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매미 울음소리가 가득한 푸른 여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더위에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동네 골목길이나 작은 카페와 가게들을 무심코 지나치곤 하는데요. 잠시라도 멈추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고 사랑스러운 골목길 이웃들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니코리아 블로그에서는 소니 알파 카메라와 ZV 카메라를 활용해 SNS 및 오프라인에서 고양이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사람과 고양이를 향한 마음을 네모난 프레임에 담아 선물하는 해랑 작가님의 인터뷰 전해드립니다. Alpha 1과 ZV-E1의 실 사용기부터 고양이 촬영 노하우,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들까지 작가님의 사진과 함께 만나보세요!
인스타그램에서 ‘haerang_919’로 활동 중인 해랑 작가는 빛을 활용한 투명하고 밝은 색감으로 고양이들의 매력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업·비영리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영상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해랑 작가 SNS 바로가기(링크)▼
소니코리아 : 안녕하세요, 소니코리아 SNS 채널 구독자들을 위해 작가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황상현 작가 :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선박 설계를 하는 직장인이자 주말에는 골목길에서 고양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해랑 작가라고 합니다. 고양이가 있는 가게나 골목 등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니코리아 : 작가님의 활동명 ‘해랑’에 담긴 뜻과 고양이 사진작가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황상현 작가: 해랑은 올해 11살이 된 제 첫째 반려묘 이름입니다. 이름의 뜻은 ‘해랑 나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라는 의미를 줄여서 해랑인데, ‘해’는 부산 영도다리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포장마차에서 만났기 때문에 바다 ‘해’라는 의미를 붙여 줬습니다.
고양이 사진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골목길과 시골 풍경을 좋아해서 부산 산복도로나 멀리 여행을 가게 되면 하동 하덕마을 같은 곳을 많이 다녔었는데, 우연히 발걸음 한 골목길에서 엄마 고양이를 졸졸 따라다니던 아기 고양이를 만난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냥 그 모습이 자꾸 보고 싶어서 시간이 나면 그 골목길을 찾아갔었거든요.
소니코리아 : 골목길에서 인연을 만나셨군요. 해시태그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인 ‘꽃분이’와 ‘나기’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황상현 작가: 꽃분이는 우연히 찾아간 골목길에서 엄마를 따라다니던 고양이였습니다. 유난히 약했던 아이라 겨울을 나지 못할 것 같아 둘째 반려묘로 데리고 왔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별이 되었어요. 나기는 그 골목길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였는데 몸이 좋지 않은지 소나기가 내리는데 삶을 체념한 것처럼 가만히 비를 맞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일찍 별이 된 꽃분이와 너무 겹쳐 보여서 구조하게 되었고, 결국 셋째 반려묘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찍 별이 된 둘째를 기억하기 위해 ‘#꽃분이가 살았던 골목길’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는데 같은 골목길에서 만난 셋째가 서운해할까 봐 ‘#나기를 만났던 골목길’이라는 해시태그를 같이 사용하게 되었네요.(웃음) 어느새 골목길 기록들이 쌓이다 보니 해당 해시태그에 걸리는 사진들이 제법 많아진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작가님이 사용하시는 해시태그에는 꽃분이와 나기 외에도 ‘#작은 이웃’이라는 해시태그가 자주 눈에 띄어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걸까요?
황상현 작가: 문득 고양이들을 ‘작은 이웃’이라고 생각했을 때, 고양이들도 마음 편하게 지내는 동네라면 누구든지 안심하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동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었어요.
처음에는 고양이만 보이던 골목길이었지만, 촬영을 위해 계속해서 방문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골목길에 살고 계신 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르신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드렸었는데, 시간이 쌓이다 보니 가끔 어르신들께서 어려워하시는 티비 고장 접수라던가 장독대 같이 무거운 걸 대신 옮겨드리고도 하고, 때로는 어르신들 말벗을 해드리기도 합니다. 출발은 고양이를 ‘작은 이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지만, 지금은 고양이와 함께 골목길에서 저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고 계신 분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보고 배우는 점도 많은 것 같네요.
소니코리아 :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부산 이외에도 고양이와 함께 한 지역 중 인상 깊었던 장소나 작업이 있으시다면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황상현 작가: 부산 외 지역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통영에 있는 작은 섬마을인데요. 겨울이면 유난히 찬 바닷바람이 부는 곳인데, 그곳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펭귄처럼 둥글게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이 마음에 남더라고요.
또, 여수에 있는 작은 바닷가에 살며 그곳을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던 어느 고양이 가족, 그리고 하동에 있는 오래된 고택에 살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들과 지리산 끝자락 민박집에 살고 있던 고양이 가족도 기억이 나네요.
