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는 국내 사진 및 영상 아티스트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Sony Artisans를 현재 운영 중에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총 8분의 작가와 함께 진행되는 Sony Artisans 프로그램은 매월 다채로운 협업 프로젝트와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소니코리아 블로그에서는 각각의 Sony Artisans 소속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인물 컨셉 사진작가 유지민 작가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DAILYPRISM’으로 활동 중인 유지민 작가는 빛과 그림자, 인물이 들어간 컨셉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의 컨셉으로 인물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적절한 구성과 연출로 풍경의 매력까지도 잘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 유지민 작가 SNS 바로가기(링크) ▼
소니코리아 : 안녕하세요, 소니코리아 SNS 채널 구독자들을 위한 작가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지민 작가 : 아름다운 풍경을 기반으로 빛을 담아내는 작업들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유지민입니다. 제 사진에는 인물이 항상 들어가 있어요. 그 인물을 통해 저를 타자화하고 있죠. 즉 제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저를 투영한 하나의 피사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덧붙여 사진을 통해 공간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들과 이를 풀어내는 작업을 주로 있으며, 평범한 인물 및 풍경 사진이 아닌 인물이 들어간 풍경 컨셉 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니코리아 : 작가님은 ‘DAILYPRISM’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이신데, 혹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유지민 작가 : 일상에 빛은 어느 공간에나 존재하잖아요. 저는 이 빛이 어떤 풍경을 가장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빛이 없으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예를 들어서 어두운 밤에도 사진을 찍을 때가 있는데, 그때도 가로등 밑에서 찍거나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피사체를 밝혀주는 등 꼭 빛이 필요해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빛은 일몰 타임 직전의 햇빛이에요. 그림자가 길어지고 색온도가 높아지는 오렌지빛이 감도는 시간이죠. 그래서 그때 촬영하면 일상의 요소들이 굉장히 예쁘게 담겨요. 이처럼 ‘아름다운 일상의 빛을 담는다’는 의미를 담아 ‘DAILYPRISM’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니코리아 : 작가님께서 사진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지민 작가 :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시기는 한 10년 전인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DAILYPRISM’이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평소 좋아하던 바다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업로드했어요. 작은 소품이나 타이포그래피를 추가해서 작업하기도 하고요. 당시 제 사진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취미였어요. 카메라에 대한 생각보다는 오히려 ‘카메라 있는 사람들보다 더 잘 찍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바빠지면서 취미를 접어뒀어요.
이후에 아버지의 추천도 있었고, 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워킹 홀리데이를 목적으로 호주에서 1년 정도 머무르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예쁜 풍경 보는 걸 되게 좋아했는데, 늘 휴대폰으로 풍경을 찍으면서 다녔죠. 그러다가 친구를 통해서 카메라로 찍으면 훨씬 퀄리티 높게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 카메라를 구입하고 풍경을 찍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호주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취업을 위해 개발자 과정을 준비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계속 공허하고 답답하더라고요. 과정 자체가 즐겁다기보다는,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을 때만 반짝 기뻤거든요. 그래서 내가 큰 애정을 느끼고 있는 사진으로 나를 증명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소니코리아 : 좋아하시는 풍경 사진을 주로 찍으시다가 인물 컨셉 사진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지민 작가 : 압도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사진작가님들이 굉장히 많은데, 저는 그 부분에서는 큰 흥미를 못 느꼈어요. 풍경의 매력을 최대치로 이끌어 내는 건 촬영 과정보다는 보정의 영역이 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도 보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사진이라는 건 있는 것을 그대로 담아내는 거잖아요. 누가 찍느냐에 따라서 풍경도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지만, 인물과 풍경을 적절히 섞어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일은 보다 고차원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울 게 조금 더 많은 작업이라고 생각했고, 저 스스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 사진에 인물을 넣기 시작했어요. 저는 스스로 아직 과정 중에 있는 작가이기에, 한층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진에 인물을 넣으면 인물에 비치는 빛 등 굉장히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해가 떠오르는 새벽 바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찍고 싶다고 하면, 인물 뒤에 역광이 비쳐서 좋은 사진이 나오기 어렵거든요. 이때 인물과 풍경을 모두 잘 나오게 하려면 어느 시간대에 촬영을 해야 할지, 의상은 어떻게 연출할지 등 신경 써야 하는 디테일이 점점 많아지는 거죠. 저는 소품으로 꽃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꽃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보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모를 수 있지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잖아요. 그래서 어떤 색상의 꽃을 고를지, 그에 맞춰 의상의 색상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이런 디테일을 신경 쓰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고 배워가는 것도 많아서 인물 사진을 계속해서 찍는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답변하시면서 스스로를 ‘과정 중에 있는 작가’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최종적으로 정착하고 싶은 작가님만의 지향점이 있으신가요?
