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지난해 소니 알파(Alpha) 카메라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최된 글로벌 반려동물 사진전 ‘소니 알파 애니멀 포트레이트(Sony Alpha Animal Portrait)’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응모된 약 6만여 개의 작품 중 최종 선발된 5개의 작품에는 대한민국 전형준 작가의 작품도 포함되어서 국내에서도 더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전형준 작가의 작품은 글로벌 사진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Sony.Alpha_photocontest)에 업로드된 수상작 중에서도 월등히 높은 ‘좋아요’와 댓글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동물 애호가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레나슈(@rhamemu037)’라는 활동명으로 널리 알려진 전형준 작가를 만나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와 고양이 사진 촬영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던 전형준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전형준(레나슈) | 길고양이 사진작가
검은 봉지만 봐도 고양이인 줄 알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고양이 중증 환자입니다. 이제 고양이가 없는 여행은 꿈꿀 수 없고, 고양이가 나올 법한 담장 위, 구멍, 차 밑을 기웃거리며 걷는 습관 덕에 오해를 받은 적도 있죠. 고양이 덕에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사진 공모전에서 상도 타 봤습니다. 녀석들이 물어다 준 행운에 보답하려면 평생 고양이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전형준 작가 SNS 바로가기(링크) ▼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첫>
안녕하세요. 우연히 어느 겨울, 마당에 들어온 고양이 가족을 촬영한 이후 4년째 고양이 사진을 찍고 있는 전형준이라고 합니다. 사진이나 예술사를 배운 적도 없고, 아직 많이 부족해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쑥스럽네요.
제가 처음 고양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고양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더욱 없었습니다. 지금은 SNS 상에서 #고양이 #냥스타그램 같은 해시태그가 1,600만 건이 넘어가고 있는데요. 인터뷰에 소개되는 것도 이러한 흐름 덕분이지 않나 싶습니다.
Q. ‘소니 알파 애니멀 포트레이트’ 국내 대상 수상에 이어 글로벌 Top5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글로벌 Top5 중에서도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작품이기도 한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처음 글로벌 공모전에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첫 마디가 ‘제가요? 왜죠?’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화통화 내내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다가 멍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국내 선정 전 글로벌 인스타그램 페이지 내에 제 사진이 소개되어 국내에서 3등 정도는 욕심 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믿기지 않았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수상하러 가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다가 ‘글로벌 위너(Global Winner)’라고 적힌 상패를 보자 뿌듯함과 성취감이 밀려왔습니다. 학교 상장 이후로 얼마 만에 받아보는 상인지 부모님이 더 좋아해 주셨네요. (웃음)
▶ ‘소니 알파 애니멀 포트레이트’ 사진전 글로벌 Top 5 보러가기
Q. 작가님 작품은 글로벌 Top 5 중에서도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작품 속 아기 고양이의 늠름한 모습이 인상적인인데요. 특별히 중점에 두거나, 고민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고양이는 푸른 배경과, 햇빛에 털들이 반짝이는 순간 더 멋지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 바다, 풀숲 혹은 푸른색 벽을 배경으로 햇빛과 함께 고양이들을 담아내려 합니다. 특히 역광으로 고양이들을 찍었을 때 구름의 흰 가장자리처럼 빛나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수상작 속 고양이는 다른 형제보다 작고 아팠지만, 동네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금세 나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아기 고양이가 관심과 사랑을 받고 건강해진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역광에서 광각렌즈를 사용해 로우 앵글로 찍으면 당당한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바닥에 쪼그려 앉아 고양이가 a58 카메라를 보도록 유도했고 초점 영역을 좁게 잡아 촬영했습니다.
Q. 작가님의 이번 공모전 수상으로 고양이 촬영하시는 많은 분들이 촬영 노하우를 궁금해 하시는데요. 먼저, 촬영 전 장비 선택은 어떻게 하시나요?
AF, 안정적인 연사, 초점 영역 순으로 고려해 바디를 선택합니다. 아마 입상을 못하고 카메라를 바꿨다면 Alpha 7 III로 바꿨을 것 같네요. (웃음) 렌즈는 AF 속도가 첫 번째, 광각~표준 렌즈의 경우엔 최소 초점 거리를 고려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선예도를 확인하고요. 왜곡이나 색수차는 보정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Q그렇다면 고양이를 촬영하기 좋은 카메라의 기준이 있을까요?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양이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AF 속도와 정확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차이는 아니지만 바디나 렌즈가 작을수록 고양이들이 덜 경계하다 보니 미러리스 카메라가 더 유리하죠. 소니의 FE 28mm F2 (SEL28F20), FE 35mm F1.8 (SEL35F18F),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SEL55F18Z) 렌즈들은 작고 성능도 좋아 고양이를 찍기에 적합합니다.
