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는 국내 사진 및 영상 아티스트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Sony Artisans를 현재 운영 중에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총 8분의 작가와 함께 진행되는 Sony Artisans 프로그램은 매월 다채로운 협업 프로젝트와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소니코리아 블로그에서는 각각의 Sony Artisans 소속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진병국 촬영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진병국 감독은 브랜드 필름을 비롯해 패션 필름, 광고 등 다양한 작품을 하고 있는 촬영 감독이다. 그는 촬영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업, 연출 등 역할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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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코리아 : 안녕하세요, 소니코리아 SNS 채널 구독자들을 위한 작가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진병국 감독 : 안녕하세요, 저는 촬영 감독이자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진병국입니다. ‘BOTTLE SOUP’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니코리아 : 감독님께서 영상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진병국 감독 : 처음에는 방송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후에는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죠. 고등학생 때부터 관심이 있어서 대학에 진학해 영상 제작을 전공하고, 심화 과정으로는 콘텐츠 제작을 선택했어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방학 때마다 단편 영화를 만들었거든요. 합숙을 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그때부터 영상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어요. 단순히 ‘멋지다, 예쁘다’고 느끼던 것에서 나아가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대해 알게 되고, 협업을 통해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며 영상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소니코리아 : 영화 감상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작가님께서 영향을 받으신 영화가 따로 있을까요?
진병국 감독 : 저는 서사와 반전을 중요시해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해요. 그리고 그 감독님은 촬영 감독 중 ‘로버트 리차드슨’이라는 분과 자주 협업을 하고 계세요. 그분 작품 중에서 <장고: 분노의 추적자>나 <헤이트풀 8>, <셔터 아일랜드>가 기억에 남아요. 이런 장르를 좋아해서 관련된 영화를 자주 보다 보니 영향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감독님이 고려하시기에 영상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진병국 감독 : 영상 작업에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너지라고 생각해요. 능력치가 100이 한계인 사람도 시너지를 일으키면 150, 200까지의 폭발적인 힘을 끌어낼 수 있거든요. 물론 이러한 과정이 혼자서도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의 천재라고 생각하고, 평범한 사람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너지가 필요해요.
그래서 이 ‘영상’이라는 작업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내 능력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나 콘티에서는 떠올리지 못한 룩이 나온다던가, 연출 감독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촬영감독이 완성해 준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그래서 그 시너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발산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하는 거죠.
소니코리아 : 브랜드 필름 촬영 시 컨셉은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주어진 컨셉에 맞춰 세세한 연출을 진행하시는지, 대략적인 주제가 주어지면 그에 맞춰 기획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진병국 감독 : 제가 작업했던 ‘킹크로치’ 브랜드 필름을 예로 들어 말씀드릴게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 샤머니즘 색채가 담겨 있는 작품을 굉장히 좋아해요. 초자연적인 현상, 그러니까 있을 법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그런 것들. 논쟁도 많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작품이 풍성해지거든요. ‘킹크로치’ 작업물을 보면 무언가에 대해 혼란을 겪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모습이 환영으로 나오고, 거기에 주인공이 얼굴을 가리는 탈을 쓰고 나와요. 음악도 분위기와 맞는 곡을 선택했고요. 제가 좋아하는 샤머니즘적인 색채가 담김과 동시에,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샤머니즘은 아무래도 느낌도 강렬하고 뚜렷한 성격이 있다 보니 브랜드의 협의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진병국 감독 :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브랜드 측에서 색깔이 맞지 않다고 거절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브랜드에 최대한 맞추려고 해요. 제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면 레퍼런스 이미지나 영상, 음악 등을 준비해서 미팅 때 어필을 많이 하는 편이죠. 브랜드 필름도 중요하지만, 제가 이 브랜드 필름을 만들었다는 그 과정 또한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냥 브랜드의 니즈만 받아들이고 끝낼 수도 있지만, 제 작업물이라는 느낌이 옅어지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니즈가 반영된 작업물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저만의 색깔을 담은 작품은 저만 만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의 아이덴티티를 영상에 각인시키려고 하는 편이에요.
소니코리아 : 샤머니즘 이외에도, 작품을 보면 감독님을 떠올릴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있을까요?
