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는 국내 사진 및 영상 아티스트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Sony Artisans를 현재 운영 중에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총 8분의 작가와 함께 진행되는 Sony Artisans 프로그램은 매월 다채로운 협업 프로젝트와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소니코리아 블로그에서는 각각의 Sony Artisans 소속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패션 사진작가 김민석 작가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김깜’으로 활동 중인 김민석 작가는 다수의 개인 브랜드 및 패션 플랫폼과 협업하여 다양한 패션 사진을 촬영하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브랜드 작업 이외에도 아티스트, 모델을 비롯한 개인 프로필 작업 활동 또한 이어가고 있다.
▼ 김민석 작가 SNS 바로가기(링크) ▼
소니코리아 : 안녕하세요, 소니코리아 SNS 채널 구독자들을 위한 작가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민석 작가 : 안녕하세요, ‘김깜’이라는 아이디로 사진을 찍고 있는 김민석입니다. 아이디를 정할 당시, 발밑에 저희 집 강아지가 있어서 강아지 이름으로 지어봤어요. 이름처럼 까만 푸들입니다.
소니코리아 : 작가님께서 사진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민석 작가 :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진을 시작했어요. 당시 ‘싸이월드’를 굉장히 열심히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하더라고요. 저도 부러워서 따라 샀다가 본격적인 재미가 붙었죠. 처음부터 사진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일반 회사에 다니면서 네이버 사진 동호회로 활동하는 등 취미로 삼다가, 직업으로 전향하게 됐죠.
당시 회사는 출장이 잦았어요. 실사를 하는 업무가 있어서 출장을 다니면서 늘 카메라를 들고 다녔죠. 그때는 인물보다는 풍경 사진을 좋아해서 출장을 다니며 풍경을 많이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동호회는 또 인물 중심 동호회였죠. 당시에 이렇게까지 취미를 과하게 즐길 거면 직업으로 전향하는 게 낫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동호회에서 웨딩 스냅이나 커플 스냅을 상업화하려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본격적인 상업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인물 중심의 사진을 촬영하는 동호회의 영향으로 패션 사진을 시작하시게 된 걸까요?
김민석 작가 : 처음 웨딩 사진으로 상업 활동을 시작할 땐, 주로 제주도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조명을 활용해서 웨딩 사진을 화보처럼 찍는 팀이 나타났죠.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팀의 작업물을 많이 살펴봤는데, 그렇게 조명이 들어간 느낌이 되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당시 저는 조명을 아예 쓸 줄 몰라서 비슷한 느낌의 이미지를 찾다 보니까 그게 다 패션 사진이더라고요. 그때 저의 취향을 알게 됐죠. 웨딩 사진만 촬영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조명을 활용해서 멋있게 찍는 사진에 욕심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 계기로 자연스럽게 이쪽 방향으로 흘러온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웨딩 사진 대비, 패션 사진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김민석 작가 : 웨딩 사진은 했던 아이템을 또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 사진 중에서 예쁜 레퍼런스를 보고 오시면, 똑같이 따라 해서 그대로 촬영하기를 원하시죠.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패션 작업은 그렇지 않아요. 레퍼런스를 참고하더라도 한 사진에서는 배경을, 다른 사진에서는 포즈를, 또 다른 사진에서는 조명을 참고하는 등 굉장히 많은 사진을 모아서 하나의 결과물이 나타나야 하거든요.
그럼 결국 제안해 주신 사진들을 모아, 어떤 사진을 원하시는지 제가 역제안을 해요. 제가 이해한 방향이 맞는지, 이렇게 작업하면 될지 등에 대해서요. 저는 사진을 보면 조명이나 각도 등 테크니컬적인 부분을 본다면, 상대방은 ‘몽환’, ‘시크’ 등 추상적인 무드로 접근하기도 하거든요. 이러한 해석이 서로 동의가 되어야 결과물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접점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이 고려하시기에 패션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김민석 작가 : 의도한 스타일링이 잘 보이게 하면서도 이를 담아내는 주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각자의 해석은 모두 다 다를지라도 어떤 스토리텔링이 느껴질 수 있게끔 하는 거죠. 그런 스토리텔링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면서, 스타일까지 눈에 보이게 하는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두는 편이에요. 제 의도를 다 담아내려고 하니 설명을 하게 되고, 보는 분들에게 강요를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최소한의 품을 들여서 신을 구성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려고 노력하죠. 신의 구성에는 배경 설정부터 시작해서 모델이 손에 들고 있는 소품, 취해야 하는 행동, 짜야 하는 프레임과 앵글,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어요.
