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는 국내 사진 및 영상 아티스트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Sony Artisans를 현재 운영 중에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총 8분의 작가와 함께 진행되는 Sony Artisans 프로그램은 매월 다채로운 협업 프로젝트와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소니코리아 블로그에서는 각각의 Sony Artisans 소속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패션 및 인물 사진작가 허장범 작가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패션 및 인물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스튜디오 범’의 허장범 작가는 특유의 어두운 느낌으로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Seoul Fashion Week 및 다양한 브랜드와의 룩북 촬영은 물론, 다수의 아티스트 앨범 재킷 촬영 등에도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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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코리아 : 안녕하세요, 소니코리아 SNS 채널 구독자들을 위한 작가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허장범 작가 : 안녕하세요. 7년 동안 사진을 찍는 중이며, 현재도 성장 중인 포토그래퍼 허장범입니다. 패션과 인물 사진을 찍고 있어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께서는 패션 사진을 촬영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시나요?
허장범 작가 : 패션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델이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옷의 shape’이라고 생각해요. 조명을 받는지, 안 받는지에 따라서 옷의 밝고 어두움이 나타나잖아요. 그 부분을 잘 살려서 shape을 독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반면에, 인물 사진에서는 ‘눈’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저는 원래 다른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치는 내향적인 성격이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외향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니까 감정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 눈이 보였어요. 또, 촬영을 할 때면 조명이나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눈의 느낌이 보이는데 무척 신비롭게 느껴져요.
제 사진 중 ‘Alvaro’라는 작품이 바로 그런 점을 활용해서 연출한 사진이에요. 모델의 프로필 사진인데, 프로필 사진은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직접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나아가는 길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줬어요. 그리고 조명을 활용해 맑은 안광을 연출했고요. 조명과 눈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일반적인 패션 사진과는 다르게 어두운 느낌의 작업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둡고 짙은 느낌을 표현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허장범 작가 : ‘Nick Knight’와 ‘McQueen’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특히 McQueen의 마지막 쇼를 접하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 생각나요. 남들이 보기엔 기괴하고 어두워 보일 수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분위기를 쇼로 표출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어요. 저도 McQueen처럼 저만의 세계관을 패션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제가 원하는 어둡고 짙은 느낌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사진은 자연스럽게 밝은 부분에 더욱 집중이 되는 느낌이 있는데, 조명을 활용해서 시각적 집중도를 이끌어 내는 것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소니코리아 : Nick Knight의 영향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작가님의 Artisan 활동 작업물 중 11월 활동에서도 그런 경향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허장범 작가: 네 맞아요. 11월 작업물은 ‘미나정’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했어요. 먼저 연락을 주셔서 함께 하게 되었고, Nick Knight처럼 조명을 활용해서 촬영을 진행했죠. ‘미나정’은 어두우면서도 옷 shape을 독특하게 잡는데, 무용수의 큰 동작들로 그 shape을 더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이미 트렌드가 형성되어 있는 시장에서, 본인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멋있지만 고독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께서는 활동하시면서 어려움이나 외로움을 느끼시지는 않았나요?
허장범 작가 : 저는 남들처럼 포토그래퍼가 되기 위한 정규 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고, 한국 시장 트렌드에 맞는 밝은 사진을 촬영하는 편도 아니라 ‘안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외로운 감정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도 이 외로운 감정을 하나의 영감 삼아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어둠’과 ‘빛’을 이용한 사진을 작업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사진을 통해 외로움을 계속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남들이 하지 않는 어둡고 짙은 사진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저도 Nick Knight와 McQueen처럼 저만의 색깔로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역사 속에 남길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소니코리아 : 외로움을 영감 삼는다는 말도 인상적이네요. 작가님 같은 분의 활동으로 패션 사진이 더욱 다양해질 것 같습니다.
허장범 작가 : 저는 패션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유행하는 패션을 보면 해외 힙합 씬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부터 그들의 패션이 주류는 아니었거든요. 결국은 자기가 믿고 가는 것이 패션이 되는 거죠.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을 그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어요. 카테고리화를 해서 나누거나, 정답을 정하지 않고요.
