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이 글을 쓰면서 지난 여행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여행 당시에는 괜찮아 보였던 스마트폰의 사진은 지금보니 퀄리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APS-C 이상의 센서 크기로 찍은 사진들은 지금의 보정톤으로 보정을 해도 색감도 잘 먹고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주더라고요. 저처럼 사진 보정을 하는 분들은 지금의 보정톤을 보면 과거의 톤보다 더 좋은 톤을 갖고 계실텐데요. 마찬가지로 미래의 보정톤도 지금의 보정톤보다 더 좋을 것이기 때문에 일정 퀄리티 이상의 사진을 촬영하여 보관하시는 것이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필로그
저는 여행의 목적에 따라 바디와 렌즈의 구성을 다르게 했습니다. 가장 많은 카메라를 가지고 갔을 때는 3바디에 5렌즈로 라인업을 짰었습니다. 이 때 구성이 풀프레임, APS-C, 필름 바디였었는데, 작은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를 가진 APS-C 타입 카메라 덕분에 좋은 추억들을 놓치지 않고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APS-C 카메라는 풀프레임 카메라보다는 가볍고 P&S 카메라보다는 퀄리티가 훌륭합니다. 중간 세그먼트의 카메라이지만 적당히 퀄리티와 타협하는 대신 기동성을 얻을 수 있으니 양쪽의 장점을 적당히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 초반부에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서브카메라로 역할을 수행했었고, 여행 후반부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메인 카메라로서 풀프레임 카메라의 공백을 훌륭히 채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가벼운 무게의APS-C 센서를 가진 카메라의 역할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Good Negotiator인 것 같습니다. 사진의 퀄리티와 휴대성, 타협하기 힘든 양쪽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내니까요. 풀프레임 메인 바디를 가진 취미 사진사에게는 서브 카메라로, 신혼의 설렘을 갖고 비행기에 오르는 신혼 부부에게는 메인 카메라의 역할도 충분히 맡길 수 있습니다. 카메라 추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런 기준으로 선택을 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