유지민 작가 : 최종적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보다는, 실리적인 목적으로 성공을 해서 나 스스로를 증명하자는 목표가 있어요. 나의 예술적 가치는 물론 상업적인 가치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나는 이 가치를 어떻게 증명해낼 수 있고 어떤 마케팅과 브랜딩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좀 더 궁극적으로 보자면, 스스로가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이미지를 작업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어요. 최선을 다해 작업을 해도 결과물을 확인해 보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완벽한 이미지를 작업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다른 관점으로는 이런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저는 SNS에 이미지를 업로드할 때 글과 함께 올리고 있어요. 글이란 건 제 주관을 100% 담아서 쓰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0%를 이해하시기도, 절반 정도만 이해하시기도, 심지어 전부를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각자 나름의 해석 방식에 따라 받아들이시는 거죠. 제가 쓴 글의 일부분이 구독자분들의 일부 추억과 연결이 되어 공감이 일어나 그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의 추억을 건드리는, 기억을 건드리는 작가로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잔상 같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갈 때가 있잖아요. 실제로 봤었던 장면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게 기억되기도 하는, 그런 아름다운 기억들을 담아내는 작가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소니코리아 : 이번 소니 Aritsans 프로그램에 지원하신 것도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을까요?
유지민 작가 : 소니 Artisans 프로그램에 지원한 결정은 도전에 가까웠어요. 저는 겁이 많은 스타일이거든요. 그렇다고 도전하지도 않으면 후회와 아쉬움만 남잖아요. 결국에 해낸 사람들을 보면 걱정은 미뤄두고 우선 도전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저를 증명하고자, 저를 알리고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선정 결과를 떠나 저에 대한 도전이었죠. 그리고 지원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제 작업물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어요. 객관적인 시선으로 제출할 만한 사진들인가 살펴보고, 자기소개 글도 작성해 보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이 고려하시기에 풍경 속 인물 컨셉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유지민 작가 : 저는 시안을 짤 때 우선 단어를 하나 골라요. 예를 들어서 ‘그리움’, ‘외로움’과 같이 감정적인 단어로요.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을 잘 느껴지게 담고자 모델의 표정이나 행동을 디렉팅 합니다. 특히 저는 추억과 기억을 담는 이미지를 촬영하고자 하는데, 거기에는 항상 아련한 감정이 동반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특히 아련한 감정이 잘 담길 수 있도록 구성하죠.
미학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대비감이에요. 대비감은 사진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거든요. 대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빛이 주는 대비, 즉 암부와 명부가 주는 대비이죠. 두 번째는 색채 대비에요. 그래서 보색을 이용하거나 다양한 색상들을 활용해서 확실한 대비감을 주는 거죠. 세 번째는 원경과 근경의 대비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물과 멀리 있는 사물들을 적절히 배치해서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는 거죠. 그랬을 때 사진이 보다 입체적이고, 선명하게 연출되거든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사진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그렇게 섬세하게 연출한 덕분인지, 작가님의 사진들은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요. 그렇다면 작가님의 사진은 즉흥적으로 장소에 도착해서 구성되나요, 혹은 준비된 연출을 통해 구성되나요?
유지민 작가 : 늘 많은 준비를 한 뒤에 촬영을 시작해요. 저는 레퍼런스를 굉장히 많이 참고해요. 그대로 따라 하면 표절이 되니,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떠올리며 거기에서 제 아이디어를 보태 발전시키죠. 레퍼런스에서 키포인트를 잡은 뒤에, 제 특징들을 담아 연출을 점점 키워가는 것 같아요.