소니코리아 : 패션 사진을 찍으시는 작가님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께서도 패션에 관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김민석 작가 : 저는 패션 자체에는 관심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에요. 작업을 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들이나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말씀하시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대신 그런 점을 메꾸기 위해, 트렌드를 굉장히 많이 찾아보면서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옷 자체의 트렌드를 파악하기보다는 사진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그에 맞춰 톤 앤 매너 위주로 기획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런 기획에 대한 감도 전혀 오지 않았는데,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촬영해 보니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요. 저는 기획을 할 때 1부터 100까지 전부 완성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연히 떠오르는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레퍼런스를 고증하는 작업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고증을 하기 시작하면 분명 누군가에게는 트집이 잡히고, 스스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어디에도 없는 사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상상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옷은 잘 모르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에 대해 상상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협업하는 분들과 회의를 통해 구성해요. 그분들은 자기 파트에서의 트렌드를 잘 알고 계시니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거든요. 트렌디한 옷, 트렌디한 헤어 등 의견을 주신 부분에서 제가 상상하는 그림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것들을 활용해 기획을 하는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의 작업물을 보면 그런 기획 과정을 거쳐서인지, 과감한 연출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차별화되는 연출을 하는 작가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민석 작가 : 100% 제 아이디어로만 이루어진 작업은 거의 없다고 봐요. 비중은 사진마다 다르지만, 연출적인 부분은 혼자 결정되는 경우가 잘 없죠. 주로 함께 작업하는 아트 디렉터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출의 방향을 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끼리 선호하는 분위기는 솔직히 상업적인 시각으로만 보자면 주류는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비주류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하고자 하죠. 지금 작업하고 있는 촬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이후의 상황까지 연결해서 상상하지는 말자고 다짐해요. 그래서 그런 제한 없이 접근을 하다 보니까 보시는 분들은 과감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이 세상에 100%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것을 얼마나 잘 비트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많은 레퍼런스를 찾고, 저의 분위기에 맞춰 이를 변형시켜 적용하는 것 같아요. 그런 요소들이 모여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참신한 결과물이 되는 거죠. 최근에는 빛을 활용한 패턴에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색깔이 있는 led 조명을 쏴서 혼합된 느낌을 만들거나, 빛을 튕기거나 반사 시켜서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는 거죠.
소니코리아 : 작가님께서는 비주류라고 표현하신, 크리에이티브 한 아이디어를 내는 영감의 원천은 어디인가요? 특히 영감을 받거나 지향하는 포토그래퍼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민석 작가 : 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간판이나 사물을 보고 떠오를 때도 있고, 무언가를 보지 않아도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를 때도 있어요. 머리에 전구가 탁 켜지는 것처럼 번뜩 생각이 나죠. 그럴 땐 길을 가다가도 잠시 멈춰서 휴대폰 메모장에 키워드를 적어놔요. 제 연출은 보통 그렇게 많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특히 한 명을 꼽긴 어려운 것 같아요. 다양한 포토그래퍼 분들의 계정을 참고하다가도, 어느 날은 팔로우를 모두 끊어내기도 하거든요. 너무 멋진 작업물을 보면 스스로와 비교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다만 톤 앤 매너를 참고하려고 살펴보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 ‘2018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에 참여하셨던 ‘RAY KAY(레이 케이)’ 작가님 작품을 종종 찾아보고 있어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께서는 개인 프로필 촬영도 다수 진행하고 계신데요, 프로필 촬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민석 작가 : 가격과 스케줄보다도 요청하시는 분이 어떤 분위기의 프로필을 만들고 싶은지를 먼저 확인해요. 원하시는 분위기와 제가 작업하는 방향이 맞지 않으면 작업을 거절하기도 하죠. 어설프게 욕심내서 무리하게 진행하면 서로 만족을 하지 못하니까요.