진병국 감독 :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촬영이에요. 무수한 연출자가 있고 무수한 제작자가 있지만, 그 가운데 촬영 감독이 제작을 맡았을 때는 ‘이렇게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그래서 촬영적인 표현을 어떻게 할지를 연구하고, 현장에서 받아들였을 때 어떻게 해석할지를 떠올려요. 제안한 대로 촬영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 맞춰 유연하게 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하거든요.
소니코리아 : 감독님께서는 다양한 영상 분야 중(연출&기획, 컬러 그레이딩, 조명, 촬영, 미술) 촬영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다고 했는데, 촬영 감독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진병국 감독 : 제가 만드는 영상물들은 DOP나 카메라 오퍼레이터를 섭외하지 않고 웬만하면 제가 직접 촬영하고자 하고 있어요. 촬영감독으로서의 시각과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일반 제작자가 아닌 촬영 감독 출신이 제작하면 이런 느낌이 나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종착역은 본인만의 콘텐츠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촬영 감독으로서 굉장히 노력하고, 촬영감독의 역할에서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게 맞지만, 그 너머에는 내 콘텐츠를 가지고자 하는 꿈이 있어요. 언젠가 그 너머로 향했을 때, 촬영 감독 출신이 만드니까 이렇게 멋진 작품이 나왔구나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훌륭한 선후배님들과 업계 종사자분들이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이 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을 찾아서 실현시키고 싶어요.
소니코리아 : 감독님의 작업물을 보면 제품은 물론 모델의 매력까지도 담겨 있어서 더욱 흡입력이 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 필름에서 모델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감독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진병국 감독 : 모델의 매력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요. 미묘한 각도나 높낮이, 그리고 카메라가 어디서 모델을 바라볼지 그 위치까지도요. 단적으로 모델에게 액팅을 요청하고 단발성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카메라가 어디서 볼지 움직이면서 모델의 매력을 찾아내요. 요즘은 짐벌이 그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는데, 짐벌은 단순히 부드럽게 움직이는 역할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에요. 짐벌이나 지미집, 삼각대 등은 모두 수단이고 모델을 매력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어디서 바라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거죠. 아무래도 제가 촬영 감독이다 보니까 그러한 점이 제작을 할 때에도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점은 현장에서의 감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콘티에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모델의 생김새도 알고, 제품도 잘 알지만 베스트 컷을 찾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빨리 포착해 내는 능력이 특히 요구되는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제품은 배치를 하고 촬영을 하는 것이지만, 모델은 인물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감독님만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나 단시간 안에 매력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을까요?
진병국 감독 : 디렉팅이라는 건 제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의 소통이 무척 중요한 거죠. 이미 많은 작업을 거치신 베테랑 출연자 분들은 자신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디렉팅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지만, 아직 노하우를 쌓지 못한 분들은 그게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 두 그룹은 모두 같은 가치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발산하는 능력이 조금 어색해서 드러나지 않을뿐인거죠. 그래서 그걸 끌어올려서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이 가장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모델이 공간에 녹아들게끔 음악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소니 Artisans 결과물로 제출한 <How to Breathe>나 <Inner Choice>, <Fifty>, <Prism> 전부 다 현장에서 음악을 활용했어요. 작업물 분위기에 맞는 음악으로요. 촬영 전에는 제가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해서 가는 편입니다. 저는 음악이 현장에서 50%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디렉팅을 해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레퍼런스나 스토리에 맞는 적절한 음악을 틀어 놓으면 원하는 작업물을 얻는 게 굉장히 수월해지죠. 작업 때 사용할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편이에요.
소니코리아 : 촬영을 할 때는 물론이고, 촬영 전에도 준비를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시는군요. 그렇게 열심히 촬영하신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그 이유도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진병국 감독 :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 메인 역할은 촬영 감독이에요. 이러한 제 촬영 감독으로서 쌓아온 포트폴리오를 통해 제안이 들어왔던 브랜드 필름이 있어요. 촬영부터 제작까지 작업했던 ‘킹크로치’ 브랜드의 작업이죠. 모델, 브랜드,제품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제가 기획하고 편집 및 촬영, 연출까지 도맡아서 작업했어요. 특정 제품이라기보다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작업이어서 더욱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던 <라이딩동댕>이라는 웹 드라마가 떠오르네요. 총 6회차 분으로 구성됐는데, 엄청난 노력과 힘을 들였던 작품이거든요. 경륜과 관련된 내용으로, 4명의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로맨스를 담은 스포츠 웹드라마예요. 촬영 장소를 사전 답사로 많이 방문하고, 연출 감독님과 어떻게 촬영하고 구성할지와, 시나리오에 관한 논의도 많이 했어요.