꼭 다른 작가님들의 사진만 참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책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어떤 책을 읽고 느꼈던 관점이나 감정, 또는 등장인물들의 사고와 같은 부분을 통해서 감정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하거든요. 영화와 같은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인상 깊게 남아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이 아니라 복합적인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SF 장르의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보면, 과학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선이 굉장히 섬세해요. 그리고 전 지구적인 문제의식도 담겨있죠. 그리고 우연히 지구를 담은 그래픽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우주 배경에 지하철이 지구를 향해 달려가는 이미지였죠. 그 영상의 BGM으로 <As the World Caves In>이 재생됐어요. 이 노래의 가사도,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책도 모두 지구의 종말 앞에서 전하는 사랑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봤던 내용과 이미지, 노래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큰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소니코리아 : 사진 한 장 한 장에 진심을 다 한다는 점이 느껴지네요. 그럼 작가님이 촬영하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프로젝트를 하나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지민 작가 : 늘 작업하고 싶었던 아이디어를 실현시켰던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전시를 하는 기간에 선물로 받았던 꽃을 샤워 부스에 붙여 두고, 뜨거운 물을 한참 틀어서 김이 가득 서리게 했어요. 그러다가 물을 끄니 김이 녹으면서 유리에 물방울이 맺히게 됐죠. 당시 종종 모델을 해주었던 여동생을 부스 안에 세워 두고, 핸드폰 조명으로 그 위를 스팟 조명처럼 비추면서 촬영을 했어요. 저는 물과 꽃, 비 이 세 가지 요소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요소들이 모두 담겨 있기도 하고 선물 받은 꽃을 활용했던 작업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물과 비, 꽃 세 가지 요소를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의 작품 중 빛과 비를 활용한 컨셉 사진이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각 사진을 촬영할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유지민 작가 : 빛을 다루면서 신경 쓰는 부분 중에 하나는 그림자를 잘 표현하는 점이에요. 빛이 잘 느껴지게 하려면 빛의 밝기가 아닌, 그림자가 얼마나 길게 떨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자에 따라서 빛이 되게 극적으로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림자가 길게 나올 수 있도록 집중을 하며 촬영하고, 비 같은 경우는 빗방울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고, 크기도 작다 보니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보통 야간에, 자동차의 라이트나 가로등 불빛 등을 활용하는 편이에요. 어두운 배경에 빛을 활용하여 빗방울을 비추면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줄 수 있어요.
이 이미지는 잠실 철교에서 촬영한 이미지예요. 인물은 높은 위치에 있고, 아래는 도로가 있고, 도로를 비추는 가로등과 철교 높이는 비슷하죠. 그래서 가로등이 아주 완벽한 조명의 역할을 해주었어요. 조명이 워낙 세니까 빗방울이 무척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셔터 스피드에 따라서 빗방울의 모양이 결정되는데, 셔터 스피드가 너무 느리면 궤적처럼 빗방울이 지저분하게 표현되거나 아예 담기지 않아요. 그렇다고 너무 빠르게 하면 빗방울이 점으로만 표현돼서 비의 느낌이 잘 담기지 않아요. 우리가 ‘비가 내린다’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는 방울이 길게 떨어지는 모양이잖아요. 그래서 셔터 스피드를 적절히 잘 조절하는 게 빗방울의 길이도 길게 나오게 하면서 비의 분위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소니코리아 : 다양한 분들과 야외에서 촬영을 진행하시다 보니 힘들거나 즐거웠던 에피소드가 많으실 것 같은데요. 그중에 한 가지만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지민 작가 : 비가 오는 날에 굉장히 힘들었던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시장에서 꽃다발을 사는 편인데, 그럼 신문지로 포장을 해주세요.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신문지만의 감성이 있기도 해서 별생각 없이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신문지가 비에 찢길 걸 생각하지 못한 거예요. 꽃다발을 들고 걷는 이미지였는데, 신문지가 점점 찢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꽃이 점점 드러나고, 바닥에 떨어지다시피 됐는데 그게 또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비 오는 날의 잠실, 퇴근길에 2시간 동안 촬영한 이미지였는데 비를 맞으면서 모델분도 저도 주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촬영을 이어갔어요. 날씨도 그렇고, 소품도 예상치 못하게 망가져서 너무 힘들었는데 다시 떠올려보니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이더라고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은 촬영 시, 연출뿐만 아니라 컨셉에 맞는 로케이션 선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로케이션 선정은 직접 진행하시나요? 노하우 등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유지민 작가 : 처음에는 ‘숨겨진 명소’ 이런 검색어로 찾아보고는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숨겨진’과 ‘명소’는 공존할 수 없는 말이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숨겨진 장소를 찾기 위해서 머리를 썼죠. 예를 들어서 해변에서 촬영을 하고 싶다면 ‘인적이 드문 해변’이라고 검색하거나, 초원을 찾고 싶다면 ‘제주 황무지’로 검색하는 등 남들은 잘 쓰지 않는 키워드를 활용했어요. 이렇게 찾다 보면 지도에 장소도 등록되지 않고 그냥 주소로만 기재된 곳이 나와요. 그런 곳을 로드맵으로 먼저 살펴본 후에, 정말 괜찮겠다 싶으면 직접 가보는 거죠.