사진촬영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한나라는 고양이와 어느 할머님의 일상을 기록했던 일이에요. 할머님이 길고양이 남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나를 거둬 키우고 계셨는데요. 연세가 드시다 보니 요양병원에 가시게 되면서 혼자 남게 될 한나를 부탁하셨어요. 그래서 저희집 막내고양이가 되었습니다.
한나를 소중히 여기는 할머님의 모습을 보면서 작은 생명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걸 느끼고 배우게 되었고, 기록을 하면서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고양이의 생과 사를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될 때 말로 표현을 어렵지만 삶에 대한 배움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소니코리아 : 고양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사진에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고양이를 사진으로 담아낼 때 작가님만의 촬영 노하우가 있으시다면요?
황상현 작가: 사실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록하려면 자주 만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도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웃음) 그래서 늘 같은 시간에 골목길을 방문하기도 하고, 지나가다가 고양이들을 보았던 장소를 시간이 나면 수차례 발걸음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물사진과는 다르게 촬영 대상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보니 행동을 예측하고 기다리는 편이에요. 촬영을 할 때는 암부와 명부 데이터가 날라가지 않는지 히스토그램 체크를 많이 하는 편이예요. 그리고 jpg보다 폭넓은 동적색역을 가지고 있는 raw 파일 촬영을 하고 있고요. 눈동자 색 같은 부분은 리터칭 시 따로 부분 보정을 하고 있습니다.
소니코리아 : 고양이는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카메라 선택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소니 카메라를 사용하고 계시나요?
황상현 작가: 저는 현재 두 가지의 소니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사진을 촬영할 때는 Alpha 1, 영상을 촬영할 때는 ZV-E1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로 Alpha 9을 사용하다가, 전자식 셔터로 플리커 현상 제어가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고민하던 차에 해당 스펙을 갖추고 있는 Alpha 1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덤으로 전자셔터에서도 플래시 동조를 지원하더라구요. 현재 만족하면서 잘 사용하고 있어요.
영상바디를 따로 선택한 건 매번 촬영할 때마다 세팅값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됐기 때문이었어요. 세팅을 변경할 때 촬영기회를 놓치게 되다 보니 이원화가 필요했고, 영상 전용 바디 중 AI AF를 지원하는 기기를 사용하고 싶어 ZV-E1을 추가로 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ZV-E1의 장점은 안정적인 손떨림 방지 기능과 가벼운 무게의 휴대성입니다. 특히 AI 프로세싱 유닛으로 인한 피사체 추적이 확실히 믿을만해서 너무 좋더라고요. 소니 센서가 가진 관용도를 믿고 있어서 색보정 부분에서도 따로 걱정은 하지 않고 있어요.
소니코리아 : 카메라뿐만 아니라, 소니의 블루투스 스피커 ‘LSPX-S3’를 활용하여 촬영하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촬영 시 스피커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계시나요?
황상현 작가: LSPX-S3의 등불 자체가 노란색이잖아요. 처음에는 단순히 그 빛이 예뻐서 작업하다가,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과 연결해서 찍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스피커와 등 기능이 모두 되는 제품 중 소니가 제일 음질이 좋았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 실내 혹은 날이 좋은 날에 소품으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고양이들이 장난으로 툭툭 치기도 하는데, 무게 중심이 밑에 있어서 넘어지거나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웃음)
소니코리아 :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양이 사진 작업 외의 다른 분야도 고려하고 계신 걸까요?
황상현 작가: 지금까지 그랬듯 고양이를 기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따로 계획을 세우거나 컨셉을 잡고 있지는 않지만, 따뜻한 마음을 상징하는 등불과 함께하는 고양이 사진의 비중은 조금 늘려볼 생각입니다.
고양이 사진 외에는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하는걸 좋아하는데, 포구에 가로등이 보일 때면 늘 어떤 모습을 상상했었거든요. 그래서 ‘상상’을 주제로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이라든지, 연인, 가족 등이 함께하는 모습을 기록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비가 많이 내려서 제대로 시작은 못해보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작업해 보고 싶네요.
또, 부산국제영화제 부속행사로 ‘하루 만에 영화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스틸컷 메이킹 작업에 참여를 했었는데, 영상은 혼자서 만들 수 없는 협업이 필수인 분야잖아요. 사람들이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현장에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소니코리아 : 마지막으로 작가님 스스로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황상현 작가: 촬영하면서 골목길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다 보면, 저를 아시는 어르신들이 제 소개를 이렇게 해주세요. “쟈 아나? 거 왜 있다 아이가, 고양이 밥.” 저는 그 표현이 꽤 맘에 들더라고요.
저는 한 마디로 ‘고양이 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웃음)