제가 주로 작업하는 광고 및 브랜드 필름은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시나리오까지는 없어서, 콘티는 존재하지만 이미지로 풀어내는 성격이 강하거든요. 그리고 굉장히 폭발력 있게 터져 나오죠. 영상의 길이가 짧으니까 감동이나 재미를 순식간에 주어야 하고, 룩도 강렬하게 구성해요. 그런데 이 <라이딩동댕>과 같이 이야기가 있는 작업은 러닝타임도 비교적 길고, 호흡이 길어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짧은 시간의 숏 필름과 비교하여 웹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진병국 감독 : 제가 30초~3분 정도로 러닝타임이 짧은 숏 필름 위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좋은데,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 비교적 영화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호흡이 긴 스토리라인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가장 강렬하게 남는 건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런 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이번 작품이 그만큼 의미 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소니코리아 : 감독님께서 앞으로 만들고 싶은 스토리가 있으실까요?
진병국 감독 : <버드 박스>나 <곡성>처럼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초자연적인 현상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너무 판타지는 아니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라서 더욱 몰입도가 높은 것 같아요.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샤머니즘과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거기에 다 종교적인 색채가 들어가거든요. 종교라는 게 민감한 주제이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은 재미있는 요소 같아요.
소니코리아 : 소니 Artisans에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자 지원하게 되셨나요?
진병국 감독 : 지금은 상업 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데, 소니 Artisans 프로그램에서는 상업적인 것을 떠나 순수 예술 분야에 대한 갈증을 풀고자 했어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몰두하는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계속해서 작업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익숙한 루틴이 생기거든요. 평소에 좋은 작업을 하더라도 숙련이 되고, 익숙해지면 루틴이 생겨서 기출문제같이 여겨지는 거죠. 그래서 시도해 보지 않았던, 국내에서는 본 적 없던 그런 것들을 많이 시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는데, 이런 창작욕구를 해소하고 싶어서 지원했던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Artisans 활동을 하시면서 그런 갈증이 해소되셨나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진병국 감독 :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제 손으로 이루어 나가다 보니 기존 상업작업보다 자유도가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공간에서 어떤 피사체가 나올지, 어떤 스토리를 풀어나갈지, 어떤 음악을 쓰고 어떻게 연출할지,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해서 창의력을 최고로 발휘했던 시간이었어요. 소니 Artisans 활동의 결과물이 크리에이티브하게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찾고 작업물을 담아내는 과정이 일반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개성이 뚜렷했으면 했죠. 저는 이번 소니 Artisans 모든 영상을 자아와 관련된 내용으로 담아내고자 했어요. 제 아이덴티티가 잘 투영될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소니코리아 : 활동 중 소니 FX6와 함께 작업한 ‘How to Breathe’와 ‘Inner Choice’는 모두 비닐 소재를 사용하셨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 소재를 활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진병국 감독 : 위 두 작품은 제가 경험한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알 수 없는 것에 억눌린 채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도 쉽지만 앞으로 뚫고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태. 이러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메타포로 비닐이 탁월하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적으로는 빛이 투과돼서 인물이 보이기도 하고, 찢어서 형태를 변화시킬 수도 있고, 유연하기도 해요. 그리고 비닐은 누구나 찢을 수 있을 만큼 연약한 물체예요.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서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제목도 단순하게 ‘탈출’ 이렇게 지을 수도 있었지만, <How to Breathe>라는 제목을 통해서 한 단계 더 생각하게끔 만들었어요. ‘이 사람은 비닐을 간단히 찢고 나가 숨을 쉬면 되는 상황에 놓여있지만 비닐을 찢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구나’, ‘숨 쉬는 건 인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쉽지만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죠. <Inner Choice>는 말 그대로 내면의 선택이라는 뜻이에요. 실제로 두 가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끔 구성했어요. 앞서 소개 드린 ‘How to Breathe’보다는 직설적인 편이죠. 이 작품에는 자아에 대한 의지를 이미지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한 명은 비닐을 찢어 탈출하고, 한 명은 탈출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내면의 갈등을 형상화했어요. 결국 감독은 자기 이야기를 하거든요.