최근에는 우연히 댄서분들의 프로필 촬영을 다수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보통 이미 프로필이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경우 지난 프로필의 배경과 앵글, 표정 등을 참고해서 똑같이 촬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원하기에 작가를 변경해서 촬영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조사를 기반으로 어떤 분위기의 프로필을 만들어 갈지 함께 논의합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분위기를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소니코리아 : 프로필마다 각양각색의 이미지로 촬영을 진행하셨는데요. 작업 전 원하는 분위기를 요청받는 것인지, 작가님께서 기획하시는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김민석 작가 : 사실 어떠한 분위기를 생각하지 않고 촬영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무조건 저에게 맡기면서 엄청난 신뢰를 보여주시더라고요. 물론 그런 부분도 제가 연출해야 하는 게 맞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실 원하는 분위기가 하나씩은 있어요. 그런 부분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시거나, 상상을 하기 어려워해서 속에만 감춰두고 계시는 거죠. 그래서 대화를 통해서 그런 포인트를 꺼내는 걸 작업의 첫 단계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되게 많이 느꼈어요. 텍스트로만 이야기를 나누니 말투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해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보통 유선 연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원하는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질문을 미리 구성하죠. 그럼 보통 10-20분 정도의 통화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이후에는 텍스트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오해가 적은 편이고요. 이런 스킬은 웨딩 촬영을 하면서 늘어난 것 같아요. 인생에 한 번뿐인 너무나 중요한 사진이기에 예민하실 수밖에 없고, 촬영 시간이 길다 보니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소니코리아 :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미지를 기획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프로필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김민석 작가 : 평소 하지 않았던 스타일링, 자주 짓지 않은 표정 등 이전과는 색다른 모습을 통해 그 사람의 프로필 분위기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댄서분들의 프로필을 예로 들자면, 댄서분들은 아카데미에서 클래스를 운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그 타임 테이블의 댄서분들의 프로필이 조그맣게 들어가요. 그럼 저는 거기에서 제가 촬영한 분의 프로필이 가장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연출을 하는 거죠.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남들이 하지 않은 연출을 하면 눈에 띄는 멋진 프로필 분위기를 담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분위기를 맞춰가는 과정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무대 위의 모습만 보고 무서울 거라는 생각과 달리, 오히려 수줍음이 굉장히 많으신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과 현장에서 함께 적응하며 맞춰가면 훨씬 수월한 촬영이 되는 것 같고, 무대에 서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이 빠르더라고요. 그래서 훨씬 재미있는 촬영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니코리아 : 브랜드 사진 및 프로필 촬영을 통해 다양한 모델분들과 작업을 하시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민석 작가 : 작업 초창기, 배우 지망생과 컨셉 촬영을 준비했어요. 아침 9시에 시작하는 스케줄이었는데, 헤어 메이크업 담당해 주실 실장님까지 구인해서 단체 채팅방에서 다음날 보자며 인사까지 했죠. 그런데 그다음 날이 됐는데, 그 실장님께서 제시간에 나오지도 않으시고 연락 두절이 된 거예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배우분이 민낯 프로필도 찍어보고 싶었다며 촬영을 하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둘이서 민낯 프로필을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배우분도 결과물에 만족하셨어요.
