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진 분야 중에서도 수중촬영은 항상 어렵고 다가가기 힘든 분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도전해보고 싶은 수중촬영의 세계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017 ‘#RX사진전’ 대상, 그리고 얼마 전 발표된 제1회 ‘글로벌 #RX사진전’ 우수상을 수상한 이종기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수중촬영의 세계! 지금 바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이종기ㅣ수중사진가
취미로 프리다이빙을 즐기다 수중촬영의 세계로 입문한 이종기 포토그래퍼는 프리다이버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수중사진가다. 최근 진행된 제1회 ‘글로벌 #RX사진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RX사진전’ 대상, 2016년 ‘RX사진전’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수중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이종기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수중촬영이라는 독특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신데, 수중촬영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취미로 프리다이빙을 즐기다 2015년도쯤 슬럼프에 빠지게 됐어요. 프리다이빙은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세우는 극한의 스포츠인데, 어느 순간 ‘선수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연습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도중 2016년 2월에 지인들이 세계대회 참가를 위해 트레이닝 받는 곳에 함께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RX100으로 처음 수중사진을 촬영해봤어요. 상당히 재미있었고, 그 이후로 수중촬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수중촬영을 하면서 프리다이빙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즐기게 된 것 같아요.
Q. 수중촬영을 하시기 전에도 사진을 찍으셨나요?
2001년도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었고, 2007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미술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보면 사진은 가장 빨리 그릴 수 있는 그림이잖아요. 제가 보는 모습들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폭우 속의 입수’라는 작품으로 국내 RX사진전 대상에 이어 글로벌 RX사진전에서 우수상까지 수상하셨습니다. 처음 소식을 접하셨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사실 아직도 많이 얼떨떨해요. 특히 글로벌 RX사진전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SonyRXmoments 태그로 인스타그램 검색을 해보니 잘 찍은 사진이 정말 많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수중사진으로 상을 받게 되어서 너무 좋기는 한데 이제 더 겸허히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작을 하는 단계에 있는데 여기서 만족하게 되면 자만심이 들게 될 것 같아요. 소니에서 주신 상은 정말 감사하지만 이걸 시작으로 더욱 정진해 나가고 싶어요.
Q. 수중사진 분야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인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수중촬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수중사진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제가 하고 있는 분야는 무호흡 잠수, 즉 프리다이빙 촬영이에요. 스쿠버다이빙처럼 에어탱크를 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 호흡으로 자기 폐에 공기를 담아서 참을 수 있는 만큼 참고 사진을 찍는 거죠. 이 때 중요한 요소가 굉장히 많은데 먼저 모델과 저의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시야에요. 부유물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제가 담아내는 사진의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얼마 전 국내 프리다이빙 대회가 열려서 강원도 사천 해변에 갔는데 제가 가본 동해안 바다 중에서 가장 맑은 시야를 자랑하더라고요. 웬만한 동남아 해변보다도 더 맑은 느낌이었어요. 그 날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날씨가 좋을 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며칠을 더 있었는데 갑자기 파도가 치면서 시야가 완전히 변해버리더라고요. 지상에서도 그렇지만 수중에서는 자연 환경을 컨트롤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경적 요소도 정말 중요합니다.
Q. RX사진전에서 2016년과 2017년, 2회 연속 수상을 하셨는데, 두 번 모두 RX100 시리즈로 촬영하셨습니다. 이렇게 작은 RX100 시리즈로 작가님의 작품과 같은 퀄리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도 더러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RX100M5를 쓰는 이유는 단순하게 ‘작고 가볍고 잘나와서’입니다. 처음 수중사진을 촬영했을 때부터 RX100을 사용했고 굉장히 편하고 잘 나와서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특히 수중에서는 장비를 다 들고 모델과 같은 수심에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의 부피가 크면 물의 저항을 많이 받게 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RX100M5가 굉장히 유용한 것 같아요.
Q. 수중촬영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누구나 동경하지만 쉽게 도전하기는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반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중촬영 팁이 있을까요?
우선 색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산다고 해서 사진이 무조건 잘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광학기기이기 때문에 빛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해요. 그 다음은 후보정이에요. 지상에서 익숙한 가시광선의 경우 빨주노초파남보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심이 깊어질수록 이 순서대로 색이 빠지게 되거든요. 수심 40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회색이에요.
수중사진을 찍고 싶은 분들이라면 사진을 로우(RAW)로 촬영해서 색 온도에 대한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온도를 강제로 올려도 보고 내려도 보고, 암부 명부에 대한 연습도 많이 하는 게 좋아요. 또, 저는 수중 촬영을 할 때, 모델에게 원색의 붉은 계열 의상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해요. 물이 푸른색인데 깊게 들어갈수록 파랗거나 녹색 계열의 수영복을 입으면 색이 반감 되거든요. 정리하자면 빛과 색에 대한 이해, 포토샵 보정 툴에 대한 이해와 연습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연습이 많이 필요하죠.