소니코리아 : 이번에 소니 Alpha 1과 함께 ‘Space Reconnaissance Squad’ 작업을 진행하셨는데요, 이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허장범 작가 : Space Reconnaissance Squad는 브랜드와 모델 자체가 이미 컨셉이 있는 상태여서 더욱 즐거웠던 작업이었어요. ‘우주 정복’을 브랜드 스토리로 가진 브랜드에서 먼저 협업 제안을 주셨어요. 브랜드가 마니아 적인 기질이 있는 점이 재밌겠다 싶더라고요.
모델은 제 인스타그램을 초창기부터 팔로우하신 모델분이 떠올랐어요. 모델 겸 가수로 활동하시는 분인데, ‘우주 정찰대’ 컨셉의 그룹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두 분을 조합하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어 새롭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진행하게 된 작업입니다.
장소를 고민하다가 페인트 공장을 발견했는데, 공장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인상 깊더라고요. 반대편에 있는 높고 찬란한 건물들이 미래 세계와 같은 사이버틱한 느낌을 주고 있었어요. 꼭 SF 영화를 보는 것 같았죠.
소니코리아 : 말씀만 들어도 즐거운 촬영이었던 점이 느껴지는데요, 촬영하신 컷들 중 마음에 드는 딱 한 컷만 선정해 볼 수 있을까요?
허장범 작가 : 결과물 중에서는 블랙홀이 떠오르는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한다고 하잖아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모델이 시공간을 워프하는 듯한 느낌을 살려 보정했어요. 인물은 흑백으로 처리하고, 주변의 빛만 남겨두었죠. 그리고 포토샵으로 색만 조금 조정했어요.
어쩐지 미래가 떠오르는, 사이버틱한 느낌이 가장 많이 들어서 이 이미지를 best로 꼽았습니다.
소니코리아 : 소개해주신 이미지처럼 이번 ‘Space Reconnaissance Squad’ 작업에서는 빛 번짐을 많이 활용하셨더라고요. 빛을 번지게끔 표현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허장범 작가 : 워프하는 것처럼, 빛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빛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상상하는 미래는 서울처럼 빛이 매우 많은 환경이거든요. 그래서 인물이나 배경 주위를 빛이 감싸고 있는 것처럼 표현해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소니코리아 : 이번 ‘Space Reconnaissance Squad’ 작업은 Alpha 1과 함께 진행하셨는데요, 작업을 하면서 느끼신 Alpha 1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허장범 작가 : 우선 월등한 AF 성능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보정 관용도와 배터리 성능도 큰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컴퓨터와 연결하여 테더링 기능을 사용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는데도 배터리가 1% 밖에 닳지 않았더라고요.
AF 기능 중에서는 특히 AF-C 기능이 굉장히 직관적인 것 같아요. AF-S 기능은 제가 의도한 대로 초점을 고정할 수 있는 정물 촬영에 탁월해요. 그렇지만 초점이 달라져야 하는 인물/패션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죠. 그럴 때 AF-C 기능을 활용하면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초점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조금 힘을 풀고, 다른 곳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으니까요.
소니코리아 : 소니와 함께한 작업 외에, 촬영하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따로 있으신가요?
허장범 작가 : ‘Deadly Sins’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모델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싱가포르 패션 디자인 학교에 다니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이었죠. 당시 디자인하고 있는 옷이 있는데, 모델이나 촬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촬영을 할 테니, 그 비용으로 모델이나 스튜디오에 더 큰 투자를 하라고 했죠.
이렇게 이루어진 작업이 지금까지도 저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남아 있어요. 디자이너 분과 합이 굉장히 잘 맞았거든요. 그리고 그 작품 하나를 위해 배경을 설치하고, 페인팅을 하는 등 새벽까지 직접 세트를 만들었던 기억도 선명하답니다.
소니코리아 : 말씀하신 것처럼 패션 사진에는 모델도 그렇지만, 디자이너 분과의 일체감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디자이너와의 ‘합’이라는 건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요?