또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왔던 학생이 기억나네요. 한창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유행할 때, 댄스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댄서 프로필을 촬영하고 싶었나 봐요. 너무 앳된 얼굴로, 굉장히 댄서 같은 스타일링을 하고 왔더라고요.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다가 중간부터 너무 잘해주더라고요. 저는 물론이고 메이크업 실장님 등 스태프들이 그 학생을 귀여워하면서 촬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소니코리아 : 작가님이 촬영하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그 이유도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민석 작가 : 소니 Artisans 활동으로 작업했던 사진들 중에 ‘불시착’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와 주로 협업하시는 아트 디렉터 분과 가장 처음 미팅을 시작하면서 서로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저는 표현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불시착’이라는 단어가 매력적이라, 이를 활용해서 연작을 하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꼭 하고 싶던 프로젝트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실행하지 못하다가 소니 Artisans을 계기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불시착’은 예정되지 않은,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단어잖아요. 그 느낌이 좋아서 ‘불시착’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갈래를 뻗어 나갔던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진짜 불시착을 하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비행기를 통해 미지의 세계에서 온 사람을 설정했어요. 그들은 죽지 않고 무사히 도착할 테니까요. 미지의 세계에서 온,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지구에 도착해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을 스타일링과 촬영 기법 등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원래는 사진 속 인물에 서사를 부여하고 싶었는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아지니까 설명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진이 아니라 글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빼고 보시는 분들의 해석에 맡겼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불시착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는 Artisans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이후에도 계속할 생각이 있고, 연말쯤에 작게나마 전시를 한 번 해보자는 목표도 가지고 있어요. 전시를 할 때 단순히 이미지뿐만 아니라, 촬영에 사용했던 소품들을 함께 배치하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말씀하신 ‘불시착’ 작업에서는 조명을 과감하게 사용한 컷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많은 준비와 보정 단계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힘들었던 점이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김민석 작가 : 태안반도에 가서 찍었던 작업물인데, 나름 준비를 해서 갔지만 늦가을이라 해가 짧아져서 시간이 부족했어요. 굳이 장소를 옮겨서 찍었는데, 태안반도의 배경을 별로 담지 못해 아쉬웠죠. 그리고 이 사진은 첫 불시착을 시작하는 장면인데, 딱 도착하는 그 순간을 담고 싶었거든요. SF 영화에서 외계인이 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했어요. 어스름한 바다를 배경으로 모델에게 강한 조명을 비추는 거죠. 너무 까만 배경은 재미없을 것 같은데, 해가 떨어진 뒤에 도착했다는 설정을 지키고 싶어서 그 시간대로 설정했어요. 모델은 일부러 날아가게 찍은 건데, 작업 후에 궁금해서 하이라이트를 낮춰봤거든요. 그런데 얼굴이 살아있더라고요. Alpha 1의 센서 성능이 참 좋다고 생각했죠.
소니코리아 : 연작으로 진행하신 12월의 ‘불시착’ 작업물에서는 다양한 버전의 토끼 가면을 볼 수 있었어요. 이 가면은 어떻게 제작하시게 된 건지, 어떤 주제를 담아 내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김민석 작가 : 작년에 한복으로 검은 호랑이를 표현하는 방식을 촬영을 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검은 토끼를 활용해서 촬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래서 혼자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어요. 보통 토끼라고 하면 털실이나 귀여운 모자 느낌을 많이 상상하시는데, 제가 그리는 토끼는 불시착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어요. 메탈 소재를 통해 사이버틱한 느낌을 내고자 했죠.
제가 스케치한 그림과 몇 개의 레퍼런스를 주며 제가 원하는 느낌을 설명했어요. 그걸 듣고 아트 디렉터 분이 이 소품을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저는 또 소품을 보고 배경과 조명에 대한 구성을 생각하고요. 더불어 저의 ‘불시착’ 프로젝트에는 도착하는 장면이 꼭 들어가야 해요. 그게 불시착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불시착’ 작업은 소니 Alpha 1과 함께 진행하셨는데요, Alpha 1을 사용한 소감이 어떠셨나요?
김민석 작가 : 플래그십인데 세로 그립이 없으니까 더 가벼워서 좋았고, 그러면서도 그립감이 느껴지니까 어떤 신뢰감이 생기더라고요. 촬영할 맛도 더 나고요. 특히 초점 트레킹이 너무 잘 되니까 구도 걱정 없이 셔터를 많이 눌렀던 것 같아요. 그냥 찍어도 잘 잡히니까, 초점에 대한 걱정이 없더라고요. 야외 촬영을 할 때는 조명을 안 쓰고 빠르게 찍을 때가 많은데, 연사 능력도 좋아서 작업하기 수월했어요. 그리고 신기했던 점은 전자 셔터로 촬영을 하니까 셔터 막을 아껴 쓰는 기분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소니코리아 : 현재는 Alpha 7R V 카메라를 사용하고 계신데요, Alpha 1과 비교하여 어떤 부분에 장점이 있을까요?