또 다른 방법으로는 로드맵을 먼저 찾아보는 경우도 있어요. 인적이 드문 공간이나 천변이 많고, 자연 경관이 많이 있을 것 같은 곳을 먼저 찾고 로드맵을 켜서 둘러봐요. 근처를 모두 둘러보고 촬영할 장소로 적절하다 싶으면 직접 찾아가 보는 거예요.
소니코리아 : 그렇게 찾은 장소 중에서, 작가님이 특히 추천하시는 사진 명소가 있을까요?
유지민 작가 : 유명하면서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진 않는 곳이 있어요. 망상 해변과 이어진 ‘노봉 해변’이라는 곳이죠. 이 근처는 군부대시설과 밀접해서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모래사장 규모도 클뿐더러, 평야라서 사진 찍기에도 좋죠. 동해 바다라서 바다 색상도 굉장히 푸르고, 덕분에 일몰과 일출 시간에도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져요. 독특한 점은, 해변 사이에 골짜기가 있다는 점이에요. 파도가 칠 때마다 골짜기 사이로 물이 흘러서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죠. 이런 점을 활용해서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이미지를 담을 수 있어요.
그리고 날씨가 추워지면 해변 사이에 있는 골짜기에 흐르는 물이 얼어 버려요. 이 사진은 그 얼음을 들고 촬영한 사진이에요. 얼음에 비친 모습이 색다르고 재미있잖아요. 유리와는 다르면서도 약간의 왜곡도 있고, 그래서 입술색을 더욱 짙게 해서 촬영했어요.
또 추천드리고 싶은 곳은 하조대입니다. 바다를 따라서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공간이 길게 이어지거든요. 그곳도 물길이 있으면서 해변이 탁 트여 있어요. 여기에는 중간중간 콘크리트 시설물이나 인명 구조사다리 등 구조물들이 하나씩 놓여 있는데, 그게 되게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사진도 찍어볼 수 있었습니다.
소니코리아 : 10월에 제출하신 작업물을 봐도 장소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데요. 장소는 물론 모델의 표정과 소품 활용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꼭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해당 컨셉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지민 작가 : 우리나라에도 해외 못지않게 특별한 장소가 많다고 생각해요. 이 작업물은 어떤 메시지보다는 그러한 장소에 더욱 집중한 촬영이었습니다. 추수가 끝난 밭을 시네마틱 하게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장소를 정했어요. 계절 자체가 겨울에 가까워지는 가을이었는데, 그쯤 되면 아침마다 안개가 많이 끼거든요. 그 안개가 주는 이미지 자체가 영화 속 같기도 하고, 극적이기도 하잖아요. 주위에 흔하면서도 자주 볼 수 없는 풍경들, 평범하지만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많이 담고 싶었어요.
새벽녘에 아이처럼 뛰어노는 모습을 통해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싶어서 소품으로는 동화책을 준비했어요. 거울은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기보다는 공간을 더욱 잘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어요. 이곳은 해외처럼 갈대의 키가 매우 높은데요, 이러한 매력을 설명하고 싶었어요. 거울을 통해 갈대가 더욱 높고 빽빽하게 있다는 점을 드러내서 이러한 공간의 특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예쁘고 특별한 소품을 준비하기 위해 부모님의 물건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분리수거장을 살펴볼 때도 있어요. 가끔씩 되게 엔틱한 가구 또는 소품들을 볼 수 있거든요.
소니코리아 : 반면에 11월 작업물은 인물의 잔상을 이용하고 흑백으로 조금은 차가운 느낌을 보여주는 등 작가님의 평소 분위기와는 달라서 특히 눈에 띄었는데요. 이 작업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지민 작가 : 잔상을 이용하기 위해서 흑백으로 촬영했어요. 저는 원래 풍경 사진을 올릴 때 흑백을 한 장씩 섞어 올리거든요. 그 이유는 색채가 들어가면 색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서, 흑백을 사진을 통해 대비감과 궤적을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빛이 들어오는 부위와 빛이 들어오지 않는 부위, 즉 안부와 명부의 차이를 보다 집중해서 보여드릴 수 있는 효과도 있고, 인물의 궤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동선을 더욱 잘 보여드릴 수 있거든요.