허장범 작가 : 제가 생각하기에 디자이너와 ‘합’이 맞다는 건, 옷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같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옷에 대한 해석이나 시선이 비슷하면 작업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도 편하거든요.
반대로 ‘합’이 어긋나는 디자이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디자이너 같아요. 자신의 옷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떻게 지시를 줘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면 원활한 진행이 어렵거든요. 처음 이런 경우를 겪었을 때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 익숙해진 뒤에는 오히려 제가 현장에서 의견을 내가며 촬영을 이어 나가고 있어요. 제가 준비한 컨셉이나 기획안에 대해 계속해서 확인을 요청하면서 진행하니, 의견을 조율하기가 오히려 더 쉽더라고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은 인스타 계정을 통해 패션이나 인물 외에도, 꽃/풍경 등 다양한 작업물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작업을 하시는 시리즈가 있으신가요?
허장범 작가 : ‘바다’를 소재로 한 시리즈 이미지를 꾸준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수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바다를 접해서 그런지, 바다가 안식처로 느껴져요. 사진을 시작한 뒤에도 매년 바다로 가서 촬영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바다에 비치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서 물결의 shape이 달라지는 모습이 제가 작업하는 패션/인물 사진과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빛에 따라서 바다의 어둡고 밝은 부분이 드러나는 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이 ‘바다 이야기’ 시리즈를 10년 동안 진행해서, 그동안의 작업물을 모두 모아 전시를 하고 싶기도 해요.
소니코리아 : 거친 파도나 잔잔한 물결 등 바다에도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데, 작가님께서 10년 동안 담아내고 싶은 바다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허장범 작가 :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자연이 주는 shape을 가장 아름답게 촬영하는 방법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바다의 예쁜 모습은 물론, 더럽혀진 모습까지도 모두 담아내고 싶습니다. 요즘은 쓰레기로 더럽혀진 바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까지도 멋있게 담아내고 싶어요. 멀리서 봤을 때는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쓰레기가 보이는 거죠. 단순히 쓰레기로 가득한 사진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진들이 더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니코리아 : ‘바다 이야기’ 시리즈를 10년 동안 진행해 전시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외에도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전시회 기획이나 주제가 있을까요?
허장범 작가 : 최소 2m 이상의 임팩트 있는 사진을 인화해서 전시하고 싶어요. 거장들의 사진을 보면 실제 인화물을 봐야 느껴지는 감동이 있거든요. 어두운 느낌의 옷을 디자인하는 신진 디자이너 분들과 원 라이팅 기법으로 작업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조명으로 생겨난 그림자를 활용하면 더욱 재미있고 신선한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빛을 활용하여 집중되는 부분을 만들면, 2m 이상의 큰 사이즈로 사진을 뽑아도 전혀 지루하거나 비어 보이지 않거든요.
최근에 Alpha 1과 함께 3개월 동안 꾸준히 작업한 ‘NVP PROJECT – YG PLUS’ 작업물이 전시되었는데요. 늘 디지털로만 보다가 행사장 벽면에 크게 걸려 있는 사진을 보니까 감회가 남다르더라구요. 그걸 보니 큰 사이즈의 임팩트 있는 사진을 인화하고 싶다는 꿈이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소니코리아 :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동료 분들에게 또는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분들에게 혹시 남기고 싶은 한 마디가 있으신가요?
허장범 작가 : 저와 같은 ‘이단아’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국 시장 흐름에 따라가지 않고도, 나만의 색깔을 담은 사진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루키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우리 ‘이단아’들의 사진은 단지 보편적인 기준에서 조금 다를 뿐, 틀린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이, 누구에게 배운 지식도 없이 시작했지만 저에게 한계를 두지 않았어요. 의심하는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사진에 계속해서 도전했거든요. 해외를 보면 어둡고 독특한 느낌의 사진이 많습니다. 물론 그들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있어서 주목받는 것도 있지만, 사회 자체가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 소비해 주는 시장이거든요.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사진작가를 발굴해 내면 좋을 것 같고, 그런 점에 있어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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