김민석 작가 : Alpha 7R V는 제 인생에서 처음 사용해 보는 고화소 카메라입니다. 평소 촬영한 이미지를 여러 프레임으로 크롭 해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크롭을 해보니 픽셀수가 너무 작아져서 아쉬울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요즘 Alpha 7R V 덕분에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크롭을 해보고 있습니다. DR도 좋아서 노출이 조금 틀어진 사진도 걱정 없이 작업해서 쓰고 있어요.
저는 촬영할 때 템포가 조금 빠른 편인데 AI 프로세싱 유닛이 덕분에 고성능의 AF 검출이 가능해서 촬영할 때 큰 도움을 받았어요.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니 작업이 수월하더라고요. 그리고 눈이나 얼굴, 몸 등 상황에 맞게 카메라가 스스로 피사체에 포커싱을 해주니 저는 구도만 잘 잡아주면 돼서 더욱 편했어요. 얼마 전 Artisans 활동의 마지막 파트인 프로모션 영상 촬영을 진행했는데, 지속광과 순간광을 섞어 사용해야 하는 세팅이 있었어요. 그 부분 때문에 셔터스피드를 굉장히 낮게 가져갔는데, 확대해 보니 피사체가 흔들림 없이 담겨서 놀랐습니다. 5축 8스톱의 손떨림 방지 성능도 굉장히 좋아져서 요즘 아주 대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니코리아 : 11월 작업물에서는 각 색상에 따라 이미지의 분위기가 달라졌는데요, 각 이미지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김민석 작가 : 빨간색과 노란색을 담고 있는 프로젝트는 기존에 계속 협업하던 아트 디렉터 분과 함께 한 작업이에요. 색깔 배합을 활용하여 촬영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모델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테스트 촬영을 해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저희도 모델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됐어요. 우울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는데, 보통 ‘우울’하면 무채색이나 저채도를 떠올리잖아요.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채도가 있는 우울을 연출하고 싶었죠.
파란색과 분홍색이 담겨 있는 사진은 ‘인어’를 표현한 프로젝트입니다. 의상을 담당하시는 분께서 드레스를 제작하시는 분인데, 인어는 어떤 스타일을 입을까 상상하면서 했던 작업이에요. 파란색은 심해에 있는 인어에서 시작된 의상이고, 분홍색은 산호초나 진주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어요. 담당자분께서 의상을 제작하시고, 촬영을 하고 싶다고 제안 주셔서 심해라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배경을 세팅했어요. 물결 느낌을 내고, 더 딥한 파란색을 만들고, 조명도 플랫하지 않게 하려고 조정했어요. 분홍색은 더 화사하고 예쁜 느낌을 위해 배경을 비슷한 계열로 설정했고요.
소니코리아 : Sony Artisans 인원 중 처음으로 라이브 세미나를 진행하셨는데, 진행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혹시 준비하시는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김민석 작가 : 리허설부터 너무 긴장되고 부담됐어요. 제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 불안해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는데, 나중에 보니까 물집까지 잡혀있더라고요. 그래도 라이브 때는 리허설보다 잘한 것 같아서 괜찮았어요. 제가 걱정한 것보다 채팅도 잘 보였고, 아시는 분들이 들어오셔서 중간중간 응원도 해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채팅 읽는 재미도 있었어요. 또 봐주신 분들 중에서는 좋은 피드백을 주신 분들도 계시고, 나중에 따로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응원 연락을 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할 때에는 너무 긴장됐지만 막상 돌아보니 너무 즐거웠던 경험이죠.
소니코리아 : 마지막으로 Artisans 프로그램을 하며 느끼셨던 소감에 대해 짧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민석 작가 : 일단 다른 작가님들과 교류가 생긴 게 가장 좋았어요. 특히 저는 영상 작업하시는 분들과는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소니 Artisans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었고, 나중에 협업하자는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작업적인 부분에서는 다양한 촬영을 함께 하며 내부 스태프분들과 사이가 더 돈독해졌어요. 무조건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까 의기투합하는 분위기가 생기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새삼 사진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기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피곤할 때도 있었는데, 막상 작업물을 촬영할 때가 되면 추진력이라던가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소니와 인연이 생기게 된 점도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