소니코리아 :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소니 Alpha1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소니 카메라로 촬영해 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유지민 작가 : 우선 소니 Artisans 프로그램 덕에 너무 좋은 경험을 해서 좋았어요. 안정도도 되게 높고, 연사도 빨라서 작업할 때 굉장히 유용했습니다. 특히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연사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보정 관용도도 굉장히 높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조도 환경에서도 색감이 다채로웠고, 제가 원하는 색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아까 소개 드린 10월 작업물은 제가 몸을 완전히 낮추고 뛰면서 찍은 사진이에요. 제가 원하는 이미지를 위해서는 카메라 위치가 낮았어야 했거든요.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하니 여러 장을 찍어도 원하는 사진이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이었어요. 그때 연사 기능을 이용하여 촬영해서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Alpha1의 연사가 아니었다면 촬영 시간이 더 오래 소요됐을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Alpha1 유저분들에게 꼭 사용을 추천해 주고 싶은 Alpha1의 기능이 있으신가요?
유지민 작가 : 전자식 셔터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촬영을 하다 보면 소음이 신경 쓰일 때가 많거든요. 언제는 지하철을 타고 밖에 펼쳐진 설경을 담는데, 함께 간 동생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진을 찍어서 곤란했던 적이 있었어요. Alpha 1은 이런 걱정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비교적 편하게 촬영할 수 있죠. 그리고 보통 전자식 셔터를 사용하면 플리커 현상이 종종 생기는데, Alpha 1은 그런 부작용도 없더라고요. 지하철 조명은 인공광이라서 플리커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도요. 그래서 카메라가 있는 듯 없는 듯, 유리창 가까이에 카메라를 대고 계속 찍을 수 있었어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은 저조도 환경, 야간에서도 촬영을 많이 하시는데요, Alpha1을 사용하시면서 저조도 환경에서의 결과물은 어떠하였나요?
유지민 작가 : 저조도 환경에서 촬영을 했을 때 결과물도 워낙 선명했지만, 보정 관용도가 굉장히 좋았어요. 이미지에서 생명은 노이즈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노이즈가 많아지면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탁해 보일 수밖에 없어요. 이 때문에 사진의 집중도가 낮아지고도 하고요. Alpha 1은 이러한 노이즈가 별로 없어서 사진이 무척 선명하고, 덕분에 사진에 더 집중하게끔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워낙 좋아서 원하는 느낌을 내는 게 더욱 수월했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Alpha 1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대로, 담아내고픈 색감대로, 원하는 만큼 출력해 주는 카메라인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 만의 개인 사진전 <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을 여신 경험이 있으시죠. 해당 사진전을 준비하신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유지민 작가 : <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은 제주도에서 숨겨진 장소들을 담은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렸던 사진전이에요. 가수 ‘검정치마’의 <빨간 나를>이라는 노래의 가사에 ‘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어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을 해도, 그 감정은 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저도 비슷한 의미를 담아 사진전의 타이틀로 선정했어요. 지금 시대에는 인간관계 또한 빨라져서 5년이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바뀔 수도 있고, 풍경도 마찬가지로 5년 동안 유명해지면 아예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죠. 특히 제주도 특성상, 관광지가 되면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어지는 그러한 점들이 아쉬워서 <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이라는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했고 많은 작가님들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SNS로는 소통을 자주 하지만 실제로는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저는 개최자의 입장으로 뒤로 물러나 그 광경을 바라보니까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도 이렇게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는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니코리아 : 개인 사진전을 열 계획이 또 있으실까요? 그렇다면 어떤 주제로 열고 싶으신 지도 궁금합니다.
유지민 작가 : 실내 공간의 빛을 잘 담아낸 작업물들로 사진전을 열어보고 싶어요. 해가 지면서 방 안에 빛이 길게 들어올 때, 집이 굉장히 예뻐 보이잖아요. 그런 시간들을 계속 담는 거죠. 그냥 방 안을 찍을 수도 있고, 소품을 담을 수도 있고, 바깥 풍경과 함께 촬영할 수도 있겠죠. 이런 식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한 작업물들을 예쁘게 구성해서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집에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많잖아요. 특히 집에는 사람에게 포근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는 다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욱 삶과 밀접하기도 하고요. 먹다 남은 물, 읽다가 펴 둔 책, 적다 만 다이어리 등 이런 요소들이 따뜻함을 주기도 하고 공감도 불러일으키잖아요.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들 속에서 아련함까지도 느끼게 하고 싶어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을 사진 속에 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