Q. 선호하는 소니카메라는 무엇인가요?
RX100M5와 a7M2에 18mm 자이스 렌즈를 주로 써요. 물 속에서는 약 30% 정도 물체가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에 18mm 렌즈를 쓰면 24mm 정도의 화각이 나오거든요. 수중사진도 촬영 환경에 따라 어울리는 장비가 다르기 때문에 줌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RX100M5를, 그 외의 상황에서는 a7M2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Q. 다양한 나라의 바다에서 촬영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촬영하셨던 바다 중 잊지 못할 최고의 바다는 어디였나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수중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시야’에요. 지금까지 제가 가본 바다 중 가장 시야가 맑은 바다는 사이판 바다였어요. 사이판과 괌이 있는 지역이 부유물도 많이 없고 시야가 깨끗해서 자기 시력만큼 시야가 다 보이거든요. 그래서 12월에도 한번 더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Q. 수중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첫 사진을 찍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날 모델을 해준 친구가 여성 다이버였는데 할로윈파티 때 썼던 웨딩 드레스를 가지고 왔어요. 드레스가 물을 먹으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물 위로 올라오기가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강사님 두 분한테 부탁을 해서 그 친구를 끌어올리고 내려가면서 촬영을 했어요. 심지어 그 친구가 한국 여자 기록보유자였는데도 옷 때문에 자기 몸이 컨트롤이 안되니까 공포심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촬영을 마무리 하려는 순간에 모델 주위로 물고기가 모여들었고 이때다 싶어 셔터를 눌렀습니다. 드레스에 스팽글이 부착되어 있어서 반짝반짝 빛이 났는데, 물고기들이 피딩(다이버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요. 이런 우여곡절 끝에 찍게 된 그 사진이 2016년도에 RX사진전 은상을 수상한 사진이에요. ‘RX사진전’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찍었던 건데 ‘수상을 의도하지 않은 사진이었기 때문에 더 기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수중촬영을 할 때 너무 위험하지는 않은가요?
사실 다이빙 자체가 좀 위험해요. 자신이 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 날의 컨디션이나 환경에 따라 다이빙할 수 있는 수심이 크게 달라져요. 특히 프리다이빙은 숨을 한계까지 참는 스포츠잖아요. 이게 이상증세가 바로 오지 않고 어느 순간 스위치가 켜지듯이 확 나타나요. 이 때 블랙아웃 현상이 나타나서 가라앉으면 빠르게 구조하여 레스큐 시나리오를 시행한 뒤, 정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빠르게 병원에 이송해야만 합니다. 그만큼 위험할 수 있는 분야라서 저는 굉장히 신중하게 다이빙을 하는 편이에요. 아무리 재미있어도 제가 다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잖아요. 그 밖에 해파리에 쏘이는 경우도 흔하고 성게에 찔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상승할 때 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출수하다가 배에 부딪히거나 휘말리면 큰 부상이 생길 수 있거든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다이빙을 스쿠버다이빙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만큼 재미있어요. 저는 프리다이버를 주로 촬영하는데 본인들이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선수로서 참가하는 것보다 제가 보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게 굉장히 재미있어요. 저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보다는 재미있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촬영을 할 때 모델들한테도 물 속에서 마음대로 즐기라고 이야기해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재미있고 좋은 사진인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새로운 바다를 더 많이 가보고 싶어요. 조만간 대만에 갈 예정이고 내년쯤 이집트 다합에 갈 계획이에요. 다이빙을 즐길 때는 미처 몰랐는데 수중촬영을 하다 보니 바다가 다 다르더라고요. 더 많은 수중 환경에서 연습을 해보면 어떤 환경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대응이 빨라질 것 같아요.
또, 더 많은 분들께 인정을 받고 싶어요. 인정을 받는다는 게 수상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제 사진을 보고 수중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 사진을 보고 다이빙을 배운다거나 어떻게 촬영을 하는지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을 때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이런 과정을 저는 조금 천천히 하고 싶어요. 게임도 치트키 쓰고 하면 재미가 없듯이 그냥 천천히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지구의 70%가 바다이기 때문에 수중에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거든요. 앞으로 더 연습하고 더 많이 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프리다이버, 그리고 바닷속의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 작가 이종기 포토그래퍼를 만나보았습니다. 앞으로 더 신비롭고 재미있는 수중촬영 작품들을 선보일 이종기 포토그래퍼에 대한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