Q. 국내 대상으로 Alpha 7R III를 수상하셨는데요. 직접 사용해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A7 II를 사용하다 소니의 ‘리얼타임 동물 Eye-AF’ 기능이 탑재된 A7R III를 쓰게 되었는데 정말 다른 세계였습니다. 촬영 편의성도, 정확도와 신뢰성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월등했죠. 동물 Eye-AF 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쓸 때는 고양이 눈 보정을 따로 해야 했는데 A7R III를 사용하고 나서는 따로 눈 보정을 하지 않아도 눈빛이 살아 있는 사진이 나와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이번 공모전 이전부터 오랫동안 고양이를 촬영해오고 계신데요. 수많은 동물 중 고양이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양이 사진을 찍게 된 드라마틱 한 계기나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처음 고양이를 접하게 된 계기는 ‘귀여워서’였습니다. 자기 멋대로인 성격, 도도하면서 바보같은 예측 불가능한 고양이의 모습은 참 매력적이죠.
주로 길고양이를 찍는 저에게 그들과의 예상치 못한 만남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습니다. 길고양이를 따라가다가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인연을 이끌어 준 적도 있고, 또 다른 묘연으로 이어진 적도 많습니다.
Q. 고양이는 도도한 동물로 알려진 만큼 촬영할 때 마음을 얻는 일이 어려울 것 같은데요.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이나 지켜야 촬영 에티켓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고양이의 마음을 얻는 첫 번째 방법이 아닐까요? 저는 고양이를 만나면 쭈그리고 앉거나 아예 바닥에 앉아 거리를 좁히기를 기다립니다. 망원으로 멀리서 찍는 방법도 있지만 85mm 이하로 찍는 것을 선호합니다.
간식이나 장난감을 이용해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도 있지만 이럴 경우에는 반려인의 동의 하에 길고양이의 경우 동네 주민들의 허락 후 이루어져야 합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호불호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진 몇 장 찍자고 골목을 막거나 간식을 주어서 지저분하게 만들면 그 피해는 고양이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Q. 고양이만의 ‘찰나의 순간’ 잘 포착할 수 있는 촬영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어느 지역에서든 고양이를 자주 만나다 보면 자기만의 영역과 주로 다니는 길이 있어 동선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벼락 구멍에서 나온 후 조금 걷다가 다시 담장 위로 올라가 지붕 위로 점프한다든지 말이죠. 점프 지점을 파악하면 미리 대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점프샷을 찍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일본의 고양이 섬에 출사를 갈 때는 주로 그룹으로 가서 간식이나 장난감으로 고양이들의 점프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들은 자고 일어나거나 밥을 먹고 난 후 주로 기지개를 많이 폅니다. 그루밍을 하거나 돌연 뛰어다니는 것을 집사들 용어로 ‘우다다’라고 하는데요. 이 타이밍을 노리시면 재미있는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숨겨진 스팟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주로 오래된 주택가, 구도심 지역,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고양이들을 가끔은 캠퍼스 고양이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고양이를 찾아다니기 보단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면 고양이를 만나게 되는 편입니다.
Q. 작가님의 사진을 보면 고양이들과 할머니의 진한 우정과 사랑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 듭니다. 할머니들과 함께 한 사진을 촬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집 기둥과 쌀을 파먹던 쥐를 잡으려고 고양이를 데려왔다가 본인의 반찬 수까지 줄이면서 고양이를 돌보시던 할머니. 고양이 녀석들이 싼 멸치는 안 먹고 비싼 멸치만 먹는다고 늘 타박을 주셨지만 그릇 수북이 멸치를 담아주셨고, 콩알만 한 것들이 야옹야옹 말도 많다고 고양이들을 ‘꽁알이’라고 부르셨지요.
</꽁알이>
</찐이>
</고양이와>
</하나>
</부식가게>
Q. 지금까지 해왔던 사진 작업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사진이 알려진 계기는 ‘찐이’ 사진이고 찐이 사진도 애착이 가지만, 만약 2,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찍고 싶은 사진은 ‘꽁알이’ 할머니 사진입니다. 여름의 꽁알이 할머니네 골목은 할머니가 키우신 수국과 여러 화분들로 정말 좋았거든요. 여름철 일요일 오전에 가면 할머니가 타주신 진한 커피에 창 밖으로 고양이들을 보는 것이 힐링이고 소확행이었습니다.
</부식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