소니코리아 : ‘How to Breathe’와 ‘Inner Choice’ 작업 중 FX6를 메인으로 사용하시면서 가장 만족스러우셨던 기능이 있을까요?
진병국 감독 : 가변 ND 필터가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저는 촬영할 때 매 컷에 가장 이상적인 노출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FX6의 가변 ND 필터 덕분에 현존하는 카메라 중 가장 진보된 방식으로 노출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GM 렌즈와 조합해서 써보니 AF 인식과 트레킹 성능도 만족스러워서 충분히 원하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어요.
소니코리아 : FX3를 활용하여 촬영한 12월 작업물 ‘FIFTY’에서는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모델의 걸음걸이가 눈에 띄었는데요. 해당 작업물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요?
진병국 감독 : <FIFTY>는 SEL50F12GM 렌즈로만 촬영한 결과물이에요. 어떻게 보면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했던 촬영이었어요. 어쩌면 50mm f1.2 GM렌즈가 소니에서도 상당히 하이엔드 렌즈라고 볼 수 있고, 상징적이기도 하죠. 50mm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면 어떤 영상이 나올까 궁금했어요. 하나의 화각으로 다채롭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50mm 하나의 화각으로 얼마나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고요.
영상에서 모델은 불안하게 걸어 다니는데, 혼란스러움을 담아내기 위한 디렉팅이었어요.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어깨를 부딪히고, 절뚝거리고, 누군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도 있죠. 이러한 혼란스러움과 불안함은 저에게서 비롯됐어요. 모델을 통해 저의 감정과 이야기를 영상 속에 담아낸 거죠.
소니코리아 : 마찬가지로 FX3를 사용한 1월 작업물 ‘PRISM’은 제목 그대로 인물의 얼굴의 겹쳐 보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영상 길이가 짧아서 잔상이 더 오래 남기도 하고요. 이러한 작업을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진병국 감독 :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의 모습을 프리즘 효과로 광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위치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서 모두 다 다른 이미지가 맺히게 되죠. 나 자신이 여러 갈래에 쪼개지는 분열의 형태잖아요. 분열이라는 게 안정적인 형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러한 불안정성을 폭발적으로 잘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생각해요. 제 영상이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소니코리아 : FX3 유저분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FX3의 기능이 있으신가요?
진병국 감독 : 바디가 FX6에 비해 컴팩트하다 보니까 기동성 있게 촬영할 수 있었던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환경일 때, 1인 크리에이터나 인력을 많이 동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활용하기 좋은 모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하면서 외부 모니터링도 LUT가 적용돼서 보이게 됐잖아요. 그게 무척 큰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연출, 촬영, 조명,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 광고주, 대행사 등 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니터를 봐야 해요. 이런 상황에서 외부 LUT를 별도로 추가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LUT 씌운 값을 바디에서 송출해서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게 엄청난 업데이트라고 생각해요. 영상 작업을 할 때는 시너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FX3가 이러한 면에서 모두가 같은 그림을 보며 의견을 주고받기 좋은, 시너지를 내는데 특화된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소니코리아 : FX6를 메인으로 사용하시면서 FX3 혹은 FX30을 서브 캠으로 운용하시는데, 각 카메라 간 S-log3로 촬영 후 편집 시, 컬러 사이언스에 이질감은 없나요?
진병국 감독 : FX6와 FX3의 톤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좋은 조명 환경에서 촬영을 했다면 후반작업을 통해 색을 어느 정도 맞추는 것이 가능할 것 같고, 조명에 신경을 쓴다면 서브 캠으로 함께 쓰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조도 환경에서는 FX30의 경우 High Base ISO 값 차이에서 발생하는 노출 차이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촬영한다면 충분히